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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조 맡겼는데…국민연금 운용역 4명 대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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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국민연금공단 전경 [사진 제공 =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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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자산 규모가 752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공단의 기금운용본부 직원 4명이 상습적으로 마약을 투약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전북경찰청 마약수사대는 18일 "상습적으로 대마초를 피운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대체투자를 담당했던 책임 운용역 A씨와 전임 운용역 B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모두 30대로 미혼인 이들은 지난 2~6월 A씨 집에 모여 대마초를 흡입했다. A씨가 대마를 구해 와 나머지 세 사람과 함께 피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대마초를 피운 사실이 있다"고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이들 자택 등을 수색했지만 대마초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경찰은 이들에 대한 간이 마약시약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오자 모발과 소변 등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했고, 4명 중 일부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범행을 모두 시인했다"면서 "국과수 결과를 종합해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마초는 이들 중 한 명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혐의는 국민연금공단이 자체적으로 적발하면서 드러났다. 직원들 사이에서 '대마초를 피웠다'는 소문이 있어 공단 감사팀에서 확인한 결과 사실로 판명돼 지난 7월 경찰에 고발했다.

국민연금은 이후 지난 9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4명에 대해 모두 해임 조치했다. 대마를 흡입한 혐의를 받는 운용역 4명은 모두 대체투자실 내 인프라투자실에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 대체투자실은 부동산투자, 사모벤처투자, 인프라투자실로 나뉘어 있다. 대체투자실 소속 운용역은 60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현재 인프라투자실 소속 운용 인력은 14명이다. 4명의 운용역이 인프라투자실을 떠나면서 적잖은 인력 공백이 나타난 셈이다. 국민연금은 7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공개채용을 통해 운용 인력을 충원할 방침이다.

국민연금에서 대체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지난 6월 말 기준 국민연금 자산 752조2000억원 가운데 대체투자에 투입한 자산은 약 90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12%에 달한다.

국민연금은 장기적으로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고 대체투자를 늘리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어 이 분야 중요성이 커지는 추세다.

문제의 운용역들이 근무했던 인프라 부문 투자금액은 약 26조1000억원으로 국민연금 전체 자산의 3.5%, 대체투자 자산 중 28.9%를 차지한다. 4명의 운용역이 떠난 현재 10명 남짓의 인력이 이 자산을 빠듯하게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운용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대체투자는 주식, 채권과 같은 전통적 자산이 아닌 부동산, 사모투자, 인프라 투자 등을 말한다. 이 밖에도 항공기, 선박 등 다양한 투자자산이 대체투자 영역에 포함된다. 혐의를 받는 4명의 운용역 중 대부분은 해외파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물건 검토를 위한 해외 현지 출장이 잦은 대체투자 특성상 해외에서 공부하거나 업무를 본 경험이 있는 인력이 상당수 포진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연금에서 이 같은 기강 해이 사건이 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에는 내부감사 결과 해외사무소 인사 운용이 부적정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2017년 2월에는 퇴직 예정자 3명이 투자 계획과 진행 상황 등 기금 운용 기밀정보를 개인 외장 하드와 컴퓨터 등에 옮겨 담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측은 "공단은 대마초를 피운 혐의를 받는 4명에 대해 자체 적발, 업무 배제, 고발 조치를 했고 엄중함을 고려해 해임했다"며 "향후에도 중대한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주 = 박진주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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