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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때문에… 폴란드 최고권력자, 연정 무너뜨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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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묘인’ 카친스키 대표 뜻 따라 집권당, 연정 정당들 반대에도 야권 손잡고 동물보호법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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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여당 법과정의당 대표 야로스와프 카친스키가 고양이를 품에 안고 있다. 폴란드 출신 베아타 마주레크 유럽의회 의원이 2018년 11월에 게시한 사진이다. /트위터

고양이를 각별히 아끼는 최고 권력자의 취향 때문에 한 나라의 정치 지형이 바뀌는 일이 생길 수 있을까. 폴란드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일(현지 시각) 폴란드 최대 일간지 가제타 비보르차에 따르면, 원내 1당인 법과정의당(PiS)이 주축인 폴란드 우파 연정(聯政)이 ‘동물보호법’ 때문에 와해될 위기에 놓였다. 법과정의당이 이 법안을 연정 파트너가 아닌 야권과 합세해 지난 17일 하원에서 전격 통과시키자 연정에 참여하는 2개의 소수 정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미 연정은 깨진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오고 있으며, 작년 가을 총선을 실시한 지 1년 만에 조기 총선으로 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폴란드 하원 의석 460석 중 법과정의당은 198석에 그친다.

하원을 통과한 동물보호법은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급진적인 조항을 여럿 담고 있다. 가죽을 얻기 위한 동물 농장 운영을 금지한다. 개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목줄을 묶어두는 행위를 할 수 없게 했고, 서커스에 동물을 동원하는 것도 막는다. 종교 행사를 위한 제단에 고기를 올려놓기 위해 도축하는 행위도 금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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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의 카친스키가 고양이를 끌어안고 있다./포커스


이 법안은 폴란드 최고 권력자인 야로슬라프 카친스키 법과정의당 대표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2006~2007년 총리를 지낸 카친스키는 고령(71세) 등의 이유로 전면에 나서지 않을 뿐, 폴란드 대통령과 총리가 모두 그가 내세운 꼭두각시라는 데 이견이 없다.

카친스키는 소문난 애묘가(愛猫家)다. 젊은 시절부터 자택에서 고양이 3~4마리를 키워왔다. 그가 퇴근할 때 마중 나온 고양이를 껴안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현지 언론의 카메라에 여러 번 포착됐다. 2017년에는 하원 의사당 안에서 고양이에 대한 책을 읽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폴란드에서는 카친스키의 고양이 사랑이 “광기와 집착”이라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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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안에서 고양이와 관련한 책을 읽고 있는 카친스키 법과정의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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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정의당과 연대하던 2개의 소수 정당은 연정의 텃밭인 농촌 지역에서 동물보호법에 대한 거부감이 크고 종교계가 등을 돌리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법과정의당 내부에서도 반대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지만 카친스키의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다. 카친스키는 동물보호법에 반대표를 던진 자당 의원 7명을 출당시키라고 명령했다.

법과정의당은 2015년 집권한 이후 극우 포퓰리즘 노선을 걸었다. 이민자 배척과 백인 우월주의를 노골적으로 내세웠고, 사법부 독립을 훼손해 논란을 빚었다. 선심성 현금을 대거 살포해 지난해 총선에서 재집권했다. 그러나 동물에 대한 카친스키의 과도한 집착으로 연정이 위기에 빠지며 정치 지형도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동물보호법을 계기로 정권이 바뀔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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