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1 (일)

이슈 음주운전 사고와 처벌

음주운전 벤츠에 숨진 치킨 배달 가장 靑청원, 40만 넘어섰다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올라온 지 하루만… 경찰청장 “엄정 수사”

세계일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한밤 중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이 만취 상태로 운전을 한 30대 여성이 모는 벤츠에 치여 숨진 사건이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올라온 지 하루 만에 답변기준(20만명)의 2배인 4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사망한 50대 남성의 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인은 “저희 가족은 한 순간에 파탄났다”며 “제발 살인자가 법을 악용해 빠져나가지 않게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에 경찰청장까지 나서서 이번 사건에 대한 엄정 수사를 약속했다.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9월 9일 01시경 을왕리 음주운전 역주행으로 참변을 당한 50대 가장의 딸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에 오후 5시15분 현재 40만70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전날 시작된 이 청원은 게시 하루 만에 답변 기준의 2배를 넘어섰다. 올라온 지 한 달 안에 청원 참여 인원(동의자)이 20만명을 넘어서면 청와대나 정부 관계자들이 공식 답변을 해야 한다. 해당 청원글 참여인원은 지금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청원인은 “지난 새벽 저희 아버지는 평소처럼 치킨 배달을 하러 가셨다”며 “그날따라 저녁부터 주문이 많아서 저녁도 못 드시고 마지막 배달이라고 하고 가셨다”는 말로 글을 시작했다. 그는 “배달을 간지 오래됐는데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찾으러 저희 어머니는 가게 문을 닫고 나섰다”며 “그 순간 119가 지나갔고 설마 하는 마음에 저희 가게에서 2㎞ 근방에서 저희 오토바이가 덩그러니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어 “구급차는 이미 떠났고 남겨진 구급대원에게 ‘의식이 있나요’라는 한 가지만 물어봤다고 한다”며 “대답을 해주지 않는 구급대원을 보고 저희 어머니의 세상은 무너졌다”고 덧붙였다. 청원인 아버지는 결국 영안실로 옮겨졌다.

그러면서 청원인은 경찰서에 사망 사건 진술서를 쓰러 갔던 일을 회상했다. 청원인은 “경찰서에 갔는데, 작은 방에서 어떤 여자가 하염없이 울더라”며 “‘설마 저 사람이 가해차량 운전자냐’고 물으니까 (경찰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전했다. 그는 “직접 가해차량 블랙박스까지 확인했는데, 저 멀리서 오토바이 불빛이 보였고 아무 걱정 없는 아빠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사라졌다”면서 경찰이 차량 속도 등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세계일보

경찰은 가해자 얼굴을 보겠다고 한 청원인을 만류했다고 한다. 청원인은 인터넷 뉴스를 통해 접한 사고 당시의 목격담을 전하기도 했다. 가해자가 사고 직후 119보다 변호사를 먼저 찾았다는 등의 내용이다.

청원인은 “왜 경찰서에서 난동을 안 피우고 나왔는지 너무 한이 된다”며 “세상 세상 저런 쓰레기한테 우리 아빠가 죽었구나, 우리 아빠 불쌍해서 어떡하나”라고 털어놨다. 그는 “제발, 제발 최고 형량이 떨어지게 부탁드린다”며 “아무리 실수여도 사람이 죽었고, 7남매 중 막내가 죽었고, 저희 가족은 한 순간에 파탄났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희 아빠는 본인 가게니까 책임감 때문에 배달하셨다”며 “배달 알바(아르바이트생)를 쓰면 친절하게 못한다고 한계가 있다고 본인이 갖다줘야 한다고 (했다)”고 덧붙엿다. 그는 “(아빠는) 일평생 단 한 번도 열심히 안 산 적이 없다”며 “이렇게 보내드리기엔 제가 너무 해드리지 못 한 게 많다”고 하소연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9일 인천 중구 을왕동의 한 편도 2차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자신의 벤츠 차량을 몰고 가던 A(33·여)씨가 중앙선을 넘은 뒤 마주오던 치킨 배달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를 몰던 B(54)씨가 크게 다쳐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다. 사고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0.08% 이상)을 넘는 0.1% 이상이었다고 한다.

경찰은 A씨에게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을 적용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A씨 차량 조수석에 타고 있던 동승자에게 음주운전 방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함께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건을 두고 공분이 일자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김병구 인천경찰청장에게 “해당 사고에 대해 신속·엄정하고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수사하라”는 지시를 내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은 ”갑작스럽게 가장을 떠나보낸 유족들의 아픔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해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정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사고 관련자 및 블랙박스, CCTV 등에 대해 면밀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B씨의 딸이 한 배달 서비스 앱에 아버지의 사고 소식을 알리며 “치킨이 안 와서 속상하셨을 텐데 이해해 주시면 감사드리겠다”는 댓글을 남겨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