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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한국부터 잡아라… 美에 맞설 中 카드는 '시진핑 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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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 연내 방한 성사 가능성... 방일은 사실상 무산
美中 갈등 상황서 '반중 전선' 돌파ㆍ 우군 확보
정치적 효과 극대화 위해 美대선 이후 방한 유력
양제츠가 코로나19로 막힌 하늘길부터 뚫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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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청와대 여민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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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수장인 양제츠(楊潔篪)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다음주에 한국을 찾기로 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더뎌진 한중관계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중국은 갈수록 거세지는 미국의 전방위 공세에 맞서 한국을 우군으로 확보해 숨통을 틔울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11월 미 대선 이후 연말이 유력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한을 통해 한국을 향한 구애의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習, 연내 방일은 어려워… 한국 우선으로 선회


중국 입장에서 시 주석의 방한은 미국에 일격을 날릴 수 있는 회심의 카드다. 미국이 동맹국을 향해 "내 편에 서라"고 으름장을 놓는 상황에서 반중 봉쇄 전선의 전열을 흩뜨리는 상징적인 장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시 주석 방한은 일본 국빈방문과 연계된 '패키지' 정도로 인식됐다.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내년 벚꽃이 필 때 오시라"고 제안하자 시 주석은 "구체적인 시기를 협의하자"고 화답했다. 이에 올해 4월 방일 직후 한국을 들르거나 5~6월 방한하는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일정이 미뤄졌고, 홍콩보안법 등 고비마다 미국의 손을 적극적으로 들어준 일본 내 반중 정서가 격해지면서 연내 방일은 사실상 물건너간 상태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13일 "중국이 한국보다 일본을 중시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시 주석이 올해 안에 일본에 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양 정치국원이 한국과 함께 일본을 포함한 주변국을 두루 찾는 방안도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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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17년 12월 방중 당시 베이징 현지 음식점에서 노영민 주중대사 내외와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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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이 한반도를 관통해 남북을 동시에 방문하는 파격 행보를 선보일 가능성도 일각에서 거론된다. 한국 내에서도 이 같은 아이디어가 조심스레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해 6월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을 넘어서는 것이다. 성사된다면 동북아의 맹주 중국이 북한 핵 문제와 패권 경쟁에서 미국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또렷이 각인시킬 수 있다. 물론 성사되려면 주변국 간 복잡한 이해관계의 방정식을 풀어내야 한다.

시 주석은 2014년 7월 이후 6년 넘게 한국을 찾지 않았다. 반면 지난해 6월에는 집권 이후 처음으로 북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2017년 12월과 2019년 12월 두 차례 중국을 방문한 것과 대조적이다.

美 대선 이후 習 방한해야 효과 극대화


관건은 시 주석의 방한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하지 않은 만큼 시 주석이 서둘러 한국을 찾아 오랫동안 아껴뒀던 카드를 소진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김동길 베이징대 교수 겸 한반도연구센터 소장은 "시 주석은 미국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에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한 시점이 9월로 앞당겨질 수도 있다. 중국은 10월 국경절 연휴(1~8일)에 이어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5중전회)를 예고해 일정이 꽉 찬 상태다. 중국은 원래 9월 14일 독일에서 유럽연합(EU)과 첫 정상회의를 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약 없이 미뤄졌다.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한달 전쯤 선발대가 상대국을 찾는 것이 통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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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7월 청와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방한한 양제츠 정치국원과 악수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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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제츠의 선물 보따리는... 하늘길 뚫는 게 우선


한국은 코로나19를 피해 귀국한 교민들이 속히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늘길을 뚫는 게 급선무다. 5월부터 신속통로(패스트트랙) 제도를 시행해 기업인 8,000여명이 중국으로 복귀했지만 4만9,000여명의 유학생 대부분은 9월 개강을 앞두고 아직 한국에 있다. 지난 5일부터 중국행 비자 신청이 시작됐지만 항공편 자체가 절대부족한 상태다.

한중 민간인의 자유로운 왕래는 시 주석 방한의 선결조건이나 마찬가지다. 양 정치국원의 방한을 계기로 신속통로를 넘어서는 합의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한중 양국이 정상외교를 통해 교류ㆍ협력을 유지했던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사태나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에서다. 외교 소식통은 "일반인이 서로 오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상이 상대국을 찾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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