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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설] ‘성착취물 소지자’ 대대적 수사, 엄벌로 이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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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자료


디지털 성착취물을 소지·시청하는 범죄행위에 대해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텔레그램 ‘엔(n)번방’ 주범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올린 성착취물을 국외 서버 등을 통해 내려받은 계정을 무더기로 확인했다고 한다. 국제공조수사를 통해 계정 소유자의 신상을 특정하고, 전국의 지방경찰청이 일제히 검거에 나선 상태다. ‘엔번방’ ‘박사방’의 주범과 유료회원, 재유포자 등을 넘어 성착취물 단순 소지자를 대상으로 한 수사가 본격화한 것으로, 사회적 파급 효과가 주목된다.

성착취물 소지자 수사는 지난 5월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 등 관련 법들이 개정되면서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성착취물을 단순 소지·구매한 행위는 피해 대상이 아동·청소년일 경우로 한정됐으나, 법 개정으로 모든 성착취물의 소지·구입·저장·시청 행위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게 됐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의 경우 법정 형량이 1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서 1년 이상 징역으로 높아졌다. 성착취 범죄를 뿌리 뽑으려면 그 밑거름이 되는 ‘수요’를 차단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성착취물 소지·시청 행위를 범죄로 여기지 않던 안이한 인식을 깬 획기적인 변화였다.

개정된 법이 법전 안에 머물지 않고 현실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엄격한 집행이 뒤따라야 한다. 경찰도 이런 차원에서 성착취물 소지자 처벌에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금전 거래가 있는 유료회원과 달리 일반회원은 텔레그램 본사의 협조 없이 추적이 어려웠지만 국외 서버 운영자와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의 협조를 얻어 끈질긴 수사를 벌였다.

수사도 수사지만 이후 기소·재판 과정에서도 법 개정의 취지가 관철되는 게 중요하다. 특히 법원은 2014~18년 디지털 성범죄로 재판에 넘겨진 1823명 가운데 1526명(84%)을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어주는 등 관대한 처벌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다음달 확정할 예정인데, 새로운 입법 취지와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대폭 강화된 기준을 내놓기 바란다. 철저한 수사와 처벌로 ‘보는 것도 범죄’라는 인식이 확고히 자리잡는 전환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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