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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文 제안 ‘부동산감독기구’, 與만 호응… “통제 그만” 기대보다 우려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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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제안 이후 ‘부동산감독원’ 형태 도입 논의

野 “자유시장경제 부정 발상” “본말전도” 비판

부작용 우려 속… “안되면 또 땜질?” 여론 냉담

세계일보

전세가 품귀를 빚으면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59주 연속 상승하는 등 쉬지 않고 오르고 있다. 사진은 13일 오후 북서울꿈의숲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검토하라고 한 부동산 감독기구가 현행 금융감독원을 모델 삼아 부동산 시장을 감시, 감독하는 이른바 ‘부동산감독원’ 형태로 도입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에 힘을 보태는 발언을 내놓고 있지만, 야권에서는 비관적인 반응 일색이다. 부동산 민심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여론 역시 기대가 아닌 우려 목소리가 더 크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부동산 시장의 감독기구 신설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후 문 대통령이 직접 제안한 만큼 정부와 여당은 사실상 설치를 염두에 두고 초안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합동 특별점검을 진행 중”이라며 “의심 사례를 내사해 형사입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정책위원회와 양경숙 의원은 오는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의 제안과 관련해 “국회 차원의 적극적인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작금의 혼란한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자정 기능에만 맡겨둘 수 없다”며 이같이 말한 뒤 “부동산 시장에서 빈발하는 호가 조작, 허위 매물, 집값 담합, 거짓 정보 유포 등 시장 교란 행위는 선량한 국민에게 큰 피해를 끼치고 있음에도 제대로 적발하거나 단속하지 못하고 있다”고 감독기구 신설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진 의원은 KBS라디오에 출연해서도 “시장 교란행위를 일삼는 투기세력을 제대로 감시하고 단속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주식·금융 시장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과 유사하게 부동산감독원 같은 것도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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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된지 2주만에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이 약 16% 줄어든 것으로 알려진 13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밀집상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야당은 반발 기류가 강하다. 윤영석 미래통합당 의원은 13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 세계에 이런 부동산 감독기관은 없다”며 “부동산이라는 것은 결국 개인의 사유재산을 거래하고 그것을 임대차하는 부분인데 이를 정부가 감독·감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자유시장경제를 부정하는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에 비슷한 공정가격감시원이 있는데 거기는 여러 물건의 거래(도 감시한다)”며 “대한민국에서 대명천지에 이런 발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13일 상무위원회에서 부동산 상시 감독기구 설치에 대해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심 대표는 “지금 시장 과열은 몇몇 불법·탈법 투기 악당들에 의한 것이 아니라 보통 시민들도 부동산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투기적 시장구조 때문”이라면서 “주거복지 책임 부처를 떼어내고 ‘주택청’을 신설해 시장 안정화를 함께 관리하도록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상설 감독기구가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어려운 만큼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의 시장 감시 강화로 개인 간 거래를 위축시키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부동산 감독기구에 대한 실효성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미래통합당 김상훈 의원실에 제출한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 활동 현황’에 따르면 부동산감독원의 모태가 될 수도 있는 정부 부동산 대응반의 내사 실적 중 절반은 ‘혐의없음’으로 종결됐다.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대응반이 내사에 착수해 완료한 110건 중 증거가 불충분하거나 혐의가 없어 종결된 건수는 55건으로 절반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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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김 의원은 “올해 초 부동산 불법 근절을 외치며 범정부 조직을 구성, 특별사법경찰관까지 투입했지만 조사 대상 절반이 혐의가 없었다”며 “대응반을 모태로 부동산 감독기구를 출범시키겠다는 것은 국민의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는 전시성 행정의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주거를 감독하는 기구 신설이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여론의 반감도 감지된다. 그간 부동산 대책이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주면서 집값 폭등으로 이어졌던 사례를 상기하며 감독기구의 효과를 불신하는 분위기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 회원은 감독기구에 설치 관련해 “시장에 대한 정부의 조급함이 보이는 것 같다”며 “임대차3법 통과 및 정부의 초강력 대책에도 집값이 각 단지마다 연일 최고점을 갱신하고 전월세가 폭등하는 부작용을 보면서 국민과 싸워 이기겠다는 오기의 정치, 세수 확보와 표를 얻겠다는 부동산 정치는 이제 그만하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은 부동산대책 여파로 연일 내림세다. 23번째였던 지난 8·4 대책 이후에도 집값 하락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 가운데, 문 대통령의 8월2주차 국정수행 지지도는 전주보다 0.6%포인트 내린 43.3%(TBS 의뢰 리얼미터 조사)를 기록했다. 특히 부동산 세금 강화 등 법안을 밀어붙인 민주당은 전주보다 1.7%포인트 내린 33.4%를 나타내며 1.9%포인트 오른 통합당에 역전됐다.

이런 가운데 또다시 ‘규제’를 위한 감독기구 카드를 언급하자 피로를 호소하는 반응도 적지 않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시장 논리를 알고 대책을 내는 건가”, “통제는 이제 그만”, “감독기구 해보고 안 되면 또 ‘땜질 대책’을 내놓을 것” 등 회의적인 반응이 줄을 이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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