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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산소호흡기 치료 중…'라면 화재' 인천 초등생 형제, 여전히 의식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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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모두 중환자실서 치료 중

형은 화상 심각…수면제 투여 후 산소호흡기 치료

아시아경제

인천 미추홀구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14일 미추홀구 빌라에서 초등학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를 일으켰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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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라면을 끓이려다 화재가 발생해 중상을 입은 인천 초등학생 형제가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닷새째 의식을 찾지 못하고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


18일 복수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이들 형제는 현재 서울 한 화상 전문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 중 형인 A(10) 군은 화재 당시 검은 연기를 많이 흡입해 자가 호흡이 힘든 상태로,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A 군은 화상이 심각해 의료진이 수면제를 투여해 치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생인 B(8) 군은 전날(17일) 호흡 상태가 다소 개선되면서 의료진이 산소호흡기를 제거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산소호흡기를 제거하자 재차 자가 호흡이 되지 않아, 18일 오후까지도 형과 함께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앞서 지난 14일 오전 11시10분께 인천시 미추홀구 한 4층짜리 빌라 2층 집에서 이들 형제가 라면을 끓이던 중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A 군은 전신 40% 화상을 입었고, B 군은 이보다 경미한 1도 화상을 입었지만 장기 등을 다쳐 위중한 상태였다.


이들 형제는 불이 나자 119에 전화를 걸어 "살려주세요"라고 다급하게 외쳤다. 소방당국은 휴대폰 위치를 추적, 불이 난 장소를 확인하고 출동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불은 2층 집 10평(33㎡) 내부를 모두 태운 뒤 이날 오전 11시29분께 진화됐다.


형제는 기초생활 수급 자녀로, 평소 학교에서 급식을 통해 끼니를 해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학교가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급식을 먹을 수 없게 되자, 스스로 라면을 끓여 식사를 준비하려다 이같은 변을 당했다.


학교는 희망 가정 자녀를 대상으로 긴급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형제의 어머니 C 씨는 돌봄교실 이용 신청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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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 외벽이 17일 오전 검게 그을려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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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C 씨가 A 군과 B 군 형제를 방임·학대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지난달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인천시에 따르면, C 씨는 지속해서 이들 형제를 방임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18년부터 올해 5월까지 C 씨가 A 군 형제를 돌보지 않고 방치한다는 주민 신고가 세 차례 접수됐다.


인천 아동보호 전문기관은 이같은 문제를 두고 C 씨와 상담을 진행했고, C 씨에게 집안 내 청소 등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라고 권고했으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해당 기관은 지난 5월12일 C 씨를 방임 및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인천가정법원에 피해아동보호명령을 청구했다.


다만 법원은 지난달 27일 보호명령 청구를 기각했다. 대신 재판부는 아동과 모친을 격리하는 것보다 심리 상담이 바람직하다며 상담 위탁 보호 처분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C 씨는 1주일에 1차례씩 6개월 동안 전문기관 상담을 받고, A 군과 B 군은 12개월 동안 상담을 받을 방침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대면 접촉이 힘들어지면서 상담은 성사되지 못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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