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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유튜브로 온 퀴어퍼레이드 “우리는 어디든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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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자, 그러면 제21회 서울 퀴어퍼레이드 행진을 시작합니다!” 19일 오후 6시10분쯤, 유튜브로 생중계된 ‘어디서나 무지개 라이브’에서 사회를 맡은 셀럽맷·한채윤씨가 외치자 6개의 분할된 화면이 등장했다. 각기 다른 공간에서 무지개 깃발을 들고 선 사람들이 보였다.

퀴어퍼레이드는 매년 6월쯤 거리와 광장을 무지개빛으로 수놓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오프라인으로 진행할 수가 없었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팽배한 한국사회에서 1년에 한 번 성소수자의 존재를 알리고 시민들과 연대하는 자리다. 의미있는 행사를 중단할 수는 없어 고민한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지난 20년간 퀴어퍼레이드가 진행된 서울 내의 6개 공간에서 조직위 관계자들이 1명씩 무지개 깃발을 들고 행진을 하기로 했다. 방역당국 지침에 따라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축제를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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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퀴어문화축제 유튜브 생중계 캡쳐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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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서울광장, 신촌, 홍대, 이태원, 종로 청계천 등 6개 공간에서 무지개 깃발을 들고 행진을 하는 화면을 300여명이 동시에 시청했다. 시민들은 채팅창에 무지개와 깃발 이모티콘을 올리며 함께 했다. “우리는 어디든지 존재한다”, “우리는 여기 있다”는 구호도 나왔다.

대학로에서 행진을 한 시민은 유튜브 생중계 내 인터뷰에서 “20년 전 상당히 초라하고 어찌보면 그저 하나의 부스였던 서울퀴어문화축제가 21년이 지나 이렇게 전세계로 송출되는 유튜브에서 많은 분들과 함께 하게 돼 영광스럽다”며 “내년에는 코로나가 끝나서 꼭 오프라인에서 만나고 싶다”고 했다. 이 시민은 “코로나 시국에서, 위기상황에서 가장 먼저 배제되는 것은 약자와 소수자”라며 “꼭 잘 버티고 이겨내서 내년에는 초록색 광장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더 극적으로 드러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태원 클럽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개인정보가 언론 보도와 함께 온라인상에 유출되고,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발언도 난무했다. 이태원에서 행진한 시민은 해당 클럽 앞에 섰다. 이 시민은 “역대 퍼레이드 중에서 약간 새로운 도전을 진행하는 지금, 이 현장에서 깃발을 들고 서 있는 제 자신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제가 (해당 클럽을) 처음 접했을 때 열기가 잊혀지지 않고 얼른 코로나가 종식돼 다시 한번 그 열기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평소의 퀴어퍼레이드에는 수백명 시민이 참여해 함께 거리를 걷지만, 이번에는 혼자 행진을 했기 때문에 혐오단체들의 공격이 있지는 않을까 우려도 나왔다. 광화문 앞을 행진한 홀릭 조직위원장은 “걸으면서 긴장되는 순간이 몇 번 있었다”며 “욕을 하거나 뭐하는 단체냐고 물어보는 시민도 있었지만 한편에서는 응원한다고 해주시는 분들도 있었다”고 했다. 종로 청계천을 행진한 다른 시민은 “노점상의 할아버지께서 멋있다고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며 “(행진을) 마음에 안들어하는 분들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많은 시민들이 지나가면서 인사도 해주고 손도 흔들며 환영해줘 기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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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퀴어문화축제 유튜브 생중계 캡쳐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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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으로 진행된 퀴어퍼레이드는 오후 7시15분쯤이 돼서야 퍼레이드 종료 선언을 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오후 1시부터 6시까지는 다양한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가진 퀴어들로 구성된 예술문화 모임들이 사전 녹화한 공연을 송출했다. 이날 퀴어퍼레이드 축하영상에서 한 시민은 “코로나19 이후 우리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지만, 우리는 여전히 다양한 방법으로 서로의 삶을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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