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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성착취물 실태와 수사

피해자 죽음 부른 미성년 성착취물, 두번만 제작해도 29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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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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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을 이용한 성착취물 제작, 몰래카메라 촬영, 허위영상물 배포 등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양형기준이 마련됐다. 특히 죄질이 나쁜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두 번 이상 제작했을 경우 최대 29년 3개월까지 형을 선고할 수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는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양형기준이란 법관이 형을 정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원칙적으로 구속력은 없지만 양형기준을 벗어나는 형을 선고하는 경우 이유를 기재해야 하므로 합리적 이유 없이 양형기준을 위반할 수는 없다. 그동안은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만 마련되어 있었다. 그래서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인 손정우가 징역 1년6월을 선고받는 등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진다는 비판이 일었다. 양형위원회는 “스마트폰 등 디지털 매체의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범죄 발생 빈도수가 증가하고 있음을 고려해 객관적이고 엄정한 양형기준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구입만 했더라도 최대 6년9개월



가장 엄격한 양형기준이 설정된 부분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다. 기본이 5~9년, 가중처벌할 경우 7~13년형을 선고하도록 권고했다. 이는 13세 이상 청소년을 강간했을 때(기본 5~8년, 가중 6~9년)보다 더 높은 기준이다.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이를 시도하고, 학업 중단 등 심각한 피해를 겪은 경우 특별가중인자로 인정돼 최대 19년6월까지 선고할 수 있다. 이렇게 죄질 나쁜 성착취물을 두 번 이상 제작했을 경우에는 최대 29년3월로 형량이 대폭 올라간다.

죄질 나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두 번 이상 판매했다면 법관은 최대 27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단순 구입만 했더라도 다수의 범죄를 저질렀다면 최대 6년 9월을 선고받을 수 있다.

형을 깎아주는 감경요소의 기준은 높아졌다. 이전에 형사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상당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으나 재판에 넘겨진 게 이번이 첫 번째라면 이는 감경요소가 될 수 없다. 만약 유포된 성착취물을 비용과 노력을 들여 직접 회수한다면 이는 특별감경요소로 인정된다. 양형위는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가해자가 자발적으로 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n번방’ 사건 양형기준에 영향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범죄의 경우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한 범죄를 두 번 이상 저질렀다면 최대 6년9월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이를 상습적으로 돈을 받고 팔았다면 최대 18년까지 형이 늘어난다.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의 범행은 특별가중인자에 해당할 수 있다. 양형위는 ▶다수인이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범행한 경우 ▶범행을 주도적으로 계획 또는 실행을 지휘하는 등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 경우 ▶인터넷 등 전파성이 높은 수단을 이용해 촬영물 등을 유포한 경우 형을 특별히 더 늘리는 요소로 포함했다. 이전에 다른 성범죄나 성매매 전과가 있다면 이 역시 특별가중인자가 된다.

이 밖에도 허위 영상물 반포 등의 범죄와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 범죄, 통신매체 이용 음란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안도 마련됐다.



이젠 법원에 돈 내도 감경 안 돼



디지털 성범죄 5개 범죄 전체에 ‘상당 금액 공탁’은 감경인자에서 제외됐다. 이는 피해 회복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해 상당한 금액을 공탁한 경우를 의미한다. 피해자는 공탁금을 찾아갈 수 있다. 법원은 그동안 피해배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상당한 공탁금을 낸 경우 양형을 깎아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피해자가 합의를 원하지 않는데 돈만 내면 감형해주는 건 ‘유전무죄 무전유죄’와 다를 바 없다”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양형위는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한 양형 요소이므로 감경인자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확정된 양형기준안은 공청회와 행정예고 등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오는 12월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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