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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마켓관찰] 부유한 사람이 왜 사업 아이템도 잘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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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새로운 아이템, 새로운 기업은 늘 등장한다. 그런 흐름을 언론의 인터뷰나 기획기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보다 보면 의문이 들기도 한다. 보통 그렇게 새로운 아이템으로 언론을 타는 사람들 중에서 속칭 '흙수저'는 찾아보기 힘들어서다. 흙수저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새로운 아이템을 잘 찾아내는 계층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중산층 이상 출신의 대졸자들이다. 물론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문제는 쉽게 답이 나온다. 부유할수록 더 많은 사업 아이템과 기회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이다.

해외에는 없는 국내만의 새로운 아이템이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은 해외의 새로운 아이템들을 국내로 유입시킨 경우다. 그런 아이템들을 유입시키는 것도 그 아이템을 잘 알고 익숙해야 할 수 있다. 직접 소비를 하고 체험을 하고 시장의 반응을 목격할 수 있어야 한단 얘기다.

경험의 가격은 저렴하지 않다. 특히나 아이템을 탐색하고 시장성을 파악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려면 그만큼 많고 다양한 소비를 해봐야 한다. 이처럼 일반적인 소비자보다도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기에 경험의 가격은 훨씬 비싸다. 이 정도 되는 경험을 쌓기 위해선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적 여유가 뒷받침돼야 한다.

여행과 유학의 비용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점은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계층의 확대에 도움이 되긴 했으나 부유할수록 경험의 깊이와 범위에서 더 큰 격차를 보일 수 있게 됐다.

또한 시대적 트렌드도 부유한 사람에게 유리하다. 인터넷과 미디어, 여행, 유학 등의 영향으로 대도시에 거주하는 중산층 이상 출신의 대졸자들은 동일 국가 내의 다른 계층보다 다른 국가의 동일 계층에게 더 동질감을 느낀다. 이런 국가를 넘는 동질성 덕분에 타 국가에서의 성공적인 아이템은 그만큼 국내 소비자들도 익숙하기에 과거에 비해 더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 됐음은 물론이다.

반면 부유하지 않을수록 이 모든 기회에서 멀어진다. 경제적 여유가 충분하지 못하다면 우선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돈을 쓰는 습관을 갖게 된다. 돈을 날리는 실패를 피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방식으로 돈을 쓰게 되는데 이는 새로운 아이템이 아니라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아이템을 주로 소비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드물게 새로운 아이템에 도전한다 하더라도 아이템을 판단하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감식안이 필요하다. 이 감식안이야말로 경제적·시간적 여유를 통해 축적해 나가는 것이기에 충분한 경험을 쌓기 힘든, 부유하지 못한 사람들은 아이템과 사업적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눈을 기르기가 힘들다. 또한 학력, 하다못해 여행의 경험이 적거나 없는 것 또한 해외 트렌드 등을 파악하는 데 부족한 부분이 되기에 여러모로 부유할수록 유리하고 부유하지 못할수록 불리한 것이다.

물론 부유하다고 해서 무조건 새로운 아이템을 잘 찾고 그것으로 사업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소비자에서 그치지 않고 아이템을 발굴하고 사업까지 추진하기 위해서는 추진력과 사업에 대한 의지를 갖춰야 한다. 결국 부유함이 기반이 되는 경험과 감식안, 추진력이 어우러졌기에 새로운 아이템을 잘 발굴하고 도입하는 사람들이 주로 중산층 이상인 이유가 된다.

과거에 우리나라는 경제적 계층에 따른 개인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런 상황들은 변화했고, 현재는 부의 차이가 경험의 차이를 만들고 그 경험의 차이가 다시 부의 차이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목격하고 있다.

현재 부동산 분야에서 계급의 고착화에 관한 담론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이 부동산 분야에만 해당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소비시장도 그러하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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