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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UAE 수교…`50년 앙숙` 화해시킨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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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건국 72년 만에 처음으로 걸프 지역 아랍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와 외교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양국이 수교에 합의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13일(현지시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3국 간 합의 내용이 담긴 성명을 올린 뒤 "오늘 엄청난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합의에 따라 국제법상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웨스트뱅크) 합병을 유예하기로 했다. 대신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 요르단으로부터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를 빼앗아 병합한 뒤 50여 년간 적대 관계였던 걸프 지역 아랍 국가 중 UAE와 처음으로 관계 개선에 성공했다. 1971년 건국한 UAE는 아랍 국가 전체로는 이집트, 요르단에 이어 세 번째로 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를 한 국가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예정에 없던 언론 간담회를 소집해 "그들(이스라엘과 UAE 지도자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공식적으로 합의서에 곧 서명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우리는 서명을 3주 내에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위터에 히브리어로 "역사적인 날"이라고 올린 뒤 성명을 발표해 "이스라엘과 아랍권 사이에 새 시대가 열렸다"고 밝혔지만 요르단강 서안 합병은 중단이 아니라 유예라며 선을 그었다. 이스라엘과 UAE 대표단은 앞으로 투자, 관광, 직항 노선, 안보, 통신, 에너지, 상호 대사관 설립 등에 관한 협정에 서명하기 위해 만날 예정이다.

대선을 불과 3개월가량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뜻밖의 외교 성과로 불리한 상황을 뒤집을 돌파구를 마련했고, 네타냐후 총리도 국제사회 반대로 당장 실현이 불가능한 요르단강 서안 합병을 유예하는 대가로 중동 지역에서의 외교 성과를 얻었다. UAE 역시 시아파 맹주인 이란을 견제하면서 이스라엘 지원이라는 실리까지 챙겼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네타냐후 총리가 가장 큰 승리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최근 이란에 대한 강경 노선을 더 명확하게 하면서 다른 아랍 국가들과 거리를 좁히고 싶다는 의사를 꾸준히 밝혀왔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악화, 부패 스캔들로 흔들리고 있는 본인 입지도 다질 수 있게 됐다.

영국 가디언은 "껄끄러운 관계인 이스라엘과 UAE가 이란이라는 공동의 적에 맞서기 위해 합의를 체결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강제 합병 이후 껄끄러운 관계에 있었던 아랍 국가 중 수니파 국가인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최근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속력을 내고 있는 이란에 맞서기 위해 이스라엘과 비공개적으로 관계를 개선해왔다. 무함마드 빈자예드 UAE 왕세자는 "UAE와 이스라엘이 새로운 '로드맵'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미국도 1994년 요르단과 이스라엘의 평화협정 체결을 중재한 지 26년 만에 중동 외교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 그동안 '협상의 달인'을 자처하며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던 트럼프 대통령은 별다른 외교 성과를 내지 못하며 체면을 구겨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가 '에이브러햄 합의'로 명명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뒤 자신의 이름을 딴 '도널드 J 트럼프 합의'로 불리길 원하지만 언론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농담을 건넸다.

양국 합의 중재 성과로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는 자찬도 백악관에서 나왔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합의에서 외교적 돌파구 역할을 했다"며 "노벨상 수상자로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관계 개선 카드를 대선 전에 지속적으로 내놓으며 불리한 국면을 전환하려 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합의에 대해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얼음이 깨졌기 때문에 더 많은 아랍과 무슬림 국가가 UAE를 뒤따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18개월간 합의를 지휘해온 트럼프 대통령 사위이자 유대인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도 "앞으로 더 많은 (대이스라엘) 관계 정상화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우디, 오만, 바레인 등을 이스라엘 수교 후보 국가로 꼽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합의가 중동 평화를 위한 '2국가 해법'(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각각 독립국으로 공존하는 구상) 실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환영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도 "역사적 조치"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는 "UAE가 팔레스타인을 배신했다"고 비난했다.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과 UAE의 합의가 수치스럽다"고 밝혔다. 이란 외무부는 14일 "이번 합의가 중동에서 '저항의 축'을 더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팔레스타인과 모든 무슬림 등에 칼을 꽂는 짓"이라고 강조했다. 터키 외무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이 지역의 역사와 양심이 이런 위선적인 행위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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