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개미 달래는 LG화학 "배터리社 지분70% 유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 결정에 대한 소액주주 반발이 거세지면서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한 LG화학이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차동석 부사장이 직접 나서 배터리 사업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이 상장하더라도 기존 주주들의 지분 희석을 막기 위해 LG화학이 절대적인 지분을 계속 보유할 예정이라고 강조하는 한편 LG에너지솔루션 해외 상장 가능성도 열어뒀다.

1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17일 오후 4시 주주와 투자자를 대상으로 콘퍼런스콜을 개최했다. 배터리 부문 분사 소식이 알려진 16일 LG화학 주가가 5.37% 하락한 데 이어 이사회를 통해 분사가 확정된 17일에도 6.11% 추가 하락하는 등 시장이 예상 밖으로 부정적 반응을 보이자 투자심리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이날 콘퍼런스콜은 기존 주주들이 신설법인 주식을 갖지 못하는 물적분할을 배터리 사업 분사 방식으로 택한 것에 대한 주주들 실망감을 불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차 부사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배터리 사업 가치 극대화는 물론 외부 자금 유치에 있어 물적분할 방식이 장점이 훨씬 많다고 판단했다"고 물적분할을 택한 배경을 밝혔다. 배터리 신설법인을 상장해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하고, 이 자금을 활용해 배터리 사업에 적극 투자할 수 있어 신설법인 외형과 수익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차 부사장은 "배터리 사업 성장 가속화는 존속법인인 LG화학 주주가치에 반영될 것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LG화학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 부사장은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더라도 관례상 외부 지분 비중은 20~30% 수준에 불과하며 LG화학은 배터리 자회사에 대해 70% 이상 절대적인 지분을 계속 보유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내년부터 전지 부문 수익 확대로 현금 창출 규모가 확대되는 만큼 외부 자금 조달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며 상장에 앞서 외부 차입이나 프리IPO를 실시할 계획은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프리IPO는 상장 이전에 일정 지분을 투자자에게 매각해 자금을 유치하는 방법이다.

차 부사장은 상장 시기와 관해서는 "곧바로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통상 1년 정도는 걸린다"며 "법인 설립 후 상황을 보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설법인 출범일인 12월 1일 직후 상장을 추진하더라도 일러야 내년 말에나 실제로 상장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차 부사장은 이날 신설법인의 미국 상장 가능성을 내비쳐 눈길을 끌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차 부사장은 신설법인 기업공개(IPO) 무대로 미국 나스닥 등 해외 증시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상장에 대해 깊은 계획은 없다"면서도 "(해외 상장에도) 오픈돼 있으며 규모나 적정성 등을 감안할 때 배제할 요소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미 동시 상장에 대해서도 "가능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차 부사장은 이와 관련해 LG디스플레이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 전신인 LG필립스LCD는 LG전자와 네덜란드 필립스 간 합작법인으로, 2004년 상장 당시 국내 증시에 상장하면서도 미국에서 주식예탁증서(DR)를 동시 상장해 주목받았다. 당시 이 프로젝트를 성사시킨 주역은 LG전자 CFO였던 권영수 현 LG 부회장으로 알려져 있다. 권 부회장은 LG화학의 초기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일으킨 주인공으로 LG화학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한미 양국에서 동시 상장한다면 적지 않은 이점이 있을 것으로 본다. 미국은 LG 배터리 사업 주 무대 중 하나인 데다 세계 1위 기업으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데도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나스닥은 상장 요건이 코스피에 비해 간소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차 부사장은 배터리 사업 실적 전망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올해 3분기 실적 관련 시장 예상치(컨센서스)는 6500억원 수준이지만 실제 실적은 그 이상일 것"이라면서 "올해 배터리 사업 매출은 12조~13조원을 예상하며 내년에는 10조원대 후반 매출을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24년 매출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30조원으로 추가 매출 발생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차 부사장은 석유화학, 첨단소재, 바이오 등 존속법인에 남게 될 사업들 가치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 고도화와 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 사업 확대, 신약 개발 등 성장 기회를 적극 활용하고 관련 기업 인수·합병(M&A)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노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