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수요, 임대차 수요 한꺼번에 몰리며 시장 왜곡
-집값보다 1000~5000만원 더 비싼 전세 보증금
-갭투자 주인이 떠넘기면 임차인 손실 위험 커져
-외지인 투자나 갭투자 늘어난 지역 저가 아파트 주의보
전세품귀 현상에 ‘패닉렌트(공황전세)’ 수요가 움직이면서, 전셋값이 매맷값보다 더 비싼 이상 현상이 수도권과 지방 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확산세다. 특히 외지인 · 갭투자가 증가한 지역에선, 매수 수요와 임대차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이 같은 시장 왜곡 현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전세품귀 현상에 ‘패닉렌트’가 이어지면서, 수도권 및 지방 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매맷값을 넘어서는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임차인의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은 서울 강북 아파트 전경.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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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부동산 빅데이터 전문기업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호평동 라인그린 아파트가 속한 경기 남양주시는 전국에서 최근 3개월 간 갭투자 매매거래가 가장 많이 증가했다. 남양주시에선 이 기간 267건의 갭 투자가 일어났고 이어 ▷경기 화성시(156건) ▷서울 노원구(144건)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137건) ▷경기 용인시 기흥구(127건) 순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남양주 지역에서 매매 후 직접 거주하지 않고 전월세 계약을 진행한 거래 중, 매매가격과 전세보증금 차이가 1000만원도 되지 않는 거래가 9건에 달했다. 전세보증금이 오히려 집값보다 비싼 거래도 눈에 띈다.
평내동 효성타운 84㎡는 5월 말 매수 뒤, 6월 12일 전세계약서를 썼다. 매매는 2억5100만원에 이뤄진 반면 전세는 그보다 1900만원 높은 2억5100만원에 나갔다. 전셋값이 매맷값을 역전한 셈이다.
시선을 다른 수도권으로 돌려봐도 사정은 비슷하다.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의 샘터 2단지 59㎡는 6월 2억1500만원에 전세가 나갔는데 앞서 매맷값이 2억2400만원으로 고작 900만원 차이에 그쳤다. 해당 아파트는 최근 3개월 간 갭투자만 62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갭투자가 활발한 아파트다.
전세보증금이 집값보다 높으면, 계약 만기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 특히 갭투자가 많은 지역의 중저가 아파트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임차인 입장에선 집값 하락 시 보증금 손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적은 돈으로 매매 차익을 기대한 집주인이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헐값의 집을 넘기면 보증금 보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전셋값이 매맷값보다 높은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면서 “세입자 스스로 보증금을 낮춰 차라리 반전세로 거주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또 “순수 전세 매물이 없는 ‘전세품귀’가 이어지다보니, 이상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임차인 입장에선 시세를 잘 살펴보고, 다른 매물을 찾아보는 것이 낫겠다”고도 했다.
집값의 20%나 보증금을 더 내 사례도 있다. 경기 부천시 중동의 해링턴플레이스 59㎡는 최근 2억9178만원에 매매 거래가 이어졌는데, 이 매물이 뒤에 전세보증금 3억4000만원에 계약서를 썼다. 마이너스 갭이 5000만원나 된다.
최근 집값 상승에 6·17 대책 전까지 규제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아 외지인 투자가 이어졌던 대전도 접근이 쉬운 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셋값의 매맷값 역전이 나타나고 있다. 유성구 송강동 청솔태영 아파트 59㎡도 6월 15일 97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이뤄졌는데 일주일 뒤인 22일에는 1억2000만원에 전세 계약서에 서명됐다. 전셋값이 2300만원이나 더 높다.
올들어 8월 둘째주까지 집값이 11.5%(한국감정원 기준) 오르며 전국에서 8번째로 상승폭이 컸던 대전 서구에서도 집값을 넘어선 전세보증금 계약이 나타나고 있다. 구봉마을 주공 8단지 49㎡ 9층는 6월 18일 1억1799만원에 팔렸는데 7월 15일에는 1억7000만원에 전세가 나가며 5200만원이나 전셋값이 더 높았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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