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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고속도로 위 시한폭탄 화물차…이틀에 한명 사망, 택시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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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사업용차 사망자 30% 감소

버스 41% 줄었는데 화물차는 3.2%

과속, 과적, 과로의 '3과 운행' 원인

"업체와 운전자의 관행 개선도 절실"

중앙일보

지난해 말 30여명의 사상자를 낸 상주영천고속도로 다중추돌사고 현장. 최근 검찰은 "조사결과, 화물차의 과속이 사고원인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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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11시쯤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 수원신갈IC 부근에서 50대 남성이 운전하던 1톤 화물차가 도로 오른쪽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다시 튕겨 나온 화물차는 뒤따르던 다른 트럭 2대와 버스 등에 연이어 부딪혔다. 이 사고로 화물차 운전자와 동승자인 부인이 모두 숨졌다. 경찰은 화물차가 빗길에 미끄러져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6일에는 전남 순천의 벌교 방향 도로에서 60대 운전자가 몰던 1톤 화물차가 앞서 달리던 1톤 트럭의 뒷부분을 들이받은 뒤 인근 주유소 담장에 부딪히는 사고가 있었다. 심한 상처를 입은 화물차 운전자는 결국 목숨을 잃었다.

화물차 사고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화물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가 택시 사고 사망자 수를 넘어섰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2019년) 버스·택시·화물차 등 사업용자동차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30%나 감소했다. 2015년 904명에서 지난해 633명으로 크게 줄었다. 업종별로 보면 버스는 무려 41.3%, 택시도 33.9%나 사망자가 감소했다. 렌터카도 31%가 줄었다. 그런데 화물차는 불과 3.2% 감소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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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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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누적 사망자 수도 화물차가 1143명으로 택시(970명), 버스(784명)보다 많다. 특히 2016년까지는 택시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지만, 2017년부터는 화물차가 이를 추월했다. 사업용 화물차의 5년간 사고 건수(3만 1740건)와 사망자 수를 일 단위로 환산하면 하루 평균 17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이틀에 한 명씩 숨진 셈이 된다.

이 같은 화물차 사고에 대해 교통안전공단의 조은경 선임연구원은 "화물차 등록대수가 늘어난 요인도 있지만, 무엇보다 과적과 과속, 과로 운행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우선 과적은 교통사고 위험을 높이는 건 물론 도로포장을 파손해 또 다른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도 크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9.5톤 화물차가 과적(18.5톤 적재)한 경우와 정량(9.5톤) 적재했을 때 제동거리를 실험했더니 과적 차량은 시속 60㎞에서 마른 노면은 37%, 젖은 도로에선 35%가량 정량적재 차량보다 멈추는 데 필요한 거리가 더 길었다. 그만큼 유사시 사고 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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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중부내륙고속도로 감곡IC 인근에서 화물차 등 차량 3대가 추돌해 1명이 숨지고 20명이 부상했다. 원인은 졸음운전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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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운전을 부르는 과로 역시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최근 3년간(2017~2019년) 사업용 화물차의 교통사고 현황을 시간대별로 보면 오후 10~오전 6시 사이 교통사고 치사율은 9.34로 사업용 화물차 평균 치사율(3.60)의 2.6배나 됐다. 치사율은 교통사고 사상자 100명당 사망자 수다. 보다 많은 화물을, 빨리 운반해야 하는 사업용 화물차의 속성상 과속 역시 늘 꼽히는 사고 이유다.

이 때문에 경찰과 한국도로공사, 교통안전공단에선 '고속도로 합동 단속팀'을 꾸려 과적 화물차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또 과로를 줄이기 위해 내년부터 화물차 운전자가 2시간 이상 연속 운전하면 최소 15분을 쉬도록 관련 규정도 손보고 있다.

권병윤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화물차 사고를 줄이려면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물류 업체와 운전자가 과적과 과속, 과로 운행을 방지할 수 있도록 기존 관행을 개선하는 등 자발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한국교통안전공단ㆍ중앙일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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