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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태국 대규모 반정부집회

"국민은 왕의 발아래 먼지가 아니다"…태국 반정부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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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현지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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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시위대가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명판 앞에서 시위대의 상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사진=로이터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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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19일과 20일(현지시간) 이틀간 이어졌다.

20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주말 태국 수도 방콕 중심가에는 전날 오후부터 이튿날 오전 9시 무렵까지 밤샘 시위가 벌어졌다.

태국은 입헌군주제로 왕실에 대한 비판이 금기시됐다. 태어날 때부터 군주를 경외하고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받고, 왕실을 비판하면 '왕실모독죄(불경죄)'에 의해 최대 15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태국 왕궁 인근 광장을 점령한 시위대는 군주제를 찬양하는 기존 명판을 떼고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명판을 설치했다. 국왕에게는 왕실 개혁을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이 재설치한 명판은 '민주화 혁명 기념판'을 닮았다는 평가다. 민주화 혁명 기념판은 1932년 태국의 절대왕정 종식과 입헌군주제 도입 계기가 된 무혈 혁명을 기념해, 1936년 왕궁 인근 광장 바닥에 설치된 기념물이다.

하지만 이 기념판은 3년 전 현 국왕 취임 이후 사라졌으며 "태국인들은 국가와 종교, 왕에 충성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명판으로 대체됐다. 시위대는 19일 "이 나라는 국민의 것임을 국민은 이 자리에서 선포한다"는 글귀가 적힌 명판을 설치했다.

AFP통신은 이에 대해 "새로 설치된 명판은 왕실과 정부에 즉각적인 도전으로 간주될 것"이라며 "시위대에 대한 국가 폭력의 강도가 세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인권 변호사이자 반정부 활동가인 아논 남빠는 "군주제가 헌법 아래에 있지 않다면, 우리는 결코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룰 수 없다"고 주장했다.

19일부터 밤새 광장을 지킨 수천 명의 시위대는 △쿠데타를 일으킨 쁘라윳 짠오차 전 육군참모총장의 총리직 해임 △왕실재정에 대한 회계 처리 기준 강화 △불경죄 폐지 △국왕의 정치적 권한 위임 등을 요구했다.

'탐마삿과 시위 연합전선' 대표 빠누사야 시니찌라와타나꾼은 "국민은 인간이지, 왕의 발아래 먼지가 아니"라고 선언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들은 지난달 10일 태국의 탐마삿 대학교에서 열린 반정부 집회에서도 '왕실 개혁 10개항'을 공론화해 불경죄 위반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한편 전날 사남 루엉 광장에서 열린 반정부 집회에 주최측은 10만 명가량이 참석했다고 주장했고, 경찰은 2만 명정도로 추산했다.

경찰측 추산을 인정하더라도, 이번 반정부 집회는 2014년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가 주도한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다.

다음 시위는 오는 24일 태국 의회 밖에서 열릴 예정이며, 다음달 14일에는 동맹 휴업이 예정돼 있다.

태국 왕실은 이번 시위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현재 국왕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이유로 지난 3월부터 독일 휴양지에서 반년 넘게 체류 중이다.

김현지A 기자 local91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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