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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호부견자'에도 침묵했던 김홍걸…결국 '불명예 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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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현수 , 이해진 , 권혜민 기자] [the300](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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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0.9.1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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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인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결국 당에서 제명됐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 의원은 DJ와 각별한 인연이 있었던 이들까지 등을 돌리며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민주당 입당 4년 8개월, 국회의원 당선 5개월 만에 생긴 일이다.



입당 4년 8개월 만의 제명된 김홍걸

민주당은 18일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고 김 의원을 제명했다. 김 의원은 지난 16일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당 윤리감찰단에 회부됐다. 윤리감찰단장을 맡고 있는 최기상 의원이 제명을 이낙연 대표에게 요청했고, 이 대표는 최고위를 열어 제명을 결정했다. 최고위에서 이견은 없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윤리감찰단은 김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지만, 감찰 업무에 성실히 협조할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며 "당의 부동산정책 취지에 부합하지 않은 부동산 다보유로 당의 품위를 훼손했기에 최고위를 긴급 소집해 제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비례대표 신분이기 때문에 제명됐다고 해서 의원직을 상실하진 않는다. 비례대표는 자진 탈당하는 경우에만 의원직을 잃는다. 따라서 김 의원은 즉시 무소속 의원으로 전환된다. 부동산 의혹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돼 무소속으로 남은 양정숙 의원과 같은 사례다.

김 의원에게 쏟아지는 의혹은 부동산 등 재산과 관련돼 있다. 김 의원은 총선 전 주택 3채를 신고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분양권 하나를 더 신고해야 했다. 2016년에 주택 3채를 잇따라 구입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그 중 처분한 1채는 자녀에게 증여했다. 국민 눈높이와 다를 수밖에 없는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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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 김대중 대통령 서거 11주기 사진전 개막식' 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홍걸 의원 등 참석자들이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2020.8.1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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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감찰에 성실히 응하지 않아"


김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알려지자 정치권 내부적으로 원색적인 비난이 나왔다. 정의당은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김 의원을 겨냥해 "그야말로 호부견자(虎父犬子·아버지는 호랑이, 아들은 개)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의 명예에 누를 끼쳤다는 것이다.

민주당도 가만 있지 않았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 "총선에서 당선된 의원 가운데 총선 당시 신고 재산과 지금 신고 재산 사이에 차이가 나는 경우가 드러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김 의원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걸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이 대표와 김 전 대통령의 남다른 인연을 거론한 이들도 있었다. 이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를 시작했다. 하지만 당대표가 되면서 신설한 당 윤리감찰단에 김 의원을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과 함께 1호로 회부했다. 문제가 있다고 봤고, 행동에 옮겼다.

하지만 윤리감찰단의 제명 요구가 이렇게 빨리 나올 것이라는 건 예상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김 의원이 "감찰에 성실히 협조하지 않았다"는 말로만 설명을 대신했다. 김 의원이 부동산 투기 의혹 등에 대해 적극적인 소명이나 해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외부적으로도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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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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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비서관도 "결단을 내려라"

민주당 내의 대표적인 동교동계로 꼽히는 김한정 의원이 남긴 글도 치명타였다. 김한정 의원은 이날 김홍걸 의원을 겨냥해 "기다리면 피할 수 있는 소나기가 아니다"며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홍걸 의원의 치부라고 할 수 있는 2002년 이른바 '최규선 게이트'까지 거론했다.

김한정 의원은 "2002년 김대중 대통령 임기 말, 사업가 최모씨가 대통령 3남에 돈을 대고 여러 이권에 개입했다는 폭로가 터져나왔다"며 "김 대통령은 당시 제1부속실장으로 곁을 지키던 제게 LA에 머물고 있는 3남 홍걸씨를 만나보고 오라고 명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혹시 알아볼 눈길을 피해 샌프란시스코 공항 주변 호텔방에서 (김홍걸 의원을)만났다"며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홍걸씨는 입을 열었다"고 밝혔다. "액수의 차이가 있지만 수차례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청탁을 들어준 일은 없다". 김홍걸 의원이 김한정 의원에게 당시 남긴 말이다.

2002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맡고 있던 김한정 의원은 김 전 대통령에게 바로 보고를 했다고 한다. 그는 "그 때 대통령님의 낙담과 충격의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며 "속이 타던 여사님은 눈물을 보였다"고 했다.

김한정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공보비서로 정치에 입문한 뒤 청와대 제1부속실장으로 김 전 대통령을 보필하는 등 대표적인 'DJ 사람'으로 꼽힌다. 심지어 김홍걸 의원이 2016년 1월 민주당에 입당할 때 김한정 의원이 입당을 권유했다.

김한정 의원은 "지금 김홍걸 의원이 처한 사정에 대해 변호하고 옹호할 수 없는 상황이 한탄스럽다"며 "집을 여러 채 구입했는데 납득할 설명을 못하고 있다. 가장 곤혹스러운 일은 김대중 대통령님과 이희호 여사님을 존경하고 따르던 많은 분들의 실망과 원망"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 이해진 , 권혜민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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