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23억이나 모였는데... 그 엄마는 왜, 아들 추모 후원금을 거부할까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대 아들, 조깅 중 백인 총격에 숨져 인종차별 논란

어머니, 아들 추모 모금 두고 재단 측과 갈등

“돈이 잃어버린 내 아들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나는 돈을 구걸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2월 미국 조지아주(州) 해안가에서 평온하게 조깅 중이던 흑인 남성 아흐마우드 알버리(25)가 백인들의 총격에 사망했다. 그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각종 기금 마련 사이트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모금 운동이 내 아들의 죽음을 이용하고 있다”며 모금 운동을 주도하는 재단 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고 미 CNN 방송이 2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조선일보

총격 사건으로 숨진 아흐마우드 알버리(왼쪽)와 그의 어머니 완다 쿠퍼 존스. /CNN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월 23일 총격 사건… 추모 행렬에 친구· 학교 코치가 비영리재단 만들어

CNN에 따르면, 알버리는 지난 2월 23일 조지아주 브런즈윅의 해안가 마을에서 조깅을 하다가 총에 맞아 숨졌다. 글린 카운티 법원의 배심원은 지난 6월 그레고리 맥마이클(64), 그의 아들 트래비스 맥마이클(34), 이웃 주민 윌리엄 로디 브라이언(50) 등 백인 남성 3명을 중범죄 살인 등 혐의로 기소했다. 현지에선 사건 이후 약 10주가 지나도록 혐의조차 특정되지 않는 등 사법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인종 차별 논란이 일었다.

이들의 범행 장면이 찍힌 36초 길이의 영상은 지난 5월 현지 언론에 공개됐다. 영상에 따르면 한 도로에서 여느 때처럼 조깅을 하던 알버리는 흰색 트럭을 피해 지나다가 트럭에서 갑자기 내린 백인 남성이 쏜 총에 맞았다. 총성은 3번 울렸다. 맥마이클 부자는 경찰 조사에서 “알버리를 수배 중인 강도로 착각하고 권총과 엽총을 챙겨 그의 뒤를 쫓았다. 알버리에게 ‘대화를 하고 싶다’며 다가섰으나 알버리가 먼저 공격했다”고 진술했다. 브라이언은 이 장면을 영상으로 찍은 당사자다.

영상이 공개되자 온라인 기금 마련 사이트인 고펀드미(GoFundMe), 페이스북 등에 알버리를 위한 후원 계정이 만들어졌다. 알버리의 어린 시절 친구인 아킴 베이커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계정 ‘알버리와 함께 뛴다(I Run With Maud)’에선 전 세계 네티즌 수천명이 알버리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요구했다.

알버리의 고교 축구 코치였던 제이슨 본도 후원 행렬에 동참했다. ‘알버리와 함께 뛴다’라는 페이스북 계정은 최근 ‘2:23재단’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이 계정을 제이슨 본의 이름으로 조지아에 있는 비영리재단으로 등록했다.

또한 알버리가 숨진 2월 23일을 기억하기 위한 ‘2.23마일 달리기’ 모금 운동에도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대중 집회가 어려워지자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지와 성원이 이어졌다.

◇ “모금, 아들 위한 정의보단 재단 비지니스 같다”

하지만 알버리의 어머니인 완다 쿠퍼 존스는 최근 기금 모금을 두고 페이스북 운영진과 갈등을 빚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당초 알버리의 죽음을 기리기 위한 페이스북 계정을 만드는 데는 동의했고, 원래 의도에 대해서는 감사하다”면서도, 재단 활동에 대해 “숨진 내 아들을 위한 정의를 가져오는 것보다는 재단 직원들을 위한 비즈니스 기회가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쿠퍼 존스는 수차례 관리자로서 페이스북 계정에 접근할 권한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됐다고 했다. CNN는 이와 관련 수차례 페이스북 관리자에게 해명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아흐마우드 알버리의 어머니인 완다 쿠퍼 존스 페이스북


쿠퍼 존스는 “제이슨 본이 아들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고, 알버리를 위한 정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일한다는 위원회의 다른 멤버 3명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존스는 “나는 내 아들의 죽음이 착취 당하거나 누군가를 위한 금전적 이득을 위해 쓰이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2:23 재단’ 측에) 몇 달 동안 알렸지만, 내 의사는 무시 당했다”고도 했다. 알버리의 아버지인 마커스 알버리는 ‘2:23 재단’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베이커와 본은 CNN 인터뷰를 거절했다.

조선일보

/2:23재단 페이스북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알버리의 친구 베이커가 개설한 고펀드미 계정에는 6만 1000명 이상의 후원자로부터 200만 달러(약 23억원)가까이 모금됐다. 어머니는 아들의 친구인 베이커가 수차례 모금 계정을 만들 것을 요청해 결국 허락했다고 했다. 그러나 쿠퍼 존스는 “내 목표는 아들을 위해 정의를 얻는 것이지 돈을 모은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