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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부동산 규제에 대응하는 재건축 단지들-2년 실거주에 깜짝…압구정·개포 ‘우르르(주민 재건축 동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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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축. 불과 10일 만에 완료. (중략) 조합설립동의서 전체 75%, 동별 50% 완료.’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 아파트 단지에는 조합 설립을 위한 소유주 동의율 요건을 채웠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지난 7월 16일부터 동의서를 걷기 시작한 지 불과 열흘 만이다. 잠원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연내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지 못하면 재건축 사업 자체가 무산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퍼졌다. 평형 배정이나, 보상금액 등을 이유로 재건축에 반대하는 집주인이 많았는데 정부 규제가 발표된 덕분에 추진위로서는 반대 소유주를 설득할 근거가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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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하던 서울 강남구 압구정 일대 단지들은 최근 빠르게 소유주 동의서를 걷고 있다.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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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연한을 넘겼는데도 지지부진하던 서울·수도권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뒤늦게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년 실거주 의무 등 6·17 부동산 대책으로 강화된 재건축 규제를 피하려면 올해 안에 조합 설립 신청을 마쳐야 해서다. 한편으로는 서울시가 ‘35층 층수 제한’ 규제 완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 재건축에 반대해오던 주민들도 조합 설립에 적극 참여하는 분위기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서초구 신반포2차 아파트는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율 기준(75%)을 채웠다. 1978년 들어선 신반포2차는 한강변 조망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지하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 인근에 위치해 ‘알짜배기’ 재건축 단지로 꼽힌다. 하지만 재건축 연한을 넘긴 뒤 줄곧 재건축을 추진해왔음에도 좀처럼 사업 속도를 내지 못했다. 지난 2003년 9월 재건축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 후 17년 가까이 내홍을 겪으면서 제자리걸음 상황이 반복됐다.

그러다 지난 6월 7년 만에 새 재건축 추진위원장을 뽑은 이후 조합설립동의서를 받기 시작했고 불과 열흘 만에 전체 75%, 동별 50% 요건을 충족하며 사업에 가속도가 붙었다. 조합설립인가 최저 동의율은 75%, 동별 동의율은 최저 50%다. 신반포2차 재건축 추진위는 오는 9월 조합창립총회를 열고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할 계획이다.

신반포2차 소유주들이 뜻을 모은 데에는 2년 실거주 의무 규제만은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컸다. 지난 6·17 부동산 대책으로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을 얻으려면 소유 개시 시점부터 조합원 분양을 신청할 때까지 총 2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규제가 생길 예정이라서다. 정부는 전세를 끼고 재건축 단지를 매수하는 ‘갭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으로 연말까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을 개정할 예정. 만약 실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한 소유주가 새 아파트 입주권 없이 현금 청산 대상이 되면 재건축 사업 추진 동력은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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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신반포2차’ 아파트에 조합 설립 동의율 요건을 갖췄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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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추진위 단계 단지 40곳

비슷한 이유로 추진위 단계에 있던 재건축 초기 단지들도 조합 설립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중 조합 설립 이전 단계인 재건축 사업장은 88개 단지(8만643가구)다. 이 중 조합설립인가 직전 단계인 재건축 추진위원회 승인까지 받은 곳은 40개 단지 총 2만8673가구다. 이에 따라 강남 등 서울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 단지들의 조합 설립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단지가 강남구 개포주공6·7단지다. 이곳 소유주들은 조합 설립 신청을 위한 동의를 받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5층짜리 중층 아파트인 개포주공6·7단지는 상대적으로 기존 용적률이 높아 주변 저층 아파트에 비해 사업 추진이 더뎠다. 정비구역 일몰을 피하려면 내년 2월까지 조합 설립 신청을 하면 됐지만 2년 거주 요건을 함께 피하기 위해 올해 안으로 일정을 앞당기기로 했다.

재건축 추진 속도가 더디기로 유명한 압구정동 일대에도 속도가 붙었다. 압구정3구역 구현대 아파트는 최근 주민 호응에 힘입어 조합 설립을 위한 소유주 동의율이 60%대 중반까지 높아졌다. 압구정5구역 한양1·2차는 81%를 넘겼다. 압구정1구역 미성1·2차는 연말까지 재건축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한다는 목표로 주민 동의서를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압구정동 B공인 관계자는 “그동안 ‘35층 층수 제한’ 등 여러 이유로 재건축에 시큰둥했던 소유주들도 굳이 ‘2년 거주 요건’에 묶일 이유는 없다고 판단해 동의서 작성에 응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 재건축 추진위원회도 사업 속도가 붙었다. 최근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한 주민 동의율 80%를 달성했다. 지난 6월 기준 동의율이 61%였던 신동아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당초 8월까지 동의율 75%를 달성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6·17 부동산 대책 이후 소유주를 중심으로 연내 재건축조합을 설립하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고 동의율 접수 목표를 예상보다 빨리 달성했다. 신동아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오는 10월 조합 설립을 위한 총회를 열어 연내 설립인가 신청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 서울에서는 강동구 명일동 ‘삼익맨션’이 조합 설립을 앞두고 추진위원회 구성에 나섰다.

서울 밖 수도권에서는 재건축 추진위원회 단계에 있던 과천 일대 노후 단지들이 조합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천주공8·9단지’ 통합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아파트 외벽에 ‘6·17 규제를 피하는 유일한 해법, 무조건 10월까지 75% 이상 동의서 제출’하자는 현수막을 걸고 소유주들을 독려하고 있다. ‘과천주공5단지’ 재건축 추진위원회 역시 올해 10월 조합창립총회를 열고 2년 실거주 규제를 피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동의율이 낮던 ‘과천주공9단지’ 소유주들의 동의서 제출도 6·17 대책 이후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과천주공10단지’ 추진위원회 역시 6·17 부동산 대책에서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발 빠르게 움직였다. 연내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 조합원 실거주 의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지렛대 삼아 거주요건이 문제가 될 만한 소유자를 파악해 조속한 조합 설립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나선 것이다. 덕분에 연내 조합 설립이 가능한 수준까지 동의율이 올라갔다. 과천주공10단지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기존 조합 설립 동의율이 70% 초반대였는데 반대 목소리를 내던 비상대책위원회가 일단 조합은 설립하자는 쪽으로 돌아섰다. 이 추세대로라면 연내 조합 설립 신청이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오는 12월 말까지 조합설립인가 ‘신청’만 하면 2년 거주 요건 적용을 피할 수 있는 만큼, 현재 동의율이 50% 안팎인 추진위 단계 단지들은 동의율을 끌어올려 조합 설립을 신청해볼 만하다. 다만 조합 설립 이후 단계 역시 염두에 둬야 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일단 조합이 설립되면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된다(10년 보유 5년 거주한 1주택자 등 제외). 3년 내 다음 단계(사업시행인가 신청)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시 지위 양도가 가능하기는 하지만 상당 기간 매물 잠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1호 (2020.08.12~08.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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