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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유명희, WTO 사무총장 선거 2라운드 진출... 美·EU 우군 만들기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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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1라운드를 통과했다. 총 3라운드로 치뤄지는 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유 본부장이 최종 당선될 경우, 첫 여성 WTO 사무총장이자 우리나라 최초 사무총장이 된다.

산업부와 WTO 사무국은 유 본부장이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차기 WTO 사무총장 선출 절차 1차 라운드를 통과해, 2차 라운드에 진출하게 됐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1라운드에서는 총 8명의 후보 중 멕시코의 헤수스 세아데, 이집트의 하미드 맘두, 몰도바의 투도르 울리아노브스키 등 3명이 탈락했다.

조선비즈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WTO 본부에서 사무총장 후보자 정견 발표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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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현직 통상장관, 25년 경험 인정받아

유 본부장은 영국의 리엄 폭스 국제통상부 장관,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마지아드 알투와이즈리 경제·기획부 장관, 케냐의 아미나 모하메드 문화부 장관,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은행 전무 등 5개국 후보자와 3라운드 진출을 두고 경쟁하게 된다.

이번 1차 라운드 통과는 회원국(164개국) 중 가장 많은 표를 가진 유럽연합(EU·27개국)의 영향이 컸다. 앞서 EU는 1차 지명자로 유 본부장을 비롯해 케냐와 이집트, 나이지리아 출신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다수의 회원국들은 유 본부장이 현직 통상장관으로서 25년간 쌓아온 전문성, 선진국, 개도국과의 다양한 협상 타결로 구축된 리더십을 높게 평가했다"며 "무역 자유화를 통해 경제발전을 이룩한 한국의 경험 등을 주목을 받았다"고 했다.

산업부는 지난 7월부터 외교부, 재외공관 등과 함게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WTO 선거전을 지원하고 있다. 산업부와 외교부는 주제네바 대표부 및 각 국 재외공관 간 삼각채널을 구성해 163개 WTO 회원국과 각 국 제네바 대표부, WTO 회원국의 주한 공관을 대상으로 지지교섭 활동을 해왔다.

◇정부, 美·EU 우군 만들기 주력… 2라운드 다음달 초 발표

역대 WTO 사무총장 선거를 봤을 때 미국, 중국, EU, 일본 등 강대국의 영향이 커 이들의 지지를 받는 것이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이번 선거에서 아프리카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EU은 표심이 나뉠 수 있다. 영국의 폭스 후보가 유럽 출신 후보로 1라운드를 통과했지만, 폭스가 과거 국제통상부 장관 재직 시절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주도했던 인물이라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반감이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에 상당수 유럽 국가가 영국 대신 아프리카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 이런 구도를 넘기 위해 동맹국인 미국의 지지를 요청하는 상황이다. 유 본부장은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3일간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미국 정부 통상관계자들과 면담을 했다. 트럼프 정부가 WTO에 적대적인 입장이지만,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을 지지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AMCHAM)도 지난 14일 성명서를 내고 차기 WTO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한 유 본부장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암참은 "유 본부장은 국제무역과 세계 경제에 전례 없는 어려움이 있는 시기에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수호자다. 원칙에 기반한 리더임을 증명한 유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다.

◇ 일본 부정적 태도가 걸림돌 될 수도

다만 일본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지난 6월부터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한 WTO 분쟁 해결 절차를 재개한 만큼, 유 본부장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지난 6월 유 본부장이 WTO 사무총장직 도전을 공식화했을 때도 "주요국과 이해 충돌을 빚고 있는 국가의 후보가 사무총장으로 선출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언급하며, 사실상 유 본부장의 선출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아시아·아프리카계 여성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2라운드에 진출한 후보 중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와 케냐의 모하메드 후보가 유 본부장과 같이 여성 후보로 모두 아프리카 출신이다.

1라운드 이후 치러지는 2차 라운드는 이달 24일부터 10월 6일까지 예정돼 있다. WTO 회원국 대표가 1라운드 통과자 5명의 후보자 중 최대 2명을 선택하도록 하고, 지지도가 가장 낮은 3명의 후보를 떨어뜨린다. 2라운드 결과는 다음달 6~7일쯤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최종 2명만이 살아남아 치러지는 마지막 3라운드는 별도 투표절차 없이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나라가 없는 경우 합의된 것으로 간주하는 '컨센서스(합의)' 방식을 통해 사무총장을 추대한다. 만약 합의가 여의치 않으면 불가피하게 투표로 결정된다. 최종 3라운드 결과는 이르면 10월 말, 늦어도 11월 7일까지는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박성우 기자(foxps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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