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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개인의 행복" 강조한 文의 경축사, '항일·극일' 왜 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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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진우 , 박가영 기자] [the300]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문재인 대통령, '헌법10조'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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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고 최사진 독립유공자에게 대통령 표창을 추서하고 배우자 박명순 씨에게 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2020.08.15. dahora8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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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경축사에 ‘개인의 행복’이 등장했다. 예년 광복절 경축사처럼 ‘항일’ 혹은 ‘극일’이란 자극적인 메시지는 보이지 않았다. 북한에 대한 경고성 발언도 없었다. 다만, 헌법10조가 명시한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행복추구권이 일본과 북한에 전하는 메시지를 관통했다.


국민 개인의 행복시대...왜?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 주제어를 ‘우리나라’로 정했다. 그러면서 경축사를 통해 “개인의 존엄과 가치, 차이를 존중하며 포용과 조화를 통해 앞으로 계속 발전해 나갈 대한민국”을 강조했다.

이날 경축사의 핵심 키워드는 ‘개인’이었다. 문 대통령은 25분간 이어진 경축사에서 국민 개인의 행복에 방점을 찍었다.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광복을 찾았지만 국민은 과연 그런지 의문이라고 하면서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자유와 평등의 정신에 입각해 사회안전망을 갖추고, 국민들이 안전한 일상을 통해 개성과 능력을 마음껏 발휘토록 해야 한다. 특히 한사람 한사람의 성취를 함께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국가로부터 개인이 희생을 강요당하고, 개인적 삶의 의미를 찾기 힘들 정도로 모든 게 국가에 예속돼 있었던 건 아닌지 지적했다. 그는 국가의 이름으로 개인의 노력을 요구하고, 인권을 억압하던 시대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고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갖는다고 역설했다. 진정한 광복은 개인의 광복이란 얘기다.

문 대통령은 “저는 오늘 75주년 광복절을 맞아 과연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광복이 이뤄졌는지 되돌아본다”며 “개인이 나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나라를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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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0.08.15. dahora8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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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10조의 시대...일본과 북한에 묻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헌법 10조’를 전면에 내세웠다. 헌법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내용으로,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존엄성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10조는 법률가들이 헌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조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인 출신인 문 대통령이 헌법 10조를 들고나온 것도 개인의 행복을 위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외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를 기반으로 탄생한 정부가, 이젠 국민 개개인의 행복추구권과 존엄을 보장하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했다.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국가'가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면서 한 개인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 결코 나라에 손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일본과 한국, 공동의 노력이 양국 국민 간 우호와 미래협력의 다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남북 문제 역시 이 같은 관점으로 접근했다. 어차피 평화와 경제, 생태 등 모든 분야에서 연결된 남과북이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면서 또 국민 모두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여건을 위해 협력하자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진정한 광복은 평화롭고 안전한 통일 한반도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꿈과 삶이 보장되는 것"이라며 "우리가 평화를 추구하고 남과 북의 협력을 추진하는 것도 남과 북의 국민이 안전하게 함께 잘 살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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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5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2020.08.15. dahora8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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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지사에 최고 예우한 文대통령

이날 경축식 행사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애국지사 개인의 숭고한 희생 정신을 기리면서 최고 예우를 갖췄다. 각종 행사에 가장 늦게 등장하는 관례를 깨고, ‘마지막 등장’을 애국지사에게 양보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함께 행사 시작전에 미리 와 애국지사들을 직접 맞이했다.

국내·외 생존한 31명의 애국지사 중 4명(임우철, 김영관, 이영수, 장병하)이 의장대와 함께 행사장에 입장했고, 이때 문 대통령 내·외를 비롯한 모든 참석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애국지사를 맞았다.

문 대통령은 독립유공자에 대한 포상을 하는 자리에서도 애국지사 한명 한명에 대한 존경을 나타냈다. 고(故) 김좌목(애국장)씨의 형제 김순태씨, 고 김병륜(애족장)씨 자녀 김해초씨, 고 박두옥(애족장)씨 자녀 김형근씨, 고 최풍오(대통령 표창)씨 자녀 임방원씨에게는 무대에서 직접 포상했다. 고 최사진(대통령 표창)씨의 아내 박명순(117세)씨는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한 점을 고려해 문 대통령이 직접 자리로 내려가 표창을 수여했다.

특히 이날 김좌진 장군의 후손 송일국씨와 함께 사회를 맡은 이소별씨는 세 살 때 청력장애를 앓아 발음이 다소 부정확했다. 하지만 장애인 역시 국민으로서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누리는 게 중요하다는 걸 모든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 씨를 사회자로 세웠다. 국가 기념식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동 사회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국가가 개인을 보호하지 못했던 시절이 많았지만, 이젠 개인의 행복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다"며 "국가가 개인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는 의미를 이번 경축식에 담았다”고 말했다.

정진우 , 박가영 기자 econph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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