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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간절곶 영상' 분노···내쫓긴 행위예술가 다시 무대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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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예술가 송정배 21일 울산에서 다시 공연

간절곶 공연 무산뒤 지인 도움 재공연 마련해


지난 2일 오후 4시쯤 울산 울주군 간절곶 공원. 흥겨운 음악과 함께 펼쳐진 거리예술가의 공연에 마스크를 쓴 채 산책하던 시민들의 시선이 쏠렸다. 넌버벌 퍼포먼서(대사 없이 진행하는 공연자, 주로 몸짓과 소리만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사람) 송정배(42)씨의 공연이었다.

공연 중반부쯤, 시민 30여명이 모였을 때였다. 갑자기 공원 관리자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호루라기를 불며 무대로 난입했다. 그는 송씨가 공연을 하던 도구를 뺏어 휙 집어 던지며 “가!”라고 소리쳤다. 이어 당황해하는 송씨를 바라보면서 ‘거리예술가’라고 쓰인 배너를 발로 차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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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울산 울주군 간절곶 공원에서 거리예술가의 공연에 관리인이 난입해 공연을 중단시켰다. [사진 송정배 거리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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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자 송씨는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며 공연을 마쳤다. 그러면서 송씨는 “저는 2020년 울주군 거리예술가로 선정됐으며 정식 허가를 받고 공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공연장에 난입한 남성은 “난 공원 관리소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모이면 안 된다”라고 했다. 시민들은 “설명도 없이 난입해 공연을 중단시키느냐”며 “사과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송씨는 이날 무대를 접고 대전 집으로 향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 일생 처음으로 공연이 중단됐다. 눈앞의 아이들을 보며 참았다. 다시는 간절곶에 갈 일이 없을 듯하다”는 글과 함께 당시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송씨가 울주군에서 활동하는 증거자료로 찍었던 영상이다.

영상은 이른바 ‘간절곶 동영상’으로 인터넷에 퍼졌고, 공연을 막은 울주군에는 비판여론이 쏟아졌다. 울주군은 이에 해명자료를내고 “해당 관계자는 공원 관리소장이 아니다”며 “공원 관리를 하는 사설 경비업체 직원인데, 이런 불상사가 발생했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울주군수는 송씨에게 사과했다.

송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울산에 대한 나쁜 감정은 없으며 예술가로서 무대에 서는 것은 당연하다. 울주군과의 예정된 공연은 차질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절곶에서 공연방해를 받은 게 처음은 아니었다. 화가 나서 그런 글을 올렸다”며 “3주 뒤 좋은 기회가 생겨 다시 울산을 찾을 예정이다. 그때 못다 한 공연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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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울산’이라는 주제로 오는 21일 오후 4시30분 남구 달동문화공원에서 개최되는 거리예술가 김광중씨와 송정배씨의 합동 공연. [사진 김언지 프리랜서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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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씨가 새로 할 공연은 울주군과 진행하는 게 아니다. 새 공연은 유튜버(언지TV)이자 프리랜서 리포터로 활동 중인 김언지(35·여)씨가 성사시켰다.

김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예술가가 봉변당하는 영상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공연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거리예술가 김광중씨와 음향 감독 등에 연락해 함께 울산에서 게릴라공연을 하자고 제안해 성사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비로 공연장을 예약하는 등 공연을 적극적으로 준비했다.

이 공연은 ‘웰컴 울산’이라는 주제로 오는 21일 오후 4시 30분 남구 달동 문화공원에서 개최된다. 프리랜서 리포터 김씨가 사회를, 영상제작은 HI-Rec, 음향은 석형음향, 장비는 한국 종합렌털, 디자인은 온더덩★에서 맡는다. 모두 거리예술에 재능을 기부하기로 의기투합하면서 성사된 공연이다. 현장 방역은 ‘벌레 잡는 총각들’에서 맡는다.

김씨는 “이번 사태를 해결해 나가면서 울산시민께 울산이 문화 불모지가 아니라 산업 도시이자 문화예술 도시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다. 많은 시민이 공연을 보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넌버벌 퍼포먼서 송씨도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이 공연을 보고 힘냈으면 하는 마음뿐”이라고 했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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