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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단독]대전MBC, 뒤늦게 여성 프리 아나운서 정규직 채용하기로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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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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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MBC의 채용 관행이 성차별적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온 지난 6월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실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수십년 동안 여성 아나운서만 프리랜서로 뽑아온 성차별 관행을 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대전MBC가 뒤늦게 일부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여성 프리랜서 아나운서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채용 시 여성을 배제·차별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거듭 부인했다.

20일 김상희 국회부의장(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 대전MBC에서 제출받은 ‘인권위 권고 처리 결과 통지’에 따르면 대전MBC는 ‘정규직 아나운서와 동일 업무를 수행한 진정인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여 “채용 절차를 진행해 올해 11월 말 이전에 정규직으로 임용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유지은씨(34) 등 대전MBC 여성 프리랜서 아나운서 2명은 지난해 6월 인권위에 “199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대전MBC에 신규 채용된 정규직 아나운서 4명은 모두 남성이고, 계약직 15명과 프리랜서 5명 등 비정규직에는 예외 없이 여성이 채용됐다”면서 성차별 문제에 대한 진정서를 냈다.

인권위는 지난 6월 “성차별 채용 관행의 결과가 맞다”면서 “유씨 등은 형식상 프리랜서일 뿐 정규직 아나운서와 동일 업무를 수행했고 실질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전MBC에 유씨 등의 정규직 전환을 권고했지만 대전MBC는 성차별을 인정하지 않고 정규직 전환을 거부해 왔다.

대전MBC가 유씨 등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대전MBC는 “정규직 진행 프로그램을 프리랜서도 진행한다고 해서 이를 동일 업무라고 간주한다면 수많은 방송사의 프리랜서 진행자들도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하느냐”며 “방송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재고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또한 “정규직 아나운서의 성별 고용 불균형이 발생하지 않도록 통합적 관점에서 양성평등 고용을 추진하겠다”면서도 “정규직 아나운서 채용 시 여성을 배제하거나 성차별적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재차 주장했다. 대전MBC는 인권위 진정 후 유씨 등이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잇따라 하차하게 된 것은 “불이익을 준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진행자 교체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위로금 500만원 지급 권고도 거부했다.

유씨를 지원하는 윤지영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인권위 결정 취지를 받아들인다면 신규 채용 절차를 거치는 게 아니라 기존 경력을 인정해 다른 정규직 아나운서들과 동일하게 대우해야 한다”며 “성차별 채용을 부인하는 데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상희 부의장은 “대전MBC가 지금이라도 인권위 권고를 일부 수용한 것은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방송계 악습인 성차별 채용·인사 구조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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