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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노선, 수수료와 공짜노동 없고 정년 보장되는 택배…배달 과로 해법으로 떠오른 쿠팡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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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택배노동자 과로 대책 촉구

경사노위, 배달종사자 사회안전망 편입 합의

택배기사 과로사 사회문제로 부상

택배기사 정규직으로 직고용한 쿠팡의 실험

복지혜택 등 대기업 부럽지 않은 근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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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부천신선센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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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회원 전용 포털 카페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XX택배 정말 구하기 힘든 꿀노선 받아가세요'라는 제목이 붙었다. 이른바 '꿀노선'이란 한정된 지역에 배송 물량이 많은 노선이다. 배송하는 물품 개수에 따라 수수료를 챙기는 수입 구조상 이른바 돈이 되는 노선인 셈이다. 이 카페 글엔 '하루 평균 (배송) 300개 이상, 급여 650만원 이상'이라고 적혀 있다. 연봉으로 따지면 최소 7800만원이란 얘기다. 대기업 정규직 부럽지 않은 금액이다.



배송 물건 많은 '꿀노선', 많이 벌지만 과로 위험 노출



꿀노선일수록 노동강도는 쎌 수밖에 없다. 수수료 욕심에 하나라도 더 배달하려는 택배기사에게 드리운 위험이다. 과로사의 원인이어서다. 올들어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기사의 사망사고는 7건이다. 최근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비대면 경제활동으로 택배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고, 추석까지 겹쳐 업무량이 폭증하고 있다. 택배노동자의 과로와 안전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대책을 지시했다. 이에 앞서 국토교통부는 10일 분류작업 인력 한시적 충원, 휴게 시설 확충 등을 담은 권고안을 각 택배회사에 보내 협조를 요청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16일 '배달노동종사자의 산재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내놨다. 노사정 당사자와 노동·교통 전문가가 5월부터 4개월 여 동안 머리를 맞대 내놓은 대책이다. 단순히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차원을 넘어 사회안전망으로 편입시켜 일반 근로자와 똑같은 건강·안전 대책을 각 경제 주체에게 촉구하는 내용이다.

이런 가운데 택배기사와 관련된 각종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쿠팡의 근로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타사와 비교되는 쿠팡 체계…"우리는 자영업자 아닌 정규직원"



쿠팡의 남양주 1캠프에서 택배기사(쿠팡은 이들을 '쿠친-쿠팡친구'라고 부른다)로 일하는 김수훈(30)씨는 "예전 회사와는 근무체계나 복지, 산업안전 체계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4년 전 쿠친이 됐다. 2년 동안 다른 택배회사에서 일했다. 김씨는 "우리는 회사의 정규직"이라며 "월급을 받고, 60세 정년 보장에 주당 근로시간, 연월차, 4대 보험 가입, 퇴직금, 건강검진 등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법의 적용을 받고 일한다"고 말했다.

다른 택배회사의 배송기사는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회사와 운송 계약을 맺고 배송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챙기는 위탁운영(지입제)으로 돈을 번다. 노동법상으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다. 따라서 고용안정은 물론 사회보험, 병원비, 학자금 등 근로자가 누리는 복지혜택을 기대할 수 없다. 모두 자부담으로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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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쿠팡 서초1배송캠프에 서있는 쿠팡 배송차량. 차량 번호판이 흰색이다. 회사 소유로 직원에게 제공된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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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울산본부 조합원 등 택배노동자들이 14일 오전 울산시청 인근에서 택배, 화물운송, 집배 노동자의 과로사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택배차량 행진을 하고 있다. 차량 번호판이 영업용 노란색이다. 택배기사 본인 소유로 지입차량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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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쿠팡의 배송차량은 모두 흰색 번호판이다. 회사 소유로 회사가 제공한다. 그러나 다른 택배기사는 영업용 번호판인 노란색을 달고 있다. 자기 소유로 수리비, 기름값, 자동차보험료 등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예전 택배회사와 비교할 때 월급이 적을 수 있지만 자부담이나 복지혜택을 고려하면 비슷하거나 오히려 임금이 높을 수 있다"는 설명을 붙여서다. 쿠팡의 평균 연봉은 4000만원 정도다. 복지혜택을 제외한 금액이다.



복지 기금 200억원 조성…학자금, 보육비, 통신비까지 지원



쿠팡의 근로시스템은 다른 택배회사에선 찾기 힘들다. 오히려 여느 중소기업 근로자보다 낫다는 평가다. 근로시간은 주50시간 미만으로 주5일 근무한다. 이틀의 휴식이 무조건 보장된다는 뜻이다. 공휴일을 쉬는 것은 물론이다. 4대 보험은 의무적으로 가입하고, 별도로 가족을 포함한 단체보험도 있다. 본인과 자녀의 학자금·보육비가 지원된다. 특히 택배기사 본인이 학위를 취득하고 싶다면 이 또한 지원한다. 4개 사이버대학의 입학금과 등록금은 물론 학업성적이 좋으면 회사가 별도로 장학금을 준다. 연차휴가는 15일 이상 보장하고, 택배기사에게 가장 큰 부담인 통신비까지 지원한다.

이를 위해 200억원의 기금을 회사가 조성했다. 이석호 쿠팡 전무는 "직원의 복지를 위해 회사가 자체 조달해 재원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쿠친 1년 3개월 새 3배 늘어…대체 배송 가능해 휴가도 마음껏



그렇다면 근로시간이나 연차휴가 등이 택배기사에게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을까. 김씨는 "대체로 눈치 안 보고 쓸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이유가 꿀노선이란 개념 자체가 없어서라고 한다. 꿀노선이 생긴 이유는 전담 노선제 때문이다. 운송계약을 체결할 때 노선을 지정한다. 대부분 택배사가 이런 방식으로 배송체계를 운영한다. 하지만 쿠팡에선 모두 정규직원이어서 전담 노선이 없다. 누군가 휴가를 가서 자리를 비우게 되면 다른 쿠친이 그 노선을 메운다.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쓰고, 근무시간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배경이다. 이를 위해 쿠팡은 쿠친 인원을 크게 확충했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4489명이던 쿠친이 올해 9월 13일 현재 1만2190명으로 3배가량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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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들은 택배물량이 크게 증가하는 추석연휴가 다가오기 전 택배 분류작업에 인력을 추가투입해 택배노동자의 노동 부담을 줄일 것을 요구했다. 9일 서울 시내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택배 물품을 분류하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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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무는 "수수료가 아닌 월급제여서 다른 택배사와 달리 배송물량이 많은, 즉 꿀노선에 배정되면 쿠친에게 오히려 불만이 생긴다"며 "꿀노선 자체가 없다"며 웃었다. 형평성 차원에서 배송 물량을 조절한다는 얘기다.



배송지로 물건 분류하는 '공짜 노동' 없어…"출퇴근 일정해"



배정 물량을 조절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배송지 별로 물건을 분류하고 차에 싣는(상차) 직원이 따로 있다. 무려 5000여 명이다. 이들이 물량을 조절해 각 택배차량에 싣는다. 다른 택배사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제도다. 대부분 택배사는 분류와 상차 작업을 택배기사에게 맡긴다.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택배노동자들이 오전 7~8시에 출근해서 3~6시간 분류작업을 한다. 이러다 보니 실제 배송은 오후 2~3시에 출발한다"며 "누군가는 다음날을 위해 충전하려 잠을 자는 시간에 택배 노동자는 밤 12시까지 배송을 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분류와 상차작업을 택배기사에게 맡기는 것은 택배 직무와 어긋난다. 그래서 '공짜 노동'이라는 말이 나온다.

쿠팡은 상차와 분류 직무를 맡은 직원이 따로 있는 까닭에 쿠친은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오후 7~8시면 업무를 마친다. 물건이 실려있는 차를 몰고 나가 배송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예측 가능한 삶을 누릴 수 있고, 가족도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시스템이 노동강도를 확 줄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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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민주노총에서 열린 '코로나, 추석물량 폭증 운송 배달 노동자 과로사 대책 촉구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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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타 택배회사는 난감하다. 대기업 계열의 모 택배회사 관계자는 "쿠팡이 근로 환경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택배를 비롯한 물류시장의 사정을 고려할 때 현재의 위탁배송 시스템을 확 바꾸기는 어려워 고민"이라고 말했다.



다른 택배사 고민 깊어져…"택배종사자, 자영업자 아닌 노무 제공자로 여겨야"



어수봉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부 교수(전 최저임금위원장)는 "당장 직접 고용과 같은 쿠팡식의 체계를 모든 택배사가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렇다 해도 쿠팡 시스템을 모델로 삼아 택배 종사원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 교수는 "택배기사를 자영업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노무 제공자라는 측면으로 접근해 산업안전과 최소한의 보수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되 노사 간의 협약으로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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