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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시진핑, `협상연기` 카드로 美에 일격…15일 미중 고위급회의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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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릴 예정이었던 미·중 무역합의 이행점검 고위급 협상이 중국 측 연기 통보로 무산됐다.

14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화상으로 이뤄질 예정이었던 회의가 중국 측 사유로 연기됐으며 새 회의 날짜도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회의 진행이 어렵다고 밝힌 사유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최하고 있는 베이다이허 회의 때문으로 파악된다. 중국 현지에서 이 회의가 계속 진행되고 있어 이번 고위급 화상회의 중국 대표인 류허 부총리의 일정에 변동이 생겼다는 취지다.

매년 8월 초부터 2주 가량 현직 및 은퇴한 중국 공산당 관리들이 총집결해 중국 공산당의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 회의는 중앙위원회나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와 같은 공식 회의는 아니지만 중장기 핵심 국가 전략과 기조가 결정된다.

지난해 8월 중순 종료된 베이다이허 회의에서는 현재 국제적 지탄을 받고 있는 홍콩국가보안법을 만들어 홍콩 내부 분열을 차단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립하는 전략이 결정됐다.

그런데 베이다이어 회의가 연례적으로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개최되는 정례 일정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고위급 협상 무산 이유가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일정을 충분히 고려해 류허 부총리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간 협상 스케줄이 잡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시진핑 주석이 전략적 판단을 내리고 류허 부총리의 15일 대미 고위급 회의 참여를 중단시켰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화웨이에 이어 틱톡, 위챗 사용 제한 등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전방위적 공세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위급 협상을 일방 연기하는 방식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격을 날렸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올해 초 상호 합의한 1단계 무역합의에서 중국이 미국에 약속한 미국산 농축산물 등 대규모 구매계약을 하반기에 적극 이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경고의 시그널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미중이 합의한 8월 15일 고위급 회의는 세계적 주목을 받아왔다.

양국 고위급 인사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초로 머리를 맞대고 미중 간 1단계 무역합의 이행상황을 점검하면서 최근 불거진 중국앱 사용 금지 등 다양한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 브리핑에서 "나는 중국에 매우 화가 나 있다"라고 언급해 양국 간 고위급 화상회의를 앞두고 중국 협상단을 상대로 기선제압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쏟아졌다.

반대로 중국은 제대로 된 고위급 협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미국이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와 차별정책을 멈추고 1단계 무역합의 이행을 위한 '여건 조성'에 노력해야 한다고 항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양국 간 경쟁적 보복관세 부과로 전개된 무역갈등에서 중국이 상호 약속한 협상 일정을 일방 연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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