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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투·주택자금 최대한 땡기자"…신용대출 나흘새 9천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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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닉 신용대출 ◆

매일경제

18일 한 시중은행 창구에서 은행원이 고객에게 대출 상담을 해주고 있다. 초저금리 기조에 정부 규제 전 신용대출 수요까지 몰리면서 5대 대형은행의 마이너스 통장(한도대출) 신규 취급액은 14~17일 나흘간 7799억원 늘어 지난주 같은 기간보다 66.9% 증가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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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에 다니는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1억원 한도로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했다. 직장 동료들이 이달 초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에 참여해 쏠쏠한 이익을 봤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다. A씨는 "일단 1억원 여유가 생겼으니 다음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주 청약에 돈을 넣어볼까 한다"고 말했다. 예전 같으면 돈이 필요할 때 대출을 받지만 최근 신용대출 규제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마이너스 통장을 최대한 받아놓기로 한 것이다.

# 올해 결혼한 30대 직장인 B씨는 최근 부부 앞으로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총 2억원을 받았다. 서울에서 20평대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이 목표지만 은행에는 '결혼·생활자금' 정도로만 알렸다. B씨는 "은행이 주택 매매 전후 신용대출 자금 흐름까지 볼 수 있다는 얘기가 있어 수개월 전이지만 미리 신용대출을 일으켰다"며 "이자 비용이 아쉬워도 저금리라 그나마 부담이 덜하고 혹시 대출이 안 나와 내 집 마련을 못하게 될 것에 비하면 푼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 규제 전에 낮은 금리로 일단 대출을 받아놓고 나중에 투자처를 찾으려는 사람들로 신용대출 가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재테크·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신용대출을 덜컥 받았는데 재테크 방법이 고민이다' '신용대출을 2억원 받았는데 갭투자를 할 수 있는 수도권이나 세종시 아파트가 있나' 등 문의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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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초년생인 20대의 대출 수요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형은행의 올해 1~8월 신용대출 취급액 추이를 연령대별로 보면 20대가 받은 신용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0% 늘어 전 연령대 중에서 가장 큰 증가율을 보였다. 뒤이어 30대 30%, 40대 20% 수준이었고, 50대와 60대는 취급액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사회 초년생이고 소득 수준이 적은 20대에서 대출이 증가한 것은 주식 투자 수요뿐 아니라 취업난 등에 따른 생계자금 수요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용대출 수요 증가와 맞물려 비대면·모바일로 초간편해진 신청·집행 절차 덕에 신용대출 급증세는 더 가속화하고 있다. 당장 돈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일단 받아놓고 보자'는 심리가 손쉽게 실제 대출로 이어지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신용대출 가수요는 마이너스 통장 급증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은 지난 17일 기준 마이너스 통장 한도가 23조원까지 늘어났다. 이 중 7조4664억원만 실제 대출이 실행됐다. 나머지 15조5000억여 원은 정부 규제로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일단 받아놓고 보자'는 가수요로 해석된다.

초저금리와 정부 규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신용대출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대부분 대출 용도를 명확히 구분하기도 어렵다. 필수적인 생활자금과 투자 등에 우회적으로 쓰이는 가수요 등이 섞여 있다는 의미다.

서울에서 디저트 업체를 운영하는 30대 중반 C씨 사례만 봐도 대출 용도가 다양하다. C씨는 최근 인터넷은행에서 연 4.5%에 5000만원 한도로 신용대출을 받은 뒤 1000만원은 가게 운영자금, 2000만원은 자취방 전세보증금, 나머지 2000만원은 주식 투자에 썼다. 그는 "이자가 월 20만원도 안 되니 월세라 생각하고 부담하고 있다"며 "배달 등으로 가게 수입이 근근이 나오고 투자로 10%만 수익을 보면 이자 지출보다 두 배 넘게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막연한 투자수익 전망에 기대 대출이 급등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경제 타격이 심한 상황에서 시장 변동성이 커져 자산가치가 하락할 때가 문제다. 투자수익은커녕 원금 손실로 순식간에 빚더미가 불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 청년층 등 약한 고리에서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계자금이든 신용대출 가수요든 신용대출로 모든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부동산 담보대출 등을 규제로 다 막아놓은 부분을 일부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순 기자 /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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