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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 "작업거부 철회하지만...분류작업 문제제기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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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18일 서울 시내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택배 물품을 분류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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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와 민주노총 전국택배연대노조가 추석 택배 분류작업 거부 계획을 발표 하루 만에 철회했다. 정부와 택배업계가 추석기간 지원인력을 투입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자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택배노조는 그러나 “분류작업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것은 아니다”라며 근본 대책을 요구하기로 했다.

대책위는 18일 오후 “오는 21일로 예정된 택배노동자들의 분류작업 전면거부 계획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작업 거부에는 전체 택배노동자의 약 10%에 달하는 4,00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었다. 대책위가 계획을 철회한 건 전날 국토교통부ㆍ고용노동부와 택배업계가 마련한 ‘추석 성수기 택배종사자 안전 보호 방안’에 따른 것이다. 택배업계는 분류ㆍ배송 지원인력 등 일 평균 1만여명을 투입하고, 정부는 장시간 노동을 방지하기 위한 인력현황 점검 및 현장지도를 한다는 내용이다.

명절 성수기에 정부 차원 협의를 통해 인력지원이 성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는 이번 대책이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에는 다소 미흡하나 정부의 의지와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태완 택배노조 위원장은 “이번 계획은 배송은 하되 본업이 아닌 분류작업만 거부하겠다는 것이었다”며 “분류인력이 지원된 만큼 우리도 업무에 충분히 협조하되, 이번 추석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필요한 법ㆍ제도를 더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택배노동자 과로사의 주된 원인으로 분류작업을 지목해왔다. 최근 노동시민단체 ‘일과건강’이 상반기 택배기사 8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71.3시간에 달했고 이 중 약 43%가 분류작업에 투입됐다. 근로자의 주 52시간 이상 노동은 불법이지만, 특수형태근로자(특고)인 택배기사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노조는 분류작업이 추가 수수료도 없는 사실상 ‘공짜노동’이라며 이를 분리하면 장시간 노동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택배노동자들은 식사시간은 물론 생리현상에 필요한 최소한의 휴식시간까지도 분류작업과 맞바꾸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인한 택배량 증가는 이들을 극한 노동으로 내몰고 있다. 경기도에서 일하는 11년차 택배기사 오모(40)씨는 “이전에는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쉬지 않고 일하면 저녁 8~9시쯤엔 집에 갈 수 있었는데, 코로나19 이후로는 새벽 5~6시에 나와도 밤 12시가 다 돼서야 눕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9명의 택배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고, 이 중 7명이 과로사로 산재를 인정받은 상황. 하지만 전체 택배노동자 4만여명 중 7,000여명만 산재보험에 가입해 있을 뿐이어서, 더 많은 관련 노동자들이 위험에 빠져도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택배노동 실태조사를 한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택배노동자들은 장시간노동을 하면서 제시간에 배달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도 스트레스를 받지만 실질적으론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이들의 안전실태에 대한 특별 감독을 하고, 국회도 특고 노동자들까지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충분히 보호받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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