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3개월 딸 방치하고 술 먹느라 숨지게 한 아빠, 징역 4년 확정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내도 실형 선고받았으나 ‘수감 중 사망’

세계일보

생후 3개월 된 딸을 엎드려 재운 뒤 15시간 넘게 돌보지 않고 방치해 결국 숨지게 만든 20대 남성이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이 확정됐다. 이 남성의 아내 역시 딸을 방치해 사망하게 한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구속 수감 중 숨지면서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이들 부부는 딸아이 뿐만 아니라 3살배기 아들도 사실상 방치한 채 자주 술을 마시러 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20대)씨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18일 오후 6시쯤 딸을 엎어서 재운 뒤 아내 B씨와 저녁식사를 하러 외출했다고 한다. 당시 A씨 부부는 술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B씨가 회사에 다녔고, 자녀 양육은 A씨가 도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당일 오후 8시30분 귀가했으나 딸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채 곧바로 잠든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곳에서 술을 더 마시고 집에 들어오지 않은 B씨는 이튿날 아침 A씨만 불러내 식사를 한 뒤 출근했다.

혼자서 목을 제대로 가눌 수 없던 생후 3개월 딸은 그동안 홀로 방치됐다. A씨는 지난해 4월19일 오전 9시30분쯤 아내와 식사를 한 뒤 집에 돌아와서야 딸이 숨을 쉬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119에 신고했으나, 이미 숨진 뒤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결과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질식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냈다.

A씨의 딸은 미숙아로 태어나 세심한 관리가 필요했다. 그러나 A씨 부부는 일주일에 2∼3회 이상 딸만 내버려둔 채 외출했을 뿐만 아니라 방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숨진 딸은 오랜 시간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아 생긴 발진으로 피부가 벗겨진 상태였다고 한다.

이 부부에게는 3살짜리 아들도 있었는데 잘 씻기지 않아 몸에서 악취가 났고, 집은 술병과 쓰레기들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부부는 수사기관에서 아들을 3일에 한 번 씻겼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 부부는 ‘직장생활로 인해 양육이 부족한 점은 있었지만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딸의 사망 추정 시간의 범위가 15시간30분에 달한다는 점을 이유로 ‘부부의 방임을 사망의 원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부부가 딸에게 질식 위험이 있다는 점을 알고도 방치했다며 A씨에 대해 징역 5년, 아내 B씨에 대해 징역 4년을 각각 선고했다.

A씨가 수사기관에서 “가끔 이렇게 아이를 방치를 하다 보면 사망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진술한 것이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재판부는 A씨에게 경미한 벌금형 외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B씨에겐 전과가 없다는 점, B씨가 당시 임신 중이었던 점, 아들을 양육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2심도 이들 부부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으나, B씨는 수감 도중 출산을 하러 나갔다 갑작스레 사망해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A씨의 형량은 아내의 사망으로 커진 양육 부담 등을 고려해 징역 4년으로 줄었다. A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