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서울에서만 30년을 살았는데, 이제는 버티기 힘드네요.“
‘서울 엑소더스(대탈출)’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집값은 계속 오르는데 정부 규제로 대출마저 막혀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서울 거주자들이 대안으로 경기권 아파트 매수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가 한국감정원 아파트 매매거래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서울 거주민이 사들이는 경기도 아파트는 2만1998건으로 작년 상반기(6743건)보다 3.3배나 늘었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수치다.
서울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곳은 고양으로 2819건이었으며 남양주(2371건), 용인(1953건), 김포(1504건), 수원(1502건). 의정부(1315건), 부천(1182건), 안양(1047건), 성남(978건), 광명(839건) 등이 뒤를 이었다. 상위 10곳 모두 서울과 인접한 지역이다.
서울 거주자들이 경기권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집값이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올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값은 9억5033만원, 전세는 4억9922만원에 달했다. 경기도의 경우 평균 아파트값이 4억806만원으로 서울 전세값보다 더 낮다.
내년 초 결혼을 앞둔 직장인 정모 씨(33)는 “예전에는 서울에서 한 번 밀려나면 다시는 못 돌아온다는 말을 농담처럼 했는데, 정말 현실이 되고 있다”며 “서울에서 신혼집을 구하고 싶어도 매매는커녕 전세조차 힘들 것 같아 경기권으로 집을 알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 조사에서는 7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값이 10억원을 넘었다. 구별 평균 매매 가격은 ▲강남(20억1776만원) ▲서초(19억5434만원) ▲송파(14억7738만원) ▲용산(14억5273만원) ▲광진(10억9661만원) ▲성동(10억7548만원) ▲마포(10억5618만원) ▲강동(10억3282만원) ▲양천(10억1742만원) 순으로 높았다.
특히 주거가 불안정한 2030 청년층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표한 ‘청년층의 지역 간 인구이동 현황 및 특징’에 따르면 2007~2018년 약 11년간 서울 청년 인구의 유입비율은 9.4%인 반면 유출비율은 19.9%로 두 배 높았다. 같은 기간 경기 지역에서는 청년인구의 유입 비율이 21.5%로 유출 비율(10.0%)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임대차3법’ 등 부동산 대책의 풍선효과로 전세 가격이 치솟고,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임대인이 늘면서 청년층의 서울 이탈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계획, 지하철 연장, 도시철도 개통 등으로 서울로의 출퇴근 부담이 줄어든 것도 엑소더스의 이유로 꼽힌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상반기에도 서울 집값이 계속 올랐고, 특히 전세 거주 부담도 커져 탈 서울을 결심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에서의 수요 유입이 늘고 경기 대부분 지역이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묶인 만큼 시세 대비 합리적 가격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아파트 청약 열기도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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