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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세입자님 마음 바뀔까"…눈치보는 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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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사도 걱정…

세입자 퇴거 의사 확인 후 주택 매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에 실거주 막혀

집을 팔아도 걱정…

주택 처분 조건으로 대출 받았는데

세입자 버텨 집 제때 못팔아 발동동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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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임온유 기자] 계약갱신청구권, 전ㆍ월세상한제(이하 임대차2법) 등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이 정상적인 주택 거래까지 위협하고 있다. 일시적 1가구2주택자와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대출을 받은 이들은 집을 제때 팔지 못해 금융권의 대출 회수조치를 당할 처지에 몰리고 있다. 매수자들 역시 실거주 목적으로 기존 세입자의 퇴거 의사까지 확인하고 계약을 체결했지만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말을 바꾸면서 오갈 데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불만이 늘고 있다. 그간 임대인과 임차인간 자율적인 계약에 의해 조정되던 거래 규칙이 하루 아침에 180도 뒤집히면서 발생한 혼란이다.


전문가들은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이 사인 간 계약 내용을 규율한 민법이어서 결국 당사자 간 소송을 통해 결론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고 봤다. 정부에서 임대차2법을 시행부터하고 뒤늦게 해설집을 만드는 등 수습에 나서고 있으나 모든 사례를 일일이 아우를 수 없는 데다 이로 인해 소송을 하게 돼도 해당 기간 동안 불확실성이 이어진다는 점,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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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자 실거주? 세입자에게 물어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21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인한 피해 호소 사례를 공개했다.


경기 용인의 오피스텔에서 전세를 사는 2년차 신혼부부 A씨는 올해 12월 전세가 만기가 되는 집 매수 계약을 8월 초에 맺었다. 계약할 때만 해도 매수자가 실거주할 예정이라면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부할 수 있는 것으로 알았고, 세입자도 수긍하고 이사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달 10일 언론보도를 통해 이 경우라도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 있다는 내용으로 정부가 유권해석을 내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입자가 마음을 바꿨다. A씨는 "이미 아파트 중도금을 마련하려고 현재 거주 중인 오피스텔의 보증금 일부를 반환받았기 때문에 세입자가 끝내 버틴다면 갈 곳이 없어진다"고 호소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40대 B씨는 부모님을 모시고 살기 위해 8월 중순 아파트 매수 계약을 했다. 계약금 입금 전까지만 해도 매수인이 실거주하면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는 내용을 중개업소로부터 확인받았다. 그러나 막상 계약 당일 세입자가 '전세를 더 살고 싶다'고 주장하면서 일이 꼬였다. B씨는 제날짜에 입주를 못 하게 되면 매도인이나 중개업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그는 "세입자가 안 나가면 결국 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시적 2주택자 집도 못팔아…사례별 해석은 제각각

경기도에 거주하는 30대 후반의 결혼 4년차 C씨는 일시적 1가구2주택자로 기존 주택 처분 약정을 맺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기존 주택은 전세를 줬는데 집을 내놨으나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요구하면서 집을 잘 보여주지도 않으려 한다. C씨는 "약정된 기간 내에 집을 팔지 못하면 대출이 회수되는 등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어 화가 나 요즘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천시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D씨 역시 일시적 1가구2주택자로 기존 주택을 2년간 임대로 주고 나서 매도하려 했다. 하지만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버리면 일시적 2주택자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고 오히려 조정대상지역 양도세 중과세까지 내야 한다. 50대 E씨 역시 올해 기존 집을 팔아야 한다. 하지만 세입자는 계약이 만료되면 나가기로 했다 최근 갑자기 계약갱신청구를 통보했다. E씨는 "매일 세입자에게 퇴거를 부탁하며 사정하는데도 세입자는 이런 나의 처지를 비아냥거리는 문자만 보내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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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대로 사지도 팔지도…세입자는 거래승인권자?

문제는 이같이 임대차법 개정 이후 계속된 혼란이 거래 당사자의 자유로운 매매거래까지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세입자를 낀 매물과 그렇지 않은 매물은 많게는 1억원 안팎 전셋값이 차이가 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마저도 쉽게 세입자의 동의 없이는 제대로 사고 팔 수 없는 상황이 속출하면서 가뜩이나 위축된 거래를 더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대차2법 시행을 전후로 전세매물이 씨가 마르면서 치솟고 있는 전셋값이 매매가를 자극해 서울 주요지역 아파트값을 지지해주는 모양새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21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계약일 기준)는 621건에 그쳤다. 6월 1만5587건, 7월 1만654건을 기록하는 등 달아올랐던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은 8월 4589건으로 급감한 데 이어 이달 현재까지 621건 신고에 그치고 있다. 9월이 아직 남아있고, 계약 후 30일 이내에만 신고하면 되기 때문에 더 늘어나겠지만 추석 연휴 등을 감안하면 1000건을 밑돌면서 집계 이후 최저치였던 2008년 11월(1163건)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같은 시장 혼란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임대차2법 시행으로 전세시장뿐 아니라 매매시장에서도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세입자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집주인들은 원하는 시기에 집을 매도하지 못하는 피해 등을 보고 있다"며 "예상하지 못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를 내놓을 때 예외 규정을 둔다든지 감안했어야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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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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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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