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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상냥한 20대 여성 아나운서들의 두 얼굴…뒷담화 유출돼 파문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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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아나운서 곤란하게 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대화 녹음하고 유포한 건 잘못이라는 지적도 나와

세계일보

일본의 한 방송사에서 20대 신입 여성 아나운서들의 사적인 대화가 유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누군가가 없을 때 사적인 공간에서 뒷담화는 누구에게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단순 비방일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일이 사실로 확인되고 소셜미디어(SNS)를 타고 일본 전역에 전달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평소 상냥하고 바른 모습만을 보던 시민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이 가운데 매일 얼굴을 마주하며 함께 일한 동료직원들과 선배 아나운서가 느꼈을 기분은 다른 사람보다 더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상냥한 20대 여성 아나운서들의 두 얼굴

16일 일본 주간문춘 보도에 따르면 아나운서 대화는 지난 2일 SNS에 게재됐다.

익명의 게시자는 SNS에 ‘모 방송국 젊은 여자 아나운서 M, I의 본성’이라는 글과 함께 이들이 나눈 대화를 녹음해 음성파일로 유포했다.

내용은 같이 일하던 남성 추정 동료를 헐뜯고 비난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M, I이라고 지칭된 이들은 “매우 더러운 스태프와 밥을 먹어야 한다”하고 하자 “털이 많아서 무서웠다. 원숭이처럼 보였다” 등 함께 일하는 동료 직원을 비하했다.

또 선배 아나운서를 지목하며 “그 선배 일없잖아”라는 말에 “그 사람 그만둘 생각 없어”, “있어도 의미 없어”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특히 일에 대한 의욕 없이 결혼 후 주말 정도 일하길 바라는 대화가 유출돼 아나운서 지망생들을 분노하게 했다.

“결혼해서 적당한 (매니지먼트) 사무소에서 소속돼 주말만 일하고 싶다”는 말에 “그게 최선이다. 이를 위해 실적을 이 방송국에서 만들고 있다”고 했다.

◆설마 했던 사실

폭로는 처음 누군가 악의적으로 조작한 내용 정도로 인식됐다. 익명의 게시자에 방송국명만 나왔을 뿐 누가 어떤 이유로 이같은 험담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나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 조작이 가능하고 대화 속 인물들이 여성인 것은 분명하나 실재 방송국 아나운서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도 없었다.

특히 방송화면에서 늘 반듯한 모습에 상냥했던 아나운서가 이같은 막말을 했으리라고는 쉽게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컸다.

하지만 얼마 후 폭로된 내용이 모두 사실로 드러나면서 충격이 배가됐다.

해당 방송국이 SNS 떠도는 소문을 듣고 조사를 벌인 결과 SNS에서 오른 M, I는 모 방송국 25세 23세 신입 아나운서로 확인됐다.

이들은 해당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하며 자사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름을 알렸고 예쁜 외모로 팬들의 지지를 받아 온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누가 왜 이같은 일을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방송국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회사 내부 ‘공지실’(사내 공지 등을 하는 곳)에서 이같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는데 공지실이란 곳은 내부 관계자가 아니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이라고 한다.

방송사 관계자는 “(두 여성 아나운서는) 2년 전 입사한 이들”이라며 “지난해 말쯤 공지실에서 나눈 대화가 누군가에 의해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문제를 일으킨) 이들을 불러 사정을 들은 결과 두 사람 다 자신들이 한 대화라고 인정했다”며 “이들은 해당 직원과 선배 아나운서를 찾아가 사과했다”고 전했다.

◆뒷담화 유출돼 파문

이들의 대화는 방송국 내부는 물론 사회에도 큰 충격을 안겼다.

의혹이 언론이 아닌 확산성이 빠른 SNS에 올랐고 정화된 표현이 아닌 실제 나눈 대화가 그대로 전달됐기 때문이다. 또 앞서 이들이 방송에 나와 대중에 보였던 모습과 달리 남을 헐뜯고 비하하며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던 이유도 있다.

이에 SNS에서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큰 실망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남몰래 욕이나 험담 정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뒷담화가 공개된 이상 비난 대상이 된 당사자뿐 아니라 이를 지켜본 사람들도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반면 이들 신입 아나운서를 곤란하게 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대화를 녹음하고 유포한 건 잘못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이들에 대한 처분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또 내부 소행으로 추정될 뿐 누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두 사람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고 공개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방송국 측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일본 속담에 ‘벽에 귀 있고 문엔 눈 있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도 안 듣는 데서라도 말조심해야 한다’는 뜻으로, 두 사람은 당시 이 교훈을 잠시 잊었던 거로 보인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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