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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역대 최악 `인사참사` 안산시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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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전국공무원노조 안산시지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안산시 공무원들의 불만글. [사진 = 홈페이지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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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人事)는 만사(萬事)다'

공직분야에서 쉽게 듣는 말이다. 적재적소 인사로 행정 효율을 높이고 그에 따른 보상이 정당하게 돌아가면 공직사회가 바로 서고 이는 곧 국민에게 이롭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최근 인사가 망사(亡事)가 된 지자체가 있다. 인구 65만명의 자치권을 가진 경기도 안산시에서다.

감사원은 지난달, A4 30여장 분량의 감사보고서를 내놨다. '안산시의 위법한 인사행정 관련 공익감사청구'란 부제가 달려있다.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2018년 7월 11일부터 2019년 6월 27일까지 8차례 소집된 인사위원회에서 인사 담당 국장이 승진자로 사전 내정한 233명이 모두 승진했다.

이 과정에서 승진자들보다 승진후보자명부 순위가 앞서 있던 198명중 191명이 승진 심의를 받지 못하고 영문도 모른채 탈락했다.

감사원은 승진 임용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안산시 관계자를 경징계 이상 조치 하고, 사실과 다른 승진추천 사유를 진술한 관련자에게 주의를 요구했다. 안산시 공무원들은 '시장 개입설'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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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 직급별 승진인사 현황. [자료 = 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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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담당 국장·팀장이 몸통?

인사 비위 감사 청구를 받아들여 조사에 나선 감사원은 안산시 인사파트 간부를 정조준했다.

감사원이 확인한 첫 비위는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안산시에는 하반기 공로연수와 정년퇴직 등으로 결원이 발생해 50명을 승진임용할 일이 생겼다. 그해 7월 10일 인사 업무를 총괄하는 A 국장은 B 과장, C 팀장과 논의해 승진자로 추천할 공무원을 선정했다. 안산시 인사위원회가 개최되기 하루 전이다. 다음날 열린 안산시 인사위원회에는 사전에 내정된 50명을 포함해 254명의 승진 심사자료가 올라왔다.

심사 자료는 부실했다. 승진후보자명부 순위, 소속, 성명, 생년월일, 최초임용일, 현직급 임용일, 주요 경력 자료만 있을 뿐, 개인별 업무성과, 능력 실증, 승진제한 결격사유에 대한 자료는 없었다.

이 상태에서 인사위원인 A 국장은 인사위원들에게 사전에 선정한 50명을 직급·직렬별 승진자로 일괄 추천하고 업무 성과를 설명해 승진자로 의결됐다. 이 자리에서 승진후보자명부 순위가 빠른 승진후보자 27명중 24명은 탈락 이유 조차 논의되지 않았다. 2018년 7월 11일부터 2019년 7월 27일까지 열린 8번의 승진임용이 모두 이런 식으로 진행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인사 담당 국장이 사전 내정한 233명은 한명도 예외없이 모두 승진했다. 반면 이들 보다 승진후보자명부 순위가 앞선 198명중 191명은 승진 심의 조차 받지 못하고 탈락해야 했다.

승진 심의도 엉터리였다. 사실과 다른 업무 성과를 심의해 승진자를 의결하고, 승진후보자가 승진임용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일도 벌어졌다.

2018년 7월부터 2019년 7월 3일까지 인사 주무팀을 이끌던 C 팀장(사무관으로 승진)은 2019년 2월 23일 국장이 주재하는 승진추천자 결정 과정에서 세무6급 후보자 등 28명에 대한 승진 추천 사유를 알고 있었지만 인사담당자가 사실에 없는 내용으로 작성한 추천사유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관련자에 대한 승진 추천사유가 그대로 확정됐다. 승진후보자 12명중 4명만이 승진할 수 있는 자리에서 11위였던 후보자가 앞서 있던 7명을 제치고 승진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C팀장은 이를 포함해 2019년 2월 23일부터 6월 27일까지 열린 3차례 인사위원회에서 승진후보자 4명에 대한 사실과 다른 승진추천 사유 내역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C팀장은 셀프 승진을 주도하기도 했다. 2019년 4월 2일 행정 5급 승진후보자 23명(승진예정인원 6명)중 14위로 배수내에 들자 국장이 승진추천 후보자를 선정하는 과정에 개입했다. 자신보다 순위가 높은 승진후보자에 대해 '업자와 유착 의혹이 있고 일하는 부서를 기피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의견을 피력 했다. 이런 방법으로 자신보다 순위가 높은 경쟁관계 후보자 9명이 승진피추천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후 C팀장은 행정직렬 5명의 승진추천자중 1명으로 선정돼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안산시 공무원들 '시장 개입설' '부시장 책임론' 제기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안산시 승진 인사 비위는 크게 두갈래다.

첫번째는 인사 담당 간부가 개인의 영달을 위해 사적 이득을 취한 것이고, 두번째는 1년 동안 191명이란 선순위 탈락자들이 왜 자신이 승진에서 밀려났는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은채 밀려났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안산시 공무원들은 이번 인사 비위를 역대 최악의 '인사 참사'로 꼽고있다.

나아가 이들은 윤화섭 안산시장과 인사위원장인 이진찬 부시장에 대한 책임론을 동시에 제기하고 있다. 민선 7기 안산시장은 3선 경기도의원과 경기도의회 의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화섭 시장이다.

특히 안산시 공무원들은 '윤 시장 개입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이전에 볼수 없던 일이 민선 7기(2018년 7월~)가 시작되자 마자 발생했기 때문이다. 인사 비위가 발생한 1년새 인사 담당 국장이 2차례 바뀌었는데 여전히 같은 유형의 인사 비위가 계속됐다는 점도 시장 개입 의혹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한 공무원은 "지자체는 단체장이 인사 전권을 쥐고 있어 직업 공무원이 인사를 좌지우지 할 수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안산시청 공무원 800여명이 가입해 있는 전국공무원노조 안산지부 게시판에는 강력 대응을 주문하는 글부터 체념에 가까운 글까지 보인다. 심지어 노노 갈등 글까지 등장했다.

'인사담당이 그리했겠는지요? 애가 아니라면 인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다 아실 분이' '경징계로는 안된다 그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정신적 피해를 견책으로 만회할려고 하나 파면 내지는직권 면직시켜야한다' '누구나 정당한 댓가를 바라는 마음은 똑같다. 도의를 저버린 치사한 행태에 대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심각한 사건임을 명심하자' '내사람 심기, 코드인사 등 원칙없는 그들만의 잔치로 또 이어진다면 안산시의 인사는 다시 회복하기 불가능할 것이다' '인사 문제는 사람이 사는한 늘 있는 거라 어쩔수 없다'

안산시 공무원들은 윤 시장 뿐만 아니라 2019년 1월 안산시 부시장으로 부임해 인사위원장을 맡아온 이진찬 부시장에 대한 책임론도 쏟아내고 있다.

이 부시장은 지난달 23일 자신의 명의로 된 '감사원 감사결과를 바탕으로 인사제도를 개선하겠습니다'란 입장문을 냈다. 감사 결과에 대한 안산시의 첫 공식 입장이다.

이 글에서 이 부시장은 "우리시 승진심사 방법은 수십년간 이어져온 방식이고 50만 이상 대부분의 도시가 제안설명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인사위원회 승진대상자 추천은 적법했다"고 밝혔다.

이 부시장은 "인사제도에 대한 문제점과 중앙과의 차별적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행정안전부에 법령 개정을 건의하고, 동시에 직원 여러분이 공감할 수 있는 우리시 만의 승진심사 기준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부시장이 직접 주재하고 전체 직렬, 직급별 대표 직원들이 참여한 객관적인 인사정책을 조속히 만들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직원 불만은 쉽게 사그라 들지 않고 있다. 안산시 직원들은 노조 게시판에 "지금의 인사에 관여했던 부시장이 직무유기 부분을 왜 회피하느냐. 전 부시장은 자리를 피하면서 결재를 안했다.이제와서 그 범죄자들이 작성한 개선안을 갖고 잘 하겠다? 근평때나 승진심사때 모른척한 양심은 어떻게 하실 건가" "부시장님의 무책임에 사표쓰고 나간 직원들을 무엇으로 보상할 건가. 비겁하다"며 책임론을 제기했다.

안산시는 감사원의 관련 직원에 대한 처분 요구에 대해 아직 답하지 않았다.

매일경제신문은 직원들이 제기하는 '시장 개입설' '승진 피해자 구제 대책' '재발 방지대책' '인사 비위자에 대한 처벌 방안' 등을 듣기 위해 윤 시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대신 안산시가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한 시의 입장을 보내왔다. 이 부시장이 낸 자료와 같은 내용이다. 안산시 관계자는 "배수 안에만 들면 (순위와 상관없이) 누구든 승진이 가능하다"면서 "비판적 입장에서 그런 소문은 날 수 있지만 공조직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게 아니다. 시장 배후설은 넌센스"라고 말했다.

안산시청 노조는 이번 인사 비리와 관련해 윤 시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전국공무원노조 안산지부 관계자는 "시장과 면담을 하게 되면 노조와의 인사제도 개선 협의, 관련자 엄중 문책, 재발 방지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명용 창원대 법학과 교수는 "최근 지자체장들의 인사 전횡이 도를 넘었다"면서 "정부와 광역단체는 공정한 인사를 위해 관련 제도를 적극 개선하고, 법과 원칙을 따르지 않는 인사권을 사용하는 단체장이 있다면 주민들은 주민소환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반론보도] '역대 최악 '인사참사' 안산시에 무슨 일이?' 관련

본 지는 지난 8월 15일자 위와 같은 제목의 보도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 안산시는 "위 보도는 안산시 인사에 대해 감사원 공익감사청구를 한 일부 공무원의 의견 및 전국공무원노조 안산시 지부 홈페이지 게시판에 게재된 익명의 글을 인용한 일방적 주장이며, 임용권자인 안산시장의 인사개입은 없었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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