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와 예스24가 함께 뽑은 이달의 경제경영서 주제는 '새로운 시대의 혁신'입니다. 21세기 최고 혁신기업 넷플릭스의 기업문화와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창업에 성공하는 젊은 기업가들의 비밀을 만나봅니다. QR코드를 찍으면 온라인 서점으로 연결됩니다.
1997년 리드 헤이스팅스가 마크 랜돌프와 창업한 넷플릭스는 온라인으로 고객의 주문을 받아 우편으로 DVD를 대여해주는 초라한 사업이었다. 창업 2년 차에 예산 손실액만 5700만달러에 달했다. 2000년 블록버스터에 자신들의 회사를 5000만달러에 인수 제안을 했다가 두 사람은 문전박대를 당했다. 그로부터 8년 뒤 '골리앗' 블록버스터는 파산을 선고했다.
10년 만의 드라마틱한 역전의 비결을 헤이스팅스는 블록버스터에 없었던 한 가지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절차보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능률보다 혁신을 강조하며 통제를 최대한 자제하는 기업문화 덕분에 넷플릭스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세상이 변하는 속도에 맞춰 변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문화는 바로 '규칙 없음'이다.
에린 마이어 인시아드 교수와 공저한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의 첫 책이 나왔다. 마이어 교수는 기업문화가 얼마나 겉만 번지르르하고 모호한 언어인지 서두부터 꼬집는다. '진실, 소통, 존중, 탁월'을 외쳤던 회사가 회계부정으로 파산한 엔론이었다. 넷플릭스 문화는 매사에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으로 이미 악명이 높다.
2009년 넷플릭스가 사내용으로 만든 '컬처 데크'는 실리콘밸리를 충격에 빠뜨렸다. 슬라이드 127장 중 "적당한 성과를 내는 직원은 두둑한 퇴직금을 주고 내보낸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스타를 맞이할 자리가 생겼다"는 항목이 있다. 이는 에이미 에드먼슨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교수의 '심리적 안전'에 위배된다.
그는 혁신을 이루려면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 분위기가 편안하고 안전하게 바뀔수록 혁신은 활발해진다. 심지어 휴가 규정과 학인 절차도 없다. 휴가 기간을 정해주지 않는 것은 월차 한 번 내기도 쉽지 않은 착취적인 근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인데 이를 특전인 양 포장한 것이다.
마이어 교수는 넷플릭스가 지나치게 남성적이고 호전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럼에도 이들의 자유와 책임의 문화가 압도적인 성과를 내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심지어 2018년 4만5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무기명 조사에서도 넷플릭스는 '가장 행복한 직원' 부문에서 2위에 올랐다. 가장 놀라운 건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있으면서도 대여업에서 스트리밍으로, 추억의 콘텐츠를 팔던 회사에서 직접 만드는 회사로, 미국 내수 기업에서 190여 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으로 계속 변신했다는 점이다.
헤이스팅스는 마이어의 의문에 '실패가 만든 기업문화'였다는 명확한 답을 건넨다. 그는 1991년 퓨어 소프트웨어를 설립했다. 능력 있는 직원이 출장비를 과다 사용하거나 개를 데려와 양탄자에 구멍을 낸 적이 있었다. 이를 금지하기 위해 사내 규정을 만들자 통제를 싫어하는 창의력이 남다른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이로 인해 빠른 혁신이 불가능해졌다. 회사는 결국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고 1997년 회사를 경쟁사에 매각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 넷플릭스에서는 규정 대신 자유와 혁신을 택했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해결책이 '규칙 없음'이다.
산업 패러다임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시대에는 기업이 하루아침에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 헤이스팅스는 변화하는 조직을 위해 자유와 책임을 최우선 순위로 올린 것이다.
실제로 넷플릭스에는 의사결정 승인과 급여 등급도, 핵심 성과지표도, 목표 관리법도, 성과급 보너스도 없다. 회사를 정글처럼 만들면서도 업계 최고 보수로 인재 밀도를 강화했다. 헤이스팅스에 따르면 일반적 결재 시스템에 비해 경비가 10% 늘었지만 규정 없음으로 얻은 이득은 훨씬 크다. 마이어 교수는 200여 명이 넘는 직원들과 인터뷰를 했는데, 경영자에 관한 당돌한 발언을 하면서도 그들은 신분을 숨기지 않았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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