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의원 "무책임한 답변" 지적에 李 "지적 받아들이겠다"
이흥구 대법관 후보자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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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구(57·사법연수원 22기) 대법관 후보자가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법농단 사태가) 또 발생하면 대법관이 아니라 판사로서 거부하고 직을 걸겠다"고 말했다. 여당 청문위원인 김용민 의원이 "사법농단 사건을 잘 아실텐데. (양승태) 대법원장이 정점이 되어 발생한 사태다. 그런 상황에 처하신다면 어떻게 하실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벌어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여당과 검찰은 '사법농단'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대법원에서 사용하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보다 강도높은 표현이다. 하지만 이 대법관은 '사법농단'에 대한 질문에 호응하며 "그런 상황은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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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반발하자 "구체적 내용 모른다"
이 대법관의 답변에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야당 청문위원이자 검사장 출신인 유상범 위원은 "현재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고 (4명의 전현직 판사)가 연거푸 무죄를 받았다"며 "사법농단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는 아시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후보자가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른다. 재판에 외부 개입이 있다는 취지로 들었다"고 말했다. 앞선 답변과 다소 결이 달라진 것이다.
유 위원은 "사법농단 내용도 모르시는데 어떻게 대법관 후보가 그렇게 답할 수 있냐. 무책임하다"고 하자 이 후보자는 잠시 침묵하다 "위원님의 지적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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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후보자, 정말 모르고 모른다 했나
이 후보자의 "사법농단의 구체적 내용을 잘 모른다"는 답변은 이 후보자가 앞서 국회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와 다소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자의 서면답변서에는 이른바 '사법농단' 혹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이 후보자의 견해를 묻는 청문위원들의 질문이 다수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는 서면답변서에서 "사법농단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개선책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하여 법원행정처에 집중되어 있던 사법행정의 권한을 분산하고 의사결정 과정이 보다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 후보자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발 방지를 위해 구성한 사법행정자문회의 재판제도분과위원장이다. 법원 내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법관이란 뜻이다. 이에 이 후보자의 "직을 걸겠다"는 답변이 이 후보자의 솔직한 견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후보자는 다만 법관 탄핵을 묻는 김용민 의원의 질문에는 "구체적 생각은 하지 안해봤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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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비판은 독립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야당 청문위원들은 이 후보자에게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 비판한 '8.15 광복절 집회 허가 판결'에 대한 견해를 묻기도 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사법부에 대한 비판과 판결에 대한 논평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 후보자는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법관의 독립을 어떻게 지킬 것이냐"는 야당 조수진 위원의 질문에는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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