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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청부살인' 교사범들, 검찰 구형보다 센 중형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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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필리핀에서 벌어진 ‘한국인 사업가 청부살인 사건’의 교사범으로 지목된 피고인들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조선일보

서울중앙지법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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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허선아)는 14일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씨(56)와 권모씨(55)에게 각각 징역 22년과 19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김씨와 권씨에게 각각 징역 18년과 12년을 구형했는데, 검찰의 구형보다 크게 높은 형이 선고된 것이다.
필리핀 앙헬레스에서 호텔을 운영하던 사업가 박모(당시 60세)씨는 2015년 9월 17일 호텔 인근 사무실에서 필리핀인으로 추정되는 용의자가 쏜 총에 맞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당시 용의자는 대기하던 승용차를 타고 달아났다. 얼마 뒤 필리핀 경찰은 이 필리핀인 용의자를 검거했지만 오인 체포로 밝혀지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사건은 이렇게 벌어졌다. 당일 박씨의 사무실에 필리핀 현지인으로 추정되는 한 인물이 찾아왔다.

“Who is Mr. Park?”(미스터 박이 누구냐?).

박씨가 ‘자신’이라고 대답하자 갑작스러운 총격이 시작됐다. 목과 옆구리에 5발의 총을 맞은 박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필리핀은 청부 살인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다. 현지 경찰도 살인범을 특정하지 못해 미궁에 빠질 뻔 했다. 그러나 한국 경찰은 필리핀 경찰과 공조를 통해 이 사건 배후에 한국인 살인 교사자들이 있다는 단서를 입수했다. 수사를 이어오던 경찰청 외사국은 2018년 이 사건을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 수사 3대에 배당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고, 이들을 4년만인 지난 1월 붙잡았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킬러에게 살인을 교사한 장본인은 필리핀 현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권씨와 박씨가 운영하는 호텔 투자자 김씨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당시 박씨가 운영하는 호텔에 5억원을 투자했는데 박씨가 투자 초기에는 자신에게 깍듯했으나, 투자 이후 자신을 홀대하고 투자금과 관련해 모욕적인 언사를 해 박씨를 살해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친하게 지내던, 당시 식당을 운영했던 권씨에게 "킬러를 구해주면 호텔식당 운영권을 주거나 5억원을 주겠다"고 하면서 살인을 의뢰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씨는 당시 앙헬레스 시청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킬러 조직과도 연결돼 있던 필리핀인 A씨에게 킬러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권씨는 김씨에게 착수금 명목으로 100만 페소(약 2500만원)를 받아 A씨에게 전달했다.

권씨는 이후에도 A씨를 만나 "박씨를 살해하면 400만 페소(약 1억원)를 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말을 전해들은 킬러는 청부살인을 결심하게 됐고, A씨는 권씨에게 "킬러가 내일 박씨를 살해할 것"이라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권씨는 또 이 말을 김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와 아무런 개인적 관계가 없는데도 오로지 경제적 이득을 위해 범행을 해 그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줄곧 부인하며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피해자는 총격으로 사망해 일말의 저항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일 정도로 범행 수법도 잔혹했다"고 했다.

[이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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