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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광화문 폭우속 수만명 '나라가 니꺼냐' 팻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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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8·15 국민대회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집결하고 있다. 2020.08.15. scch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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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광복절을 맞아 코로나 확산 우려에도 서울 도심 곳곳에선 보수·노동 등 단체들의 집회 시위가 잇따라 열렸다. 이날 정오부터 시작된 집회로, 서울 광화문역 일대는 태극기를 든 인파로 빼곡했다. 1시간여 만에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의 광화문역 6번 출구부터 코리아나 호텔 앞까지 200m 가량 이어지는 인도·차로가 시위대 인원으로 들어찼다. 인원이 몰리며 차량 통제가 되지 않은 도로로까지 시민들이 밀려나자, 경찰은 오후 2시쯤 광화문 교차로에서 덕수궁 대한문까지 이어지는 차도 약 1km 구간 차량을 전면 통제했다.

이날 집회 현장에서는 집결을 제지하는 서울시 직원·경찰과 시위대의 크고 작은 충돌이 이어졌다. 예정됐던 집회가 일부 금지되면서, 제한된 집회 구역으로 시민들이 밀집되기도 했다.

대부분의 시위대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시위에 참가했지만, 현장에서 사회적 거리는 거의 지켜지지 않아 코로나 확산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보수단체, ‘문재인 규탄’ 외치며 수만명 집결…청와대로 행진

이날 낮 12시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전광훈·한기총) 등으로 구성된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와 ‘자유연대’ 시위대 2만여 명(주최측 추산)은 동화면세점 인근에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희범 자유연대 대표는 “경찰과 서울시의 방해가 있지만, 이미 공지한 집회를 취소하는 건 어렵지 않겠느냐”며 “개인별로 흩어져 집회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했다.

당초 이곳은 보수단체 ‘일파만파’가 경찰에 100명 인원으로 집회 신고를 한 장소다. 반면 자유연대는 경복궁역 일대에 2000명 규모의 집회 신고를 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자유연대에 집회 금지 명령을 하며, 합법적으로 집회가 신고된 동화면세점으로 인원이 몰린 것이다. 일부 참가자는 경찰이 정해진 인원 수에 맞춰 입장할 수 있도록 인도에 친 펜스를 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후 1시) 기준 대략 수만 여명이 모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들은 오후 4시 30분쯤 청와대로 행진을 시작했다. 경찰은 대형버스 약 70대를 동원해, 청와대로 향할 수 있는 경복궁 진입로를 통제했다. 그러자 시위대는 정부서울청사 교차로 앞으로 집결했고, “문재인 나와라” “문재인 방빼” 구호를 외쳤다.

경복궁 인근에서 정체됐던 집회는 오후 10시 40분쯤 최종 해산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경찰관에 폭력을 행사하거나 해산 명령에 응하지 않아 체포된 참가자는 총 30명. 오후 8시 30분쯤 한 남성은 집회 현장을 지키던 경찰을 향해 승합차를 몰고 돌진하기도 했다. 이 남성은 청와대 사랑채 인근 검문소에서 붙잡혔고, 범행 경위를 밝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 참가자들 사이 '경찰 진압으로 참가자가 사망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으나, 경찰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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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보수단체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주변에 대규모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2020.08.15. kmx110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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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나라가 니꺼냐?’ ‘문재인 파면하라’

이들은 ‘나라가 니꺼냐’ ‘문재인을 파면하라’ 등의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대통령을 규탄한다” “청와대로 가자” 구호를 외쳤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직권남용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가 “1년을 준비했다. 차도로 나가야 한다”며 시위대를 데리고 차도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에게 제지 받기도 했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이 펜스를 치우고 인도에서 도로로 지속적으로 진입하자, 오후 2시쯤부터는 차량과의 충돌을 우려해 덕수궁 앞부터 세종대로 사거리까지 10차선 도로 약 450m 가량 차량 통행을 제한했다.

경찰이 차량을 통제하자, 참가자 20여명은 오후 4시쯤 세종대로 사거리 도로 중앙에 간이식 의자와 비닐을 깔고 앉아, 태극기와 함께 ‘민주주의 되돌려 달라’는 손팻말을 흔들기도했다.

◇시위대, 마스크 벗고 음식 섭취…코로나 확산 우려도

대부분의 시위 참가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집회에 참석했다. 하지만 인파가 모이는 과정에서 1~2m의 거리두기는 지켜지지 않았다. 일부 참가자들은 습한 날씨에 마스크를 벗거나, 입가에 걸치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마스크를 바닥에 버리는 참가자도 보였다. “마스크를 벗지 말라”는 주최측의 안내에도, 마스크를 벗고 김밥과 빵을 꺼내 길거리에서 식사를 해결하기도 했다.

경찰은 경복궁역을 비롯해 광화문 주변에 대규모 차량과 병력을 동원했다.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한 것이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6000여명의 경력이 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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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8·15 국민대회 집회중 경찰이 세워놓은 바리게이트를 넘어 도로로 나오고 있다. 2020.08.15. scch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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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시위대, 구급차 막았다…“다행히 환자 없어”

이날 오후 4시 10분쯤엔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지나가던 구급차를 막아 세우며 차량의 창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10여명의 시위대는 교통이 통제된 세종대로 사거리를 지나던 구급차를 에워싸고, 그 중 한 참가자는 차량의 뒷문을 열어젖혔다. 차량 안에 구급대원 한 명만 있는 것을 확인한 이들은 “사기꾼들” “정부가 일부러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투입한 것”이라며 차량을 두드렸다.

구급차는 5분 간 사거리에 멈춰 있다가, 경찰이 시위 참가자를 떨어뜨린 뒤에야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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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광복절 집회 참가자 일부가 광화문 일대를 지나가던 구급차를 막아 서고 환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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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날 오후 1시쯤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는 민경욱 전 의원이 이끄는 ‘4·15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국투본) 시위대 4000여명이 “총선 부정선거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재검표를 실시하라’ ‘부정선거 진실규명’ 등의 손팻말을 들었다. 민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뒤, 줄곧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 “수사TF팀 꾸려 집회 참가자 수사”

경찰은 별도의 수사팀을 꾸려 단체 주최측과 참가자를 수사할 방침이다.

이날 오후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29명 규모의 경찰 ‘TF’를 구성해 이날 집회를 강행한 불법 집회 주최자들을 수사한다. 경찰은 ‘집시법상 공공의 안녕을 위협하는 금지집회 주최’ ‘해산명령 불응’ 등의 혐의를 적용해 집회 주최자들에게 즉시 출석 요구를 하고, 채증자료를 분석해 참가자를 추적한다.

앞서 서울시는 코로나 확산을 우려해 이들 단체에 집회금지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일부 보수단체는 집회금지 중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했고, 그 중 일부는 신청이 인용되면서 집회를 강행했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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