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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바다 이름 대신 숫자로…한·일 ‘동해 표기 분쟁’ 일단락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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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수로기구, 11월 총회서 ‘고유 식별번호 부여’ 개정안 보고

사무총장이 절충안…한·일·북한 등 긍정적 입장에 통과 전망

디지털 해도 상용화 시간 걸려…정부, 동해 표기 운동은 지속

[경향신문]

경향신문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가 한국 해양영토를 알리기 위해 제작한 포스터. 반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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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수로기구(IHO)가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온 동해를 앞으로는 바다 이름이 아닌 번호로 표기하는 방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이후 국제무대에서 ‘동해냐 일본해냐’를 놓고 펼쳐진 한국과 일본 사이의 20년 넘는 분쟁이 일단락되는 셈이다.

21일 IHO에 따르면 IHO 사무총장은 오는 11월 제2차 총회에서 국제표준 해도집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의 개정을 위한 비공식 협의 결과를 회원국들에 보고할 예정이다. 비공식 협의 결과의 핵심 내용은 바다 지명을 ‘고유의 숫자로 식별하는 체계’로 바꾸는 새로운 국제표준 ‘S-130’을 만드는 것이다.

S-23은 각종 해도를 만들 때 지침 역할을 하는 국제표준이다. 1929년 초판 발간 이래 2판(1937년)과 3판(1953년)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왔다. 새 표준이 만들어지면 한국으로서는 그간 동해 표기를 놓고 전개되어온 한·일 외교전에서 ‘실리’를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이 일본해가 국제적으로 확립된 유일한 명칭이라고 주장해온 대표적 근거인 S-23이 효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동해 표기 운동에서 일본 쪽에 유리하게 작용했던 ‘걸림돌’이 제거되는 셈이다.

동시에 일본해가 단독 표기된 S-23을 출판물 형태로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에 기존 S-23을 폐기할 수 없다는 일본 입장을 어느 정도 수용한 절충안으로도 보인다. IHO 사무총장은 해양과 바다의 경계 표기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발전한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S-23을 대중에 공개할 것을 제안했다.

한국 정부는 1997년 IHO 제15차 회의 때부터 ‘일본해 단독 표기’ 방침에 강하게 반대하며, S-23 개정 시에는 ‘동해·일본해 병기’가 관철되도록 외교력을 집중해왔다. 한·일 간 견해 차이로 S-23 개정 작업이 지연되자, IHO는 2017년 4월 한국·일본·북한 등 관계국끼리 비공식 협의를 열어 결론을 내도록 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과 10월 두 차례 비공식 협의에서도 일본이 한국의 ‘동해 병기’ 주장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논의는 평행선을 달렸다. 결국 사무총장이 디지털 시대에 맞게 모든 바다에 이름이 아닌 고유 번호를 부여하자고 제안하면서 갈등의 불씨를 없애버리는 타협안이 만들어진 것이다.

IHO는 오는 11월16~18일 화상으로 열리는 총회에서 이 안건을 논의에 부칠 예정으로, 회원국 간 합의가 있어야 승인된다. 현재로서는 분쟁 당사국인 한·일과 북한도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번 비공식 협의 결과가 채택되면 동해 표기 확산을 위한 국제적 노력이 더욱 탄력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지도에서 동해를 병기한 비율은 2002년 2.8%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4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새 표준 제정으로 ‘일본해’로 쓰여졌던 지도가 자동으로 ‘동해’로 바뀌는 것이 아닌 데다, S-130이 개발을 마치고 상용화되려면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국내 민간 전문가나 단체들과 함께 각국 정부, 유엔지명전문가그룹(UNGEGN), 지도 제작업체 등을 상대로 한 동해 표기 설득 노력을 지속해나간다는 입장이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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