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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5만원권 왜 사라졌나…한은 “코로나로 예비용 수요 늘어났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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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월 5만원권 한은 금고 환수율 30%

美·유럽 최고액권 환수율 7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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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 올해 4월 집 공사를 마친 직장인 A(50)씨는 공사대금을 치르는 과정에서 낭패를 겪었다. 공사대금을 현금으로 달라는 업자의 요청으로 인근 은행 지점을 찾아 현금 2000만원 인출을 요구했으나 그만한 현금이 없다는 말을 듣고 일부만 인출했다. 그것도 5만원과 1만원 묶음을 섞어 받았다.결국 날을 나눠 현금을 인출한 그는 당시의 경험으로 이후 5만원권을 300만원가량 비상용도로 집에 따로 두게 됐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8월 5만원권 발행액은 총 16조5827억원이다. 이에 비해 시중 유통 후 한은 금고로 돌아온 환수액은 4조9144억원으로, 환수율은 29.6%에 그친다.

한은 금고로 돌아오지 않은 나머지 5만원권은 가계·기업·금융기관 등 경제주체들이 거래나 예비 목적 등으로 보유하고 있는 이른바 ‘화폐발행 잔액’이다.

기간을 7월까지로 잡았을 때 올해 들어 5만원권의 환수율은 31.1%(환수 4조7602억원·발행 15조3036억원)로, 2014년(연간 환수율 25.8%)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5년 같은 기간(1∼7월)과 비교해 올해 발행액은 최대인 반면, 환수액은 최소 수준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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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의 환수율은 다른 나라의 고액권과 비교했을 때 유독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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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최고액권 화폐인 100달러의 환수율은 ▷2015년 79.4% ▷2016년 77.6% ▷2017년 73.9% ▷2018년 75.2% ▷2019년 77.6%로 줄곧 70%를 웃돌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최고액권 화폐 500유로의 환수율도 ▷2015년 95.8% ▷2016년 151% ▷2017년 117.8% ▷2018년 94.5%로 90%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5만원권 환수율이 저조한 이유 중 하나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꼽힌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비상용 현금으로 5만원을 쌓아두는 경향이 짙어진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다른 나라 고액권보다 환수율 낮은 가장 큰 이유는 5만원권은 2009년에야 발행돼 역사가 짧기 때문”이라며 “올해의 경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충격으로 화폐를 보유하고자 하는 예비용 수요가 늘어나 환수율이 떨어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씨의 사례처럼 서비스 거래에서 5만원권을 현찰로 줄 것을 요청받는 경우가 잦은 것도 사실이다. 통상 이 경우 세금을 아끼려는 즉, 탈세하려는 의도로 의심할 수 있다.

김대지 국세청장은 지난달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5만원권의 낮은 환수율 문제를 지적받자 "고액 화폐 수요 증가 원인은 저금리 기조도 있지만, 탈세의 목적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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