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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TF확대경] 갈 곳 없는 삼표 서울 레미콘공장, 버티나? 폐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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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성동구 성수동 일대 삼표산업 레미콘 공장 용지를 공원으로 바꾸는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오른쪽 위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더팩트 DB, 삼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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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부지 놓고 지자체와 논의 중"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사돈기업으로 잘 알려진 삼표그룹이 해묵은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경영상 어려움이 예견되고 있다. 삼표산업이 서울 레미콘 공장의 이전 문제를 풀지 못해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고, 주력 사업인 시멘트 업황은 하반기에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삼표그룹에 먹구름이 짙게 깔리고 있다.

21일 레미콘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성동구 성수동 일대 삼표산업 레미콘 공장 용지를 공원으로 바꾸는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 서울시의회 의견청취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도시계획위원회에 '도시관리계획안 변경안'을 상정해 통과하면 연내 도시공원 결정이 난다. 이후에는 삼표 성수동 공장은 이전과 철거를 진행해야 한다.

지난 2017년 서울시는 삼표그룹과 2022년 6월30일까지 2만7828㎡ 규모의 삼표 성수동 레미콘 공장을 이전·철거하는 협약식을 맺었다. 당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15만 명이 넘는 주민이 서명에 참여할 정도로 지역 최대 숙원이었던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이 40여 년 만에 이전·철거를 확정 지었다"라며 "레미콘 공장을 포함한 서울숲 일대를 세계적 명소로 조성해 시민들에게 돌려드리겠다"라고 약속한 바 있다.

서울시는 2004년 서울숲 조성계획 당시 61만㎡ 대규모 공원을 계획했으나 레미콘 공장 등을 포함하지 못해 48만㎡ 규모로 축소 조성했다. 시는 이번에 성수동 레미콘 공장 부지를 공원으로 바꾸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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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 길 건너편에 성수동 레이콘 공장이 위치하고 있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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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표산업은 서울시와 협약식 이후 3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환경문제를 우려하는 지자체들의 반대에 부딪혀 이사 준비조차 하지 못한 실정이다. 삼표그룹 관계자는 "이전 대체부지 확보를 위해 서울시 및 인근 지역 70여 곳을 물색해 관계기관 등과 협의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라며 "레미콘 공장을 기피시설로만 인식하고 있는 환경에서 기업만의 힘으로 이전지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성수동 공장은 삼표가 운영하고 있지만, 부지는 현대제철이 소유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해당 부지를 삼표에 임대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삼표가 공장을 이전하게 되면 서울시에 부지를 매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이며, 삼표그룹은 현대차그룹과 사돈 관계로 이어진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1995년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녀 정지선 씨와 결혼해 1남 2녀를 두고 있다. 정도원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경복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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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왼쪽)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1995년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녀 정지선(오른쪽) 씨와 결혼해 1남 2녀를 두고 있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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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표산업의 또 다른 레미콘 공장인 서울 송파구 풍납동 레미콘 공장도 철거를 앞두고 있다. 송파구는 2006년부터 풍납토성 복원·정비사업을 위해 삼표산업 풍납공장 이전을 추진했고, 2014년 삼표산업이 협의에 응하지 않자 강제수용 절차를 밟았다.

송파구청은 2016년 2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사업인정고시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 2월 삼표산업이 대법원에 제기한 사업인정고시 취소소송에서도 승소했다. 삼표산업이 공장부지 사용허가 연장을 신청했으나 송파구는 불허했다.

송파구는 이달 삼표산업을 상대로 공유재산 인도 소송을 제기하면서 공장 이전 문제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삼표그룹 관계자는 "풍납공장은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강제수용에 따른 세부사항 중 이견이 있는 일부 부분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합법적 절차에 따라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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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표산업은 레미콘 공장을 이전할 부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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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규 전 삼표 사장은 지난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도시가 확장돼 공장 주변이 개발되면서 이전 압박이 심하다"라며 "이전 부지가 있으면 이전을 고려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공장을 이전하라는 것은 공장 문을 닫으라는 말"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공장 이전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레미콘 공장이 서울 한복판에 있는 이유는 레미콘 산업의 특수성에 있다. 레미콘은 시멘트와 자갈 등을 물에 섞은 콘크리트다. 업계에서는 건설 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를 만드는 것보다 레미콘 공장에서 정확한 비율로 섞인 콘크리트 사용하는 것이 품질도 좋고 효율적이라고 한다. 특히 레미콘은 제조된 이후 90분 이내 공사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 이 시간을 넘길 경우 시멘트가 굳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삼표가 서울시내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일각에서는 서울에 공장을 두지 않아도 충분히 시내에 레미콘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과거 서울 곳곳을 개발하던 시절에는 상당수의 레미콘 공장이 서울에 있었지만, 도시개발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대부분 서울을 떠났다"라며 "레미콘은 빠른 시간 안에 현장에 납품해야 하지만, 요즘은 레미콘 생산 시설을 공사 현장에 만들어 바로 공급하고 있어 굳이 서울에 공장을 유지할 필요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까지 서울에 레미콘 공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특혜"라고 지적했다.

레미콘 업계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레미콘 공장은 4곳이다. 삼표산업은 성수동과 풍납동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천마콘크리트공업은 강남구 세곡동에, 신일씨엠은 송파구 장지동에 공장을 두고 있다. 한일시멘트도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 레미콘 공장을 운영해 오다가 지난 2017년 1월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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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 업계 일각에서는 서울에 공장을 두지 않아도 충분히 시내에 레미콘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한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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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구름 낀 하반기 업황

레미콘 업계의 상반기 실적은 내림세를 보였다. 유진기업의 상반기 레미콘 사업 매출은 238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 줄었다. 아주산업의 상반기 매출은 1980억 원으로 5.6% 감소세를 보였다. 쌍용양회와 한일시멘트의 레미콘 사업도 각각 5.6%, 4.1% 매출이 하락했다. 삼표산업은 비상장사로 매출액 공시 의무가 없지만, 업계가 부진한 만큼 고전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표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표시멘트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2693억7497만 원, 영업이익 208억5037만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46.3% 증가했다.

매출 감소에도 수익성이 늘어난 요인은 국제 유연탄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산업 활동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시멘트 생산 연료인 유연탄은 시멘트 생산원가의 약 30%가량을 차지한다. 삼표시멘트는 원료인 유연탄 가격 하락과 원가절감 등의 노력으로 영업이익을 개선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건설경기 침체와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시멘트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점이 문제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시멘트 출하량은 2580만 톤으로 지난해 2770만 톤보다 약 7% 감소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3분기 레미콘 기사들의 파업이 2주 정도 진행됐고, 장마가 예상보다 길어져 한 달 넘게 현장이 멈춰 있었다"라며 매출 하락을 전망했다. 그는 "정부가 코로나19에 예산을 집중하면서 4분기 SOC 예산 집행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고, 건설사들이 공사 일정을 줄줄이 연기하고 있어 하반기 시멘트·레미콘 업계의 어려움은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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