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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일본의 중국 엑소더스? 1700여 일본기업, 중국 떠나려 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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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말까지 중국철수 신청 일본기업 90개

7월 말에는 1670개 기업이 떠난다고 밝혀

중국과 디커플링 나선 미국과 보조 맞춰

중 "3만5000개 일 기업 중 5%" 파장 축소

일본 기업이 중국에서 대거 빠져나가며 중국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지난 17일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700여 일본 기업이 ‘줄을 서서’ 중국에서 철수하는 것에 대한 진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중앙일보

지난 16일 일본의 새 총리가 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는 관방장관 시절이던 지난 5일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기업의 중국 철수를 경제안보적인 차원에서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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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닛케이)신문이 보도한 “일본 기업이 현재 줄을 서서 중국에서 철수하고 있다”는 기사가 중국 인민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해명에 나선 모습이다.

닛케이의 지난 9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했던 일본 기업 90개가 지난 6월 말까지 중국 철수를 신청했다. 이어 7월 말까지는 다시 1670개의 일본 기업이 중국 철수를 신청해 1700개가 넘는 일본 기업이 중국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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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중국일본상회가 발표한 ‘중국경제와 일본기업 2020 백피서’는 중국진출 일본기업 중 90% 이상이 현상 유지나 업무 확대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왕이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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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일본 기업의 중국 철수는 일본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 3월 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는 “중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취지에서” 일본 기업에 중국에서 철수해 일본으로 돌아오거나 아니면 동남아로 생산 시설을 이전하라고 주문했다.

아베 정부는 이어 한 달 후인 4월 7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긴급 경제대책’을 마련하면서 '공급사슬 개혁'의 하나로 중국에서 철수해 돌아오는 일본 기업에 대해선 일정한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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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과 7월 중국에 진출한 일본기업 1700여 곳이 중국시장을 떠나 일본으로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은 애써 태연한 모습이지만 일본기업의 탈중국 현상이 계속 이어질지 관심이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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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6월 말까지 90개 일본 기업이 중국 철수를 신청했고 이 중 87개가 일본 정부의 보조금 혜택을 받게 됐다고 한다. 또 7월 말까지는 무려 1670개의 일본 기업이 중국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여기에 아베를 이어 16일 새 일본 총리가 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도 관방장관 시절이던 지난 5일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기업의 중국 철수를 경제안보적인 차원에서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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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총리가 된 스가 요시히데가 아베 신조(왼쪽) 전 일본 총리에게 꽃다발을 선물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중국 진출 일본기업의 일본 복귀를 촉구한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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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이 중국인들에게는 일본 기업이 대거 중국에서 탈출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다. 그러자 환구시보 등 중국 언론이 나서 진화에 나선 것이다. 환구시보는 우선 중국에서 철수하는 일본 기업의 숫자가 많은 건 아니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은 약 3만 5000개에 이르는데 1700개는 5%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5~10% 정도의 기업이 경영환경 변화나 자신의 문제 때문에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기에 1700개 일본 기업 철수는 정상적인 상황에 속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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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여 개의 중국진출 일본기업이 중국 철수를 결정해 눈길을 끈다. 중국에선 일본기업의 주력인 자동차나 건강위생 기업은 철수 의사가 없다며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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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현재 중국을 떠나는 일본 기업의 대다수는 중소기업이며 중국의 저임금을 노린 노동집약형 산업에 종사하던 업체로 중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자동차나 건강위생 등 일본의 주력 기업은 중국 시장을 떠날 계획이 없다.

따라서 일본 기업이 줄을 서서 중국을 떠난다는 표현엔 거품이 많이 끼어있다는 주장이다. 환구시보는 또 일본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해외 진출 기업에 중국 외 동남아 등 다른 곳에 생산기지를 하나 더 구축하는 이른바 ‘중국+1’ 전략을 요구해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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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기업의 중국시장 철수가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을 꾀하는 미국의 전략과 보조를 맞춘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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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에 이번 철수가 그리 새삼스러운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특히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중국 진출 일본 기업 중 90% 이상이 현상 유지나 확대를 꾀하고 있어 일본 기업이 대거 중국을 떠나는 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중국 언론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무려 1700여 개가 넘는 일본 기업이 6~7월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했다는 사실은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꾀하는 미국의 전략과 맞물려 중국에 커다란 우려를 안기기에 충분해 보인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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