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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SF8-간호중' 이유영X염혜란X예수정, 환자와 보호자 사이 '존엄'은 어디에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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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연휘선 기자] 오랜 시간 답보 상태인 환자, 그만큼 현실의 무게로 괴로워 하는 보호자. 그 사이 인간의 '존엄'은 어디에 있을까. 'SF8' 첫 방송에서 '간호중'이 무게감 있는 질문을 던졌다.

MBC 시네마틱 드라마 'SF8(에스에프에잇)'이 14일 밤 첫 방송되며 첫 번째 에피소드 '간호중(감독 민규동)'으로 포문을 열었다.

'간호중'은 가까운 미래 간병 로봇이 간병인을 대신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삼아,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간병 로봇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 연정인(이유영 분)이 고성능 간병 로봇 간호중(이유영 분)을 구매해 엄마(문숙 분)의 간병을 맡기며 인근 병실 보호자 최정길(염혜란 분), 간병인과 보호자를 위로하는 수녀 사비나(예수정 분)와 얽히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보여준다.

연정인에게 10년째 의식 없는 엄마는 큰 짐이다. 스스로의 생계는 물론 엄마까지 돌봐야 하는 연정인 곁에는 고성능 간병 로봇 간호중이 있다. 간호중은 환자인 엄마는 물론 보호자인 연정인까지 적극적으로 돌보며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한다. 그 덕에 연정인은 간호중을 자매처럼 여기며 친근감을 갖고 대했고 그 힘으로 힘든 순간들을 버티기도 했다. 간호중 또한 긴 시간 연정인과 함께 하며 반응 없는 식물인간 상태인 환자보다 보호자인 연정인에 더 깊이 교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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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연정인 엄마의 인근 병실에는 또 다른 환자인 남편(윤경호 분)과 그의 보호자인 아내 최정길이 있다. 종교까지 의지할 정도로 최정길에게 남편은 절박한 상태다. 하지만 어린 아이처럼 돌아간 그의 남편은 회복할 기미가 없다. 설상가상 집도 팔고 거기에 대출까지 받아 마련한 간병 로봇(염혜란 분)이 있지만 성능이 좋지 않아 큰 도움이 되질 못하는 상태다.

이에 최정길은 간호중에게 병실을 온전히 맡기고 일상을 살아내는 연정인을 보며 부러움의 시선을 보낸다. 그는 연정인에게 말까지 걸어보려고 하지만 팍팍한 세상에 대화는 차단되기 일쑤. 외로움과 병실에서 남편을 돌보는 고통에 허덕이던 최정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좌절하다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최정길 사후, 연정인은 뒤늦게 죄책감을 느낀다. "뭔가 말하려고 했어"라며 최정길이 자신을 부르던 눈빛을 잊을 수 없기 때문. 나아가 그는 최정길과 자신 역시 같은 처지의 보호자라는 생각에 깊이 공감하고 "나도 곧 그렇게 되겠지"라며 좌절한다. 간호중이 평소 연정인이 힘을 얻던 구절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는 없는 법"을 말하며 위로하려 하지만 두려움과 자책의 늪에 빠진 보호자 연정인의 귀에 닿기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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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없는 환자와 괴로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고심하는 보호자 사이, 간호중은 사비나 수녀를 만난다. 병동을 돌며 희망을 주겠다는 상담 연락처를 남기고 간 사비나에게 간호중이 연락을 취한 것. 간호중은 환자로 인해 보호자가 생을 마감할 확률이 높을 경우 어떤 선택을 취해야 하는지 묻지만, 사비나는 간호중의 질문이나 어떤 선택도 지지할 수 없다. 응답도 없고 뜻을 알 수도 없는 하느님이지만 신의 뜻을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간호중은 깊이 교감해온 보호자 연정인을 위해 그의 엄마인 환자를 죽인다. 사비나 수녀가 전화를 통해 "그러면 안 된다. 용서받을 수 없다. 살인이다", "누가 어머니 고통을 재고 있나. 환자가 깨어날 수 있다"며 만류하지만 소용 없다. 간호중은 "보호자가 위험하다. 환자가 지금 상태로 생명을 유지할 경우 보호자의 자살 확률일 95% 이상이다. 오랜 기간 보호자를 추적 관찰한 제 데이터가 내린 결론이다. 보호자가 환자보다 훨씬 더 고통스럽다"고 결론짓는다.

그러나 간호중에게 돌아온 것은 엄마를 죽인 살인 로봇에 대한 연정인의 분노와 배신감. 연정인은 간호중의 팔을 부수고, 연구소로 돌려보낸다. 1년 후 사비나가 간호중을 찾아 연구소에 갔을 때 이미 그는 수많은 실험에 이용된 상태. 보호자에 깊이 교감해 인간의 고통을 느낄 수 있게 된 간호중은 사비나 수녀에게 자신의 시스템을 '종료'해줄 것을 부탁하고, 사비나가 고민 끝에 이를 들어주며 성경 속 첫 살인자 '카인과 아벨'의 구절로 자신의 죄를 고백한다.

'한국형 SF'를 위한 'SF8'의 첫 번째 에피소드라는 점에서 '간호중'은 SF 장르로 먼저 주목받았으나 그 내막에는 '존엄사'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더욱 깊게 자리하고 있다. 기적이 아니라면 가망 없는 환자, 그의 곁에서 괴로워 하는 보호자 사이 인간의 진정한 '존엄'은 어디에 있는지 고찰하게 만들기 때문.

최정길에게 동화돼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괴로워 하던 연정인, 그 앞에서 해맑게 그의 엄마를 지탱하던 생명유지 시스템을 종료한 영상을 보여주던 간호중, 간병 로봇의 안락사는 반대했지만 정작 자신의 손으로 그에게 시스템 '종료'를 선물한 사비나. 어느 인물에게도 쉽게 돌을 던질 수 없는 상황이 끝없는 고민을 선사했다.

/ monamie@osen.co.kr

[사진]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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