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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하토야마 前총리 "아베, 일본제철 배상 원해도 막고있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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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갈등의 원인, 상당수는 일본에 있어

한국이 '괜찮다' 할때까지 무한책임져야

日, 대국적 견지로 대법원 판결 존중해야

동아시아 공동체, 아시아 전체의 평화 기여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하토야마 유키오 (前 일본 총리)

김현정의 뉴스쇼 특별기획, ‘2020년 길을 묻다’ 오늘은 광복 75주년을 앞두고 한일관계의 길을 묻고 싶습니다. 한일 간 갈등의 상황이 1년째 지속되고 있고 해결의 기미도 도무지 보이지 않죠. 도대체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걸 좀 묻고 싶은데 누구에게 길을 묻느냐. 바로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전 총리입니다.

2009년에 총리를 지냈고요. 지난 2015년에는 광복절을 앞두고 서대문 형무소를 방문했어요. 유관순 열사가 수감돼 있던 방 앞에서 무릎을 꿇고 큰 절로 사죄를 했던 그런 분입니다. 한일관계에 관심이 많아요. 한일 양국에 다 애정을 가지고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분, 이분에게 길을 물어보죠.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 전화로 연결이 돼 있고요. 통역에는 강혜정 선생님 함께 해 주시네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 강혜정> 안녕하세요.

◇ 김현정> 하토야마 총리님 안녕하세요.

◆ 하토야마>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이렇게 오래 갈 줄은 몰랐습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한 지 1년이 지나도록 단절관계는 회복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데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 하토야마> 우선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취한 것은 일본 정부는 ‘안전 보장상의 이유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진실, 즉 경제마찰의 발단은 한국 대법원에서 징용공 문제와 관련된 판결이 내린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즉 역사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그 뿌리에 있는 것이죠.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삼았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식민지 시대에 ‘일본으로부터 받은 고통에 대해서 일본이 진심으로 사죄하지 않았다’라는 한국 입장이 있는 것이고 일본에서는 ‘모든 것이 끝난 문제다’라고 하는 입장이 있고. 그래서 이 양자의 골이 메워지지 않는 것이 깊은 이유로 있다고 봅니다.

저는 이에 대해서 ‘무한 책임론’이라는 생각을 지지하는 사람입니다. 즉 ‘더 이상 사죄하지 않아도 괜찮다’라고 상대가 이야기해 줄 때까지 사죄하는 마음을 지속적으로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삼았던 것은 사실로 존재하니 그에 대해서 사죄하는 마음을 계속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겠습니다.

◇ 김현정> 하토야마 전 총리께서는 그렇게 생각을 하시는데요. 사실은 지금의 현 정치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일 관계가 단절된 지 이제 1년입니다. 사실은 갈등이 이렇게까지 오래될 줄은 몰랐는데 왜 이렇게 오래 간다고 생각하세요? 해결이 안 되고.

◆ 하토야마> 저는 특히 지금 상황에 대해 문제의 원인의 대부분은 일본에 있다고 생각하기는 합니다. 다만 한일관계가 지금처럼 심각한 상태에 있는 것은 정부 간 대립뿐만 아니라 서로의 국민 사이에도 상대편을 바람직하지 않게 생각하는 비율이 높아진 것에도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과 일본의 GDP를 본다면 서로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달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점점 더 일본을 뛰어넘을 기세까지 달하고 있죠. 그러고 보니 상호 간에 무시를 해도 괜찮다는 감정이 서로의 사이에서 싹 트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한 국민감정에 또한 기대서 정부가 상호를 비판하고 있고 그러한 정부 간의 상호 비판이 또 다시 국민에게 돌아와서 감정을 악화시키고 있다 보니까 이런 관계의 악화가 구조화되면서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1년 동안의 상황을 설명하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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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그렇게 보시는군요. 이렇게 한일관계가 냉각인 상태에서 최근에 우리 법원이 일본제철 재산 압류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니까 강제징용 배상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제철이 배상을 하지 않으니까 결국 기다리다 기다리다 하는 수 없이 ‘한국 내 일본 제철 재산을 압류하겠다’ 이렇게 얘기를 한 거죠. 그러자 일본 정부와 일본 기업은 압류 명령에 불복을 하면서 즉시 항고를 했습니다. 이유는 이거예요. ‘과거 박정희 정권에서 한일 청구권 협정 맺으면서 모든 한국 개인의 청구권은 사라졌다. 해소가 됐다’ 이거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 하토야마> 이것은 제 추측입니다마는 대법원 판결에서 배상명령을 했던 그 금액은 아마도 일본제철 입장에서는 금액상으로는 그다지 크게 다가오지 않는 금액이지 않을까라고 추측을 합니다. 아마도 일본 제철로써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여서 그 금액을 배상금으로 지불하고 ‘이것으로 모두 해결되었다, 모두 종료되었다’라고 하고 싶었지 않을까라고 저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런데 그것을 저지했던 것이 일본 정부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일본 정부는 ‘1965년 당시 청구권 협정으로 이미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라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이를 믿고 있는 일본 국민이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아마 많은 국민들이 징용공 소송에 대해서 ‘아, 그런 재판이 있었어?’라고 놀라워하고 막상 판결이 내려지니까 뭔가 배신당한 것 같은 감정을 갖게 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는 한국 측 입장이 더욱 이해가 가고 현재 일본 정부의 입장에 서지는 않습니다. 지금 일본 정부의 입장을 제가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린 이유는 과거에 일본 정부의 발언을 보아도 그렇습니다. 가령 1991년에 일본 외무성의 야나이 조약국장이 참의원 예산 위원회에서 발언한 바가 있습니다. ‘1962년 조약에서 해결이 되었다는 것은 상호 국가가 외교 보호권을 포기했다는 것이지, 개인 청구권에 대해서 국내법 안에서 소멸시킨 것은 아니었다’라는 답변을 하고 있거든요.

또한 현재 국제인권법의 주된 흐름을 살펴봐도 그렇습니다. 국제인권법에서는 개인의 배상 청구권이라는 것이 국가 간 협정이나 조약을 통해서 소멸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상식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각종 국제인권법을 일본 정부 또한 비준하고 있기 때문에 아베 정부가 이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 국제법 위반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김현정>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여러분 지금 만나고 계십니다. 사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께서는 2015년에 광복절을 앞두고 서대문 형무소를 방문하셨습니다. 유관순 열사가 수감돼 있던 방에 헌화를 하시고 광장에 있는 추모비 앞에서 무릎 꿇고 큰절로 사죄도 하시고. 사실 일본 정치인 중에 이렇게 공개적으로 한국에 사죄를 한 인물은 없었습니다. 그때 많은 분들이 놀라기도 하고 감동하기도 하고 하셨는데. 이렇게 직접 찾아가서 사죄를 하셨던 이유는 뭘까요?

◆ 하토야마> 저는 정치인으로서 또 일본 국가의 총리대신을 역임했던 사람으로서 ‘현재의 일본 정부가 진심으로 사죄하는 마음을 한국분들에게 전하고 있지 못하다면 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라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그럴 때 고통을 준 사람들이 진심으로 사죄의 뜻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것이었고요.

그 배경으로는 저 자신이 무한 책임론이라는 것을 신조로 삼고 있다는 것 또한 있습니다. 즉 전쟁을 통해서 혹은 침략행위나 식민지 지배를 통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주었던 나라의 사람들은 그로 인해서 고통을 받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사죄하지 않아도 괜찮다’라고 이야기를 해 줄 때까지 사죄를 표현하고 그 마음을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식민지 시대에 서대문 형무소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갇힌 분들, 혹은 그 안에서도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에게 일본은 폭력행위를 가했고 심지어 살해행위를 가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식민지 시대에 히로시마나 나가사키 지역에 있었던 조선인들에 대해서 원폭이 투하되면서 많이 피폭이 됐는데 그분들에게 전후 일본 정부의 지원이 대단히 지체되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그대로 돌아가시기도 했고 또 자손들이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피해들에 대해서 사죄하는 것이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직접적으로 찾아뵙고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런 행동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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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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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그렇죠. ‘2020년 길을 묻다’ 시리즈입니다. 한일관계. 우리는 분명히 이웃이에요. 바로 옆에서 같이 살아가야 할 숙명입니다. 그렇다면 한일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어떻게 앞으로 우리가 한일 관계를 맺으며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할 텐데 묻고 싶습니다. 하토야마 전 총리에게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 하토야마>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한일관계가 험악해진 데 가장 큰 원인으로는 대법원에서 징용공 문제를 둘러싼 판결을 내렸던 그것이 계기가 됐다는 측면은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해결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러려면 현재의 국제인권법의 사조를 따라서 아베 신조 총리의 생각이 옳지 않으므로 이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을 변화시켜 나가고 종래의 입장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대국적인 견지에서 ‘개인배상청구권은 국가 간 조약, 협정을 통해서 소멸되지 않았다. 그러니 대법원 판결도 존중할 수 있다’는 식으로 표명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화입니다. 그러니까 양국 정상이 대화를 재개했으면 좋겠다, 그 가운데에서 일본은 개인의 배상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사고에 대해서 조금 더 유연하게 접근하고 한국 또한 대법원 판결이 있지만 다른 방법으로 뭔가 모색하기 위한 노력을 해 본다는 식으로 양쪽에서의 커다란 정치 판단이 내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김현정> ‘동아시아가 함께 잘 사는 것, 공동체가 같이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여러 번 강조하셨는데 이게 아마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습니다. 평소에 밝혀오셨던 뜻은 어떤 건지 직접 좀 설명을 해 주시겠습니까?

◆ 하토야마> 말씀하신 바가 맞습니다. 동아시아의 현재 상황을 현재의 EU처럼 할 수는 없을까. 즉 두 번 다시 전쟁을 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거나 식민지로 누군가를 삼아서는 안 된다는 안 된다는 생각을 공통으로 가질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것이죠. 그런 생각 하에는 한국도 일본도 좋은 관계를 맺고 중국도 함께 끌어들여서 우리가 동아시아 안에서 하나의 운명공동체다라는 것을 의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동아시아 공동체가 구축되었을 때 그것이 가져다주는 이익은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하나의 예로 경제를 말씀드리자면 일본은 자본재 분야에서 뛰어나고 한국은 중간재, 중국은 소비재 분야에서 뛰어나다는 각각의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분업체계 안에서 경제 관계에서도 서로 윈-윈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것들이 가능해진다면 동아시아에서 한국, 일본이 평화로운 관계를 지키면서 커다란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고. 양국이 동아시아 안에서 협력을 하는 것이 또한 아시아 전체의 평화에도 대단히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합니다.

◇ 김현정> 오늘 참 귀한 시간, 한일관계를 넘어서 동아시아 전체에 대해서 우리가 조망해 볼 수 있는 아주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하토야마 전 총리님 오늘 귀한 시간 감사드리고요. 건강하시고요.

◆ 하토야마> 한 마디만 더 해도 되겠습니까?

◇ 김현정> 얼마든지요.

◆ 하토야마> 지금 특히 코로나19로 인해서 세계 전체가 많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대응면에서 살펴보면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잘 대처해 오신 상황을 보게 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과 일본이 혹은 한국, 일본, 중국까지 함께 정보를 교환하고 팬데믹을 어떻게 하면 방지할 수 있을 것인지 또 방역체계를 더 향상시켜서 어떻게 국경 간에 대응을 잘 정비해 나갈 수 있을지도 지혜를 모으는 데 더욱 유익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계가 많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정말 이런 상황 속에서 일본과 한국 또는 일본, 한국, 중국이 아시아를 안정화시키고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세계적으로도 생명을 안전하게 유지시키고 세계를 안정시키는 데도 큰 도움을 주는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서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 김현정> 오늘 정말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 한일관계를 위해서 더 많은 일들을 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 하토야마> 감사합니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 김현정>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였습니다. 동시 통역에는 강혜정 씨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 강혜정>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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