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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한일관계 악화 속 맞은 광복절…文 "언제든 日정부와 마주앉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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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5일 "피해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원만한 해결방안을 일본 정부와 협의해왔고 지금도 협의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며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최악의 경색국면을 보이고 있는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동시에 한일 양국간 갈등의 발단이 됐던 대법원 징용판결을 언급하며 일본의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2005년 네 분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징용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소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의 배상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홀로 남은 이춘식 어르신은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되자 '나 때문에 대한민국이 손해가 아닌지 모르겠다'고 하셨다"며 "우리는 한 개인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 결코 나라에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이제 단 한 사람의 국민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만큼 성장했고, 그만큼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앞세워 '극일' 메시지를 던졌다면 올해는 대화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한 사람의 국민도 포기하지 않겠다"며 일본에 밀리지 않겠다는 메시지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한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일본과 한국, 공동의 노력이 양국 국민 간 우호와 미래협력의 다리가 될 것이라 믿는다"며 에둘러 일본의 처신을 비판했다. 이어 "우리 국민들은 많은 위기를 이겨왔다"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극복했고 일분의 수출규제라는 위기도 이겨냈고 다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당당한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광복 후에도 멈추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 남은 징용 피해자까지 국가가 끌어안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10조'를 전면에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개인이 나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나라를 생각한다"며 "모든 국민이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는 헌법10조의 시대이고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과거 대한제국 시절 하와이, 멕시코 노동이민을 시작으로 해외에서 피립된 국민들을 구출했던 일, 최근 대통령 전용기까지 동원해 코로나19를 피해 교민들을 귀국시킨 사례까지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나라가 국민에게 해야할 역할을 다했는지 지금은 다하고 있는지 우리는 물어야 한다"며 "자신의 존엄을 증명하고자 하는 개인의 노력에 대해서도 국가는 반드시 응답하고 해결방법에 대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국가를 위해 희생할 때 기억해줄 것이라는 믿음 ▲재난재해 앞에서 국가가 안전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믿음 ▲이국땅에서 고난을 겪어도 국가가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 ▲개개인의 어려움을 국가가 살펴줄 것이라는 믿음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될 것이라는 믿음 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믿음으로 개개인은 새로움에 도전하고 어려움을 감내하고 있다"며 "국가가 이러한 믿음에 응답할 때 나라의 광복을 넘어 개인에게 광복이 깃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에 재시동을 걸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죽기 전에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가보고 싶은 곳을 가볼 수 있게 협력하는 것이 실질적인 남북 협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협력이야말로 남북 모두에 핵이나 군사력의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안보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북미간 '하노이 노딜' 이후 냉각된 남북관계는 올들어선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라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터져나오며 사실상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이전으로 회귀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 합의대로 전쟁 위협을 항구적으로 해소하며 진정한 광복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며 "남북이 이미 합의한 사항을 점검하고 실천하면서 평화와 공동번영의 한반도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남북간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에 이어 생명공동체로서 교류협력을 강조했다. 최근 남북한 모두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확산과 호우 피해 상황과 무관치 않은 언급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 시대 안보이자 평화"라며 "가축전염병과 코로나에 대응하고 기상이변으로 인한 유례없는 집중호우를 겪으며 남과 북이 생명과 안전의 공동체임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안보이자 평화"라고 강조했다.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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