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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과학TALK] 핵폭발 탐지기부터 AI까지… 재난대비 위한 기상예측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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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예보 정확도 높아졌지만 데이터 빈틈 있을 수밖에"
美 연구진, 토네이도 조기 경보 위해 핵실험 감시 기술 응용
각국 기상청·기업 앞다퉈 AI 개발… 국산 ‘알파웨더’ 가세
30년 장마철 데이터 분석한 韓 연구진, 두달전 폭우피해 예측

조선비즈

허리케인 예측을 위한 해수 온도·염도 측정용 수중로봇 ‘슬로컴 오션 글라이더(Slocum ocean glider)’./NBC 커네티컷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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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집중호우로 지난 1일부터 지난 14일 오전 6시까지 50명이 숨지거나 다치거나 실종됐다. 이같은 인명피해는 장마철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기습 폭우가 내려 발생한 산사태 등이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재난대책안전본부는 지난 1일 17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다음날인 2일에서야 대응 수위를 최고 3단계로 높였다.

발빠른 대응에는 정확한 기상예측이 필요하다. 기상예측은 국민의 단순 생활편의를 넘어 안전과 생존을 위한 기술이 돼가고 있다. 기상청은 예측의 정확도를 높여가고 있지만 예보가 틀리는 경우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초 BBC는 "오늘날 영국 기상청이 4일 후를 예측할 때의 정확도는 30년 전에 하루 후를 예측할 때의 정확도와 맞먹는다"며 "컴퓨터 기술과 대기과학에 대한 지식이 높아지면서 예측이 더욱 정확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하지만 대기와 바다 등의 모든 변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예측에 빈틈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예측이 틀리는 주원인 중 하나는 데이터의 양이나 분석능력 부족에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기술이 동원되고 있다.

◇美, 토네이도·허리케인 대응에 초저주파 탐지·수중로봇 활용 연구

미국 과학자들은 현지의 고질적인 자연재해인 토네이도와 허리케인의 예측을 도울 수 있는 기술들을 찾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IT전문매체 씨넷(Cnet)에 따르면 음향학을 연구하고 있는 로저 왁슬러 미시시피대 교수는 초저주파 탐지 기술을 토네이도 예측에 활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초저주파는 20헤르츠(Hz) 미만의 주파수를 갖는 음파로, 음이 너무 낮아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소리다. 1963년 핵실험 금지 조약이 체결된 후 다른 나라의 불법 핵실험을 감시하기 위한 기술로 활용돼왔다. 핵폭발 시 발생하는 초저주파를 감지하는 원리다. 그런데 토네이도에서도 초저주파가 발생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다. 씨넷은 "토네이도의 위협을 더 빨리 예보해 사람들이 피난처를 찾는 일 등에 더 많은 시간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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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미국 남부 지방에 발생한 토네이도 피해 현장의 모습./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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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토네이도는 매년 70여명의 인명피해를 내고 있고 작년 한해에만 31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가져왔다.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토네이도의 위치와 속도를 감지하는 현지 기상당국의 레이더 시스템은 토네이도 도착 15분 전에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이미 2003년 미 국립해양대기청(NOBA) 연구진이 실험을 통해 초저주파 탐지 기술을 응용하면 이보다 30분 일찍 알려줄 수 있다고 보고한 바 있지만 자금 문제로 아직까지 관련 연구들이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토네이도보다 재해 규모가 큰 허리케인을 더 빠르고 정확히 예측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각) ‘NBC 커네티컷’에 따르면 미국에서 허리케인은 1980년부터 지금까지 6500여명을 사망에 이르게 했고 8700억원 규모의 손실을 가져왔다. 중대서양지역협회 해양관측시스템(MARACOOS) 연구진은 해저 900미터 아래에서 20km 범위를 이동하며 2분 간격으로 바닷물의 온도와 염도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어뢰 형태의 수중로봇 ‘슬로컴 오션 글라이더(Slocum ocean glider)’를 개발해 시험 사용하고 있다. 먼 바다에서 허리케인이 다가오면 바닷물의 온도와 염도가 변하는데 수중로봇들이 이를 거의 실시간으로 감지함으로써 기상당국의 허리케인 예측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AI 기상예보관 개발 경쟁… 韓 연구진 직접 장마철 데이터 분석해 폭우 예측

컴퓨터의 기상예측 모델에 탑재할 인공지능(AI) 개발도 국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 기상예측용 AI는 수집된 기상 데이터들과 그에 따른 과거 날씨 변화를 학습함으로써 가까운 앞날의 날씨를 예측한다. 2017년 독일을 시작으로 올해 미국과 우리나라도 개발에 나섰다. 우리나라가 개발 중인 ‘알파웨더’의 실제 도입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본은 오는 2023년부터 폭우 12시간 전에 알려주는 AI 기반 경보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중국 선전(深圳)시는 화웨이와 협력해 광둥(廣東) 해안 지역에 AI와 5세대(5G) 통신 기술 기반의 기상예측용 AI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외신 ‘싱크드리뷰(syncedreview)’가 지난 5월 전했다.

민간에서는 구글이 선도하고 있다. 싱크드리뷰에 따르면 구글의 AI ‘나우캐스트’는 레이더 영상 이미지만을 학습함으로써 데이터 효율을 높였다. 과거의 모든 관측 데이터를 살펴볼 필요없이 자사의 이미지 딥러닝 기술을 통해 레이더에 찍힌 구름의 양과 분포, 지리적 특성 등의 변화 패턴만으로 날씨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신 데이터만 빠르게 처리해 결과를 내기 때문에 장기보다는 단기 예측에 우수하다고 한다. 구글 측은 "1시간 후와 같은 단기 예측은 미국 기상청이 내놓은 결과보다 정확하다"고 했다. IBM도 지난 2016년 기상정보 업체 웨더컴퍼니를 인수했다. AI 기반 기상정보 플랫폼 IBM ‘GRAF’는 아메리칸항공, 브리티시항공 등 글로벌 10대 항공사 중 9곳에서 쓰이고 있다.

최근 국내 학계에서는 과거 데이터 분석을 통해 유의미한 예측을 한 사례도 있다. 윤진호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CMIP6’라는 기상예측 모델을 활용해 과거 30년간의 한국·일본 등 동아시아 여름 날씨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 지역의 장마철에 더 많은 비가 내리고 이후 고온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기간도 길어지는 경향을 발견했다고 지난 6월 국제학술지 ‘환경연구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같은 양의 비가 내리더라도 더 짧은 기간 동안 더 많은 비가 내려 그 피해가 더욱 막대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달여 후인 최근 실제로 폭우로 인한 인명·시설 피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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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부터 2017년까지 동아시아 지역의 장마기간(6월 18일~7월 11일·왼쪽)과 이후 건조기간(7월 19일~7월 25일·오른쪽) 강수량 변화 추세. 우리나라의 장마기간 강수량은 늘어났고 건조기간 강수량은 줄어들었다./G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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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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