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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검찰개혁과 멀어진 수사권 조정안…후속 개혁들 흔들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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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령 의견수렴 이후

[경향신문]



경향신문

수갑 내놓은 경찰들 “수사권 조정안 반대”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령에 반발하는 경찰들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경찰청 교육장 앞에서 수갑을 반납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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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 늘어나면서 “개혁 취지 어긋나” 비판
수사권 기계적 분리, 현장 혼선 예고…자치경찰제는 ‘표류’
수사본부 논의 답보…출범 시한 넘긴 공수처에도 영향 우려

정부가 입법예고한 검경 수사권 조정(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 시행령 의견수렴이 오는 16일 종료된다. 당사자인 경찰과 검찰은 물론 시민사회단체와 법조계 일부에서도 시행령이 개정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 시행령 발표 후 이어진 논쟁

정부는 지난 1월31일 ‘특권 없는 공정한 사회를 위한 권력기관 개혁 후속조치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추진과제로 내세운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자치경찰제 시행 및 국가수사본부 설치, 국가정보원 개혁 중 가장 빠른 진척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 수사권 조정이다. 국회를 통과한 관련 개정법이 2월4일 공포됐고, 법안의 세부 사항을 정한 시행령은 지난달 7일 입법예고됐다.

개정법 통과 때까지만 해도 ‘아쉽지만 어느 정도의 개혁을 이뤘다’는 평가는 시행령이 입법예고된 이후 뒤집어졌다. 다수 전문가들은 시행령이 검찰개혁이라는 모법의 취지와 어긋났다고 본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지적을 받는다. 개정 검찰청법은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개 범죄 등으로 규정했다. 검사의 직접 수사를 축소한다는 것이 법개정의 취지였지만, 시행령에서 마약범죄를 경제범죄로, 사이버범죄를 대형참사 범죄로 규정하는 등 일부 범위가 늘어났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는 “수사권 조정의 큰 방향은 ‘수사는 경찰, 기소와 공소유지는 검찰이 한다’였고 이는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된 사항이었다”며 “갑자기 경찰에 수사 권한을 모두 줘버리면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과도기적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권 범위를 좁게 인정한 것인데, 시행령에서 너무 넓어졌다”고 말했다.

검경 사이의 수사권을 기계적으로 분리해 문제라는 분석도 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4급 이상 공직자의 부패범죄, 5억원 이상 경제범죄는 검찰이 수사하도록 돼 있다”며 “수사 과정에서 공범들의 직급, 수사 액수 등이 바뀌면 수사권을 어떻게 나눌지 혼선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형소법 시행령 주관부처가 법무부 단독으로 돼 있는 것도 논란이다. 임 교수는 “검찰이 법무부의 외청이어서 법 해석에 검찰의 이해관계가 경찰에 비해 과도하게 반영될 우려가 있다. 행정안전부와 공동 주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의 1차 수사 종결권을 두고 경찰 권력의 비대화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국민들이 접하는 사건 상당수가 경찰에서 진행된다.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돼 이에 대한 수사통제권은 미비하다”며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는 지금보다 축소하고 경찰의 수사 통제는 더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 자치경찰제·국수본은 언제

정부 권력기관 개혁이 첫발부터 삐끗거리면서 후속 개혁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된 자치경찰제와 국수본은 현재 논의가 거의 멈춰졌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사무를 분리해 이원화하려 했던 자치경찰제 모델은 지난 7월 당·정·청 발표에서 일원화 모델로 결정됐다. 별도 자치경찰 조직을 신설하는 데 많은 예산이 든다는 것이 이유 중 하나였다.

일선 경찰 현장에서는 ‘결국 하나의 조직에서 일하는데 자치경찰과 국가경찰로 이름만 바꾸는 일을 왜 하느냐’ ‘자치경찰이 지자체의 잡무를 처리하는 역할을 해 치안 업무에 집중 못할 것’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8일 “이름만 자치경찰에 머무는 당정안대로 통과될 경우 경찰권력의 비대화와 치안 공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국수본은 직접적인 논의 테이블에조차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국수본은 치안·행정을 담당하는 일반 경찰과 수사를 맡는 수사 경찰을 분리하기 위한 조직이다. 조직 변화를 위한 법안(경찰법개정안)이 국회에서 먼저 통과되어야 하는 만큼 이후 여야 간의 논의가 지난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경찰개혁을 위해서는 경찰의 정보활동 개혁이 더 시급하다고 말한다.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이 금지되면 정보경찰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경찰은 경찰법 제3조에 따라 ‘치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를 할 수 있다. 정보경찰 등 경찰 수사 상황에서 모인 정보가 적절한 통제장치 없이 상급기관에 보고된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난 7월 경찰청이 명확한 내부 기준 없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피소 사실을 청와대에 직보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국정원 개혁 역시 여야 간 공방이 거세 합의안을 도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정원법 개정안은 직무 범위에서 국내 정보 업무와 대공 수사권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이에 반발하는 야당은 새로운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지난 7월15일로 법정 출범 시한을 넘겼지만, 여전히 실체가 없는 조직이다. 공수처장 임명을 위한 후보추천위원회도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임 교수는 “(수사권 조정이 논란을 남긴 채로 통과되면) 공수처 논의 등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공수처와 수사권 조정은 떼려야 뗄 수가 없다”며 “공수처, 검찰, 경찰이 서로의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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