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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동네의원 25% '집단휴진'이라더니…상당수는 '휴가중'(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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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병원 휴진 돌입…헛걸음 환자들 "야속하네"

대형병원은 평상시처럼 돌아가…과별 탄력적 대응

뉴스1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가 집단 휴진에 들어간 14일 대구의 한 병원에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8.14/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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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김유승 기자,이밝음 기자,김근욱 기자 = "어이구, 몸도 시원찮고 다른 데는 멀어서 갈 수도 없는데 문이 닫혀서 어쩔까요?"

의료계의 집단휴진이 시작된 14일 오전, 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손모씨(78)는 고혈압약을 처방받기 위해 집 근처 내과를 왔다가 다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날 손씨가 찾은 A내과 문 앞에는 14일부터 15일까지 '휴가중'이라는 안내 문구가 써 붙어있었다.

손씨는 "매번 다니던 병원이 예고도 없이 휴가를 갔다"며 "약이 다 떨어졌는데, 내일도 광복절 휴진이면 월요일까지 참아야 하는데 어떡하냐"고 했다.

이날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정원 확대 철회 등을 요구하며 집단휴진(파업)을 단행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투석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업무에 종사하는 의사를 제외한 대학병원의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와 동네의원을 운영하는 개원의들이 이날 파업에 참여했다.

특히 이날 파업에는 1차의료를 담당하는 전국 동네의원 4곳 중 1곳이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진료공백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러나 이날 <뉴스1>이 찾은 서울시내 동네의원 중 파업을 명시해 놓고 휴진을 하는 경우는 볼 수 없었다. 다만 상당수 병원이 황금연휴를 맞아 여름휴가를 가면서, 휴진 계획을 모르고 찾아온 환자들이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많았다.

A내과와 같은 건물에 위치한 이비인후과를 찾은 50대 남성 박모씨도 개원 시간에 맞춰 병원을 찾았다가 쉬는 날임을 알게 됐다.

연신 코를 훌쩍거리던 박씨는 "문을 안 열면 미리 말이라도 해주면 좋았을 거다"라며 "다른 병원을 찾아가기도 애매해서 그냥 며칠 참아야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의사라는 직업의 진입장벽이 높고, 고생도 많이 했으니 진입장벽을 지키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환자 입장에서는 의사 수가 늘어나는 게 좋을 것 같고, 코로나19상황에 파업을 한다는 것도 공감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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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의사들의 집단휴진 총파업을 하루 앞둔 1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 파업 관련 피켓이 쌓여 있다. 2020.8.1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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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원이 10곳 넘게 입주해 있는 서울 마포구의 한 메디컬타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마포구 보건소에 따르면 이날 파업 참여를 신고한 구내 의원은 1곳도 없었다.

그러나 이 빌딩에 입주한 다수의 병원은 14일부터 하계휴가를 간다는 안내문을 써 붙이고 휴진에 들어갔다.

해당 빌딩에 입주한 안과를 찾은 20대 여성 장모씨는 벌써 이날만 두 차례나 허탕을 쳤다. 이 안과는 이날(14일)부터 16일까지 여름휴가를 간다는 안내문을 문 앞에 공지해뒀다.

장씨는 "다래끼가 갑자기 나서 병원 가려는데 문 연 곳이 없다"며 "바로 앞 안과도 갔다가 문 닫아서 왔더니 여기도 또 쉰다"며 한숨을 크게 쉬었다.

장씨가 발걸음을 돌리자 이번에는 80대 여성이 우산을 지팡이 삼아 짚고 힘겹게 걸어 들어왔다. 휴진 안내문을 빤히 쳐다보던 그는 "백내장약이 다 떨어졌는데 큰일났다"며 "약은 여기서만 받아서 다른 데 갈 수도 없다"며 한참을 허탈하게 서 있다가 돌아갔다.

이날 온라인상에도 의료계 파업과 휴가로 인한 휴진이 겹치면서 병원을 갔다가 허탕을 쳤다는 후일담이 쉬지 않고 올라왔다.

여수지역 한 맘카페 이용자는 "아이가 며칠째 설사를 해서 소아과를 갔는데 휴진이었다"며 처방 없이 먹을 수 있는 설사약을 수소문하고 있었다.

의협 관계자는 "동네 의원의 경우 파업에 참여하는 병원을 일일이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여름 휴가가 겹쳐 휴진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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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정원 증원 반대 등을 이유로 대한의사협회가 집단 휴진에 돌입한 1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오가고 있다. 2020.8.1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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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7일 파업에 이어 일주일만에 전공의들이 집단휴진에 돌입한 서울 주요 대형병원의 이날 오후 모습은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7일 파업과 달리 이날은 다수의 전임의(펠로우)까지 파업에 참여했지만, 병원 측에서 미리 대비를 한 까닭에 큰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이날 오후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는 병원을 찾은 내원객들이 쉬지 않고 들어왔다. 병원 앞에는 환자들이 타고 온 택시와 승용차로 줄이 이어졌고, 병원에 통과하기 위해 병원 입구에서 문진표를 작성하는 줄에도 꽉차 있었다.

사람은 붐볐지만, 파업 영향으로 평소보다 더 붐빈다는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모친의 무릎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김모씨(47)는 "미리 예약을 하고 와서 오래 기다리는 일은 없었다"고 했다. 이 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는 50대 남성 A씨도 "파업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입원 중인 환자들 사이에서도 파업 얘기를 못 들었을 정도로 병원이 평소처럼 돌아갔다"고 말했다.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대병원과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외래 진료를 대기하던 10명 내외의 환자들은 "평소보다 사람이 특히 많거나 대기 시간이 길어졌다고는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더러는 의료진의 파업 소식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세브란스 병원 관계자는 "상급병원이라 중증환자들 많아 원래 대기시간 길뿐 평소와 비교해 크게 다른 점은 없다"며 "병원 차원에서 따로 파업 참여인원을 취합하지는 않았지만, 과 차원에서 부족한 인원에 대해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23일 의과대학 정원을 10년간 4000명을 늘린다는 내용을 포함한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추진방안'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의료인력 증원이 의료비 증가와 의료질의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이에 지난 7일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정부 발표의 철회를 요구하며 집단휴진에 나섰고, 이날 의협이 집단휴진을 단행했다.
wh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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