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제2의 테슬라'는 결국 사기였나…니콜라 창업자 사임 혼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스분석]

‘사기 논란’에 휩싸였던 미국 수소전기차 스타트업 니콜라모터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트레버 밀턴이 20일(현지시간) 물러났다. 니콜라모터스는 이날 밀턴이 이사회 의장직과 이사직에서 모두 사임했다고 발표했다. 니콜라모터스 측은 “(밀턴이) 먼저 자발적으로 사임을 제안했고,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밀턴은 니콜라모터스 지분 약 20%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중앙일보

사임을 발표한 니콜라모터스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트레버 밀턴. 사진 트레버 밀턴 트위터


후임 이사회 의장으론 스티븐 거스키 전 GM 부회장이 선임됐다. 밀턴은 최대주주 자격은 유지하지만 이사회에서 아예 빠지고, 회사는 거스키 신임 이사회 의장과 공동 CEO인 마크 러셀 체제로 운영된다. 밀턴의 사임으로 니콜라모터스를 둘러싼 논란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 조사 결과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 공매도 세력 승리



밀턴의 사임은 공매도 리서치기관 힌덴버그 리서치가 니콜라모터스에 대한 ‘사기 의혹’을 제기한 지 10일 만이다. 이날 힌덴버그 리서치는 “밀턴의 사임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힌덴버그는 보고서를 통해 니콜라모터스가 수소전기차 생산을 위한 기술이나 설비를 보유하지 않았으며, 2016년 제작한 수소차 주행 영상은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CEO 사임은 니콜라모터스가 “힌덴버그에 대해 법적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한 후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힌덴버그는 사기 의혹과 관련한 53개의 질문을 보냈지만, 니콜라모터스는 10개만 답했다. 나머지는 추후 밝힐 것이라고 장담한 와중에 니콜라모터스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밀턴 창업자가 사임한 것이다. 밀턴의 사임으로 단기적으로는 공매도 세력이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



니콜라의 미래는?



반면 CEO 리스크가 제거된 것으로도 볼 수 있어 그동안 밝혔던 계획이 실현될 경우 밀턴의 명예 회복이 이뤄질 수도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단 뭔가 걸리는 게 있으니 물러났을 것”이라며 “트레버 밀턴의 잘못은 ‘과대포장’이다. 그래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게 나머지 주주 입장에선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GMㆍ보쉬ㆍ이베코ㆍCNH인더스트리얼 등 기존 니콜라가 구축한 탄탄한 생산 네트워크는 그대로 남아 있다. 한때 30조원(시총)까지 올라간 플랫폼을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니콜라 수소트럭. [사진 한화그룹]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후임 CEO로 전 GM 출신이 선임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GM은 최근 수소차 제작에 들어가는 현물 제공을 대가로 니콜라 지분 11%를 취득했다. 고 센터장은 “GM이 최대 수혜자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니콜라모터스가 잘 되면 ‘손 안 대고 코 푼 격’이고, 잘못하면 ‘계륵’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어쨌든 GM으로선 니콜라모터스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수소전기차 신뢰 상실?



최근 니콜라는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완성차를 한 대도 내놓지 않고도 천문학적인 자금을 끌어모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년 전 테슬라가 그런 전철을 밟았다는 점에서 니콜라를 ‘봉이 김선달’ 비즈니스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었다.

니콜라의 신뢰 상실로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해 수소전기차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한 쪽은 단기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 수소전기차의 가능성에 대해 시장에서 부정적 여론이 조성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번 사태로 니콜라모터스가 완전히 망한다고 해도 수소전기차에 대한 기대와 수요는 여전하며, 오히려 수소전기차 기술을 가진 완성차 업체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본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니콜라모터스가 테슬라처럼 비중 있는 업체가 아니라는 점에서, 글로벌과 한국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오히려 니콜라모터스가 몰락할 경우 수소전기차에 대한 허들이 높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라 기존 강자인 현대차의 입지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로 대표되는 모빌리티 스타트업이 그간 일반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간 상황에서 수소 전기차 진영은 기존 완성차 공룡이 주도하는 형태로 끌고 나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완성차 공룡이 수소전기차 주도?



실제로 현대차와 도요타ㆍ혼다에 이어 다임러그룹(메르세데스-벤츠 모기업)도 지난주 수소전기트럭의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이미 양산차를 내놓은 현대차와 함께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신기루’ 같은 니콜라모터스를 제치고 한발 앞서 나간 셈이다.

니콜라에 투자한 한화에 미칠 영향도 관심을 끈다. 한화솔루션 계열사인 한화에너지ㆍ한화종합화학이 니콜라모터스 지분 6.13%를 갖고 있으며, 한화종합화학은 니콜라 이사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밀턴의 사임 소식에 이날 한화솔루션 주가는 7.4% 하락해 마감했다. 한화는 GMㆍ보쉬처럼 기술 투자가 아니라 재무적 투자 성격이 짙다. 한화는 “CEO 사임 이유가 사업과 관련한 것인지 개인적 이유에 의한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여전히 시장 환경과 니콜라 사업에 대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니콜라모터스 사태는 ‘허상에서 실체를 만들어내는’ 미래 모빌리티의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테슬라처럼 스스로 입증하면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사기꾼이란 결론이 날 것이다. 단기적인 나스닥 주가 추이는 예단하기 힘들다. 비전을 주도한 창업자가 핵심적 질문에 답하지 않고 사임했다는 점에서 폭락 가능성도 있다. 반면 고태봉 센터장은 “CEO 리스크를 제거하고 GM 등이 전면이 나섰다고 판단하면 오히려 주가가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니콜라모터스 주가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영주·이소아 기자 humanest@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