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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태국 反정부시위 '민민 갈등'으로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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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당파, 시위 주동자 3명 왕실모독 혐의 고발
시위대 "왕실 최대주주 SCB 계좌 폐쇄" 대응
민주주의 금속판 경찰이 제거 뒤늦게 드러나
한국일보

21일 태국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왕실을 모독한 혐의로 고발당한 활동가 빠릿 치와락(왼쪽)이 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방콕=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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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반(反)정부 시위가 정권 대 시민의 대결 구도를 넘어 왕실 개혁을 놓고 ‘민민 갈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군주제를 옹호하는 왕당파와 이 참에 왕실도 특권의식을 버려야 한다는 시위 주도 세력이 본격적으로 맞붙기 시작한 것이다.

22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왕당파 활동가인 뚠 시티솜웡은 전날 대규모 거리 집회를 주도한 인권변호사 아논 남빠 등 3명을 왕실모독 혐의(형법 112조)로 경찰에 고발했다. 뚠은 “시위대가 정치나 총리, 헌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상관없다”며 “그러나 군주제를 모욕하는 것은 다르다. 그들의 발언은 모든 태국민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고 고발 취지를 설명했다.

태국 경찰도 적극 호응했다. 삐야 우타오 경찰 대변인은 “경찰도 이미 자체적으로 시위대의 왕실모독죄 위반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면서 “고발 내용까지 포함해 집회 참여자들의 군주제 손상 행위에 가장 강력한 법적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권력과 합세한 왕당파의 반격에도 시위대 역시 전혀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왕실 지지기반을 무너뜨리기 위한 캠페인 전개를 공언하는 등 정면 대결을 예고했다. 피고발인 중 한 명인 빠릿 치와락은 “왕실이 최대주주로 있는 SCB은행의 계좌를 폐쇄하고 통장을 불태우자”며 “이제 왕실을 등지는 행동을 본격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매일 오후 도심에서 울리는 왕실국가 연주 시간에 개혁 요구의 상징인 세 손가락을 들어 왕실에 대항할 것도 주문하기도 했다.

여기에 주말 시위 당시 광장 바닥에 설치된 민주주의 요구 금속판을 정부 당국이 몰래 제거한 것으로 드러나자 시위대는 더욱 격앙된 분위기다. 당초 삐야 따위차이 방콕시 경찰청 차장은 “어떻게, 누가 금속판을 제거했는지 모른다”고 발뺌했지만, 정부 미술국과 방콕시가 경찰에 금속판을 넘긴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빠릿은 “기념판은 이미 국민의 마음 속에 심어졌다"면서 “우리는 얼마든지 새 금속판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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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반정부 집회 주최 측이 20일 방콕 도심 왕궁 옆 사남 루엉 광장에 설치한 민주주의 금속판(왼쪽)이튿날 누군가에 의해 제거됐다. 방콕=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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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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