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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화웨이 경쟁기업부터”… 中, 첫 보복 타깃은 美 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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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보복 불러… G2 첨단기술전쟁 격화 예고

블랙리스트 포함… “이미 보복 시작”

시진핑 “일방주의, 종말” 협력 촉구

美의 경제 제재 우회적으로 불만

中, 美기업 제재 개시했지만 부담

세계일보

사진=UPI연합뉴스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화웨이 제재에 맞서 보복 대상으로 미 기업 시스코를 정조준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동안 맞보복 가능성만을 언급해왔던 중국이 결국 미 기업 제재의 칼을 빼어 든 것은 화웨이에 대한 미 정부 제재가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같이 ‘치고받는’ 팃포탯(tit for tat) 대응이 또 다른 보복을 불러와 G2(미국·중국) 간 첨단 기술기업을 둘러싼 ‘강대강’ 충돌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중, 시스코 정조준, “시스코는 화웨이 경쟁 기업”… 시진핑, “일방주의는 이미 종말”

WSJ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현재 마련 중인 중국판 블랙리스트인 ‘신뢰할 수 없는 기업’명단에 시스코를 포함했다. 후춘화(胡春華) 부총리가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을 최종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시스코를 우선 정조준한 것은 통신장비업체인 시스코가 글로벌 시장에서 화웨이 경쟁자로 평가받는 회사여서다. 실제로 이미 중국 시장에서는 시스코에 대한 보복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WSJ는 시스코가 오랜 기간 납품을 했던 중국의 국영통신업체들과의 계약이 이미 끊겼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기업들에 대해 위약금을 물더라도 미국 기업과의 계약을 파기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이처럼 시스코를 겨냥해 맞보복 신호탄을 쏘아 올린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 미 대통령을 겨냥해 “일방주의는 종말을 맞았다”며 다자주의를 통한 국제협력을 촉구했다.

22일 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75주년 기념 고위급회의 화상 연설에서 “어떤 나라도 국제 정세를 지배하고 다른 나라의 운명을 지배하며 발전 우위를 독점할 수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시 주석은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미 정부의 대중국 경제제재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국제사회 협력을 강조해 글로벌 리더십을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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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미국의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 통신장비업체 시스코에 대한 보복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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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진퇴양난… 미 기업 제재 놓고 깊어지는 고심

중국이 시스코에 대한 제재를 일단 개시했지만 부담감도 작지 않다. 미 기업에 대한 제재가 대미 확전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아서다. 여전히 미국과의 전면전은 피해야 한다는 내부적인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중국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 공개를 놓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 측 무역협상단 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 등 일부 관리들은 오는 11월 미 대선 이후로 공개 결정을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명단 공개 시 미국이 더 강한 조처를 할 수 있다. 또 미국뿐 아니라 유럽 등의 기업들도 대중국 투자와 무역 교류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중국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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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휘청거리는 경제에 또 다른 직격탄이 될 수 있어서다. 이 같은 경제적인 타격에 대한 우려는 시 주석의 2022년 이후 집권 연장 계획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과도 맞닿아 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이귀전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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