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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현대차는 2번 거절한 니콜라 투자, 한화는 트럭 실물도 안보고 1200억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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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예수 풀려 매각 가능하지만… 한화 "협력관계 위해 매수한 것, 매도 계획 없다"

미국 수소 트럭회사인 니콜라가 사기 논란으로 추락하면서 니콜라에 1억달러(약 1200억원)를 투자한 한화(000880)역시 주가가 폭락하는 등 악영향을 받고 있다. 6월 초 상장한 니콜라는 상장 3개월이 넘어 한화는 제도상으로는 지분 매각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화는 사업 협력 관계 때문에 지분 투자를 한 만큼 매도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한화가 2018년 투자를 결정할 당시 자체적으로 기술 분석을 하거나 수소 트럭 시제품을 참관하는 등의 정상적인 검토 과정 없이 정보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조선비즈

니콜라가 2018년 공개한 수소트럭 '니콜라 원'이 달리는 영상의 한 장면. 당시 니콜라 창업주 트레버 밀턴은 "이건 진짜다"라고 말했지만, 니콜라 사기 의혹은 제기한 힌덴부르크리서치는 "언덕 위에서 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니콜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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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화그룹과 재계에 따르면, 한화는 미국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하는 현지 벤처투자 전담 조직의 니콜라 투자 보고서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됐다. 2014년 설립된 니콜라는 1회 충전으로 약 1920㎞를 갈 수 있는 수소 트럭을 개발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름을 알렸다. 미국 전역에 수소 충전소를 구축하고, 거점 충전소에는 태양광을 설치해 처음부터 끝까지 친환경으로 달리는 수소 트럭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태양광 발전 사업을 벌이는 한화는 니콜라와 사업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봤다. 한화가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를 니콜라에 공급하고, 니콜라는 그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친환경 에너지 순환 구조를 상상한 것이다.

이후 계열사간 논의를 진행해 수소 사업에 부합하는 계열사를 추린 결과, 북미 지역에서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확장하고자 고민하던 한화에너지와 해외에서 친환경 융복합 사업 신규 진출을 추진하던 한화종합화학이 공동으로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투자를 위한 검증 과정이었다. 두 계열사가 니콜라에 공동 투자를 하기로 최종 결정을 하기 전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당시 한화큐셀 영업총괄 전무)은 니콜라 창업자 겸 회장인 트레버 밀턴을 직접 만났다. 두 사람은 ‘배출가스 제로(0) 사회를 구축하자’며 의기투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부터 업계에서는 "한화가 니콜라의 기술력에 대한 자체 정밀 분석 없이 실체 없는 창업자의 계획에 의존해 덥석 손을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한화 측은 "김 부사장이 친한 미국 전문가 그룹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고, 실무진과 창업자를 만나 니콜라 사업 비전이 한화 미래 사업 방향과 맞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김 부사장과 밀턴이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교류를 이어갔다고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일 밤(현지 시각) 밀턴이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니콜라 투자 대박’은 신기루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 전부터 부정적인 루머가 반복해서 돌던 니콜라는 업계에선 별다른 기술과 능력이 없는 스타트업으로 평가받았다"며 "니콜라는 실제 글로벌 수소차 시대를 주도하는 테슬라 정도도 아니라서 수소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예상됐던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은 2018년 11월 니콜라 주식 2387만5799주(6.13%)를 취득했다. 주당 약 4~5달러에 인수했다. 니콜라는 지난 6월 상장 직후 한때는 93.99달러를 찍었다가 2일엔 27.58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래도 한화는 아직 평가이익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상장한 지 3개월이 지났기 때문에 지금은 주식을 매도할 수도 있다.

다만 한화 측은 니콜라 지분을 당분간 처분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화 관계자는 "보호예수 여부와 상관없이 투자한 지분은 팔 계획이 없다"며 "지분투자가 아닌 협력 관계 구축이 목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니콜라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니콜라 리스크를 피해간 현대차 경영진은 남몰래 웃고 있다. 니콜라로부터 협업 제안을 두 차례나 받은 현대차는 러브콜을 모두 거절했다. 현대차는 니콜라의 수소 트럭에 대해 내부 정밀 분석을 한 결과 기술 수준이 자사보다 한참 뒤처진다고 판단, 협력할 이유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는 게 업계 안팎의 얘기다.

니콜라는 21일 창업주 밀턴이 자신의 트위터에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19.3% 급락했다. 이에 한화솔루션 주가도 타격을 받고 있다. 22일 한화솔루션은 전날보다 950원(2.41%) 내린 3만8450원에 마감했다. 한화솔루션 주가는 니콜라 사기 논란이 확산된 지난 11일부터 큰 하락세를 보이는 중이다. 지난 10일(4만9250원) 이후 현재까지 20% 넘게 떨어졌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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