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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탈리아, 국회의원 수 3분의 1 넘게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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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투표 70% 찬성… 개헌안 통과

상·하원 945명서 600명으로 감축

오성운동 “혈세 6889억 절감 효과”

세계일보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 있는 하원의사당 전경. EPA=연합뉴스


이탈리아에서 국회의원 수를 3분의 1 이상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개헌안이 사실상 통과했다.

ANSA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20∼21일(현지시간) 이틀간 실시된 국민투표 결과가 찬성 69.6%, 반대 30.4%로 나타났다. 최종 투표율은 53.8%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의 상·하원의원 수는 36%씩 줄게 된다. 현 의회가 임기를 채운다는 가정 아래 다음 의회가 시작되는 2023년부터 상원의원은 315명에서 200명으로, 하원의원은 630명에서 400명으로 각각 조정될 예정이다.

의원 수 감축은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한 축을 구성하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이 저효율·고비용 의회 구조를 혁신하겠다며 2018년 총선 전에 공약한 사안이다. 지난해 압도적인 지지로 상·하원을 통과했으나 일부 현직의원들의 반대로 이번에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이탈리아의 국민 10만명당 국회의원 수는 1.5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97명)은 물론 유럽연합(EU) 주요국인 독일(0.80명), 프랑스(1.48명), 스페인(1.32명)보다 많다. 한국(0.58명)과 비교하면 3배에 육박한다. 오성운동은 발의안이 통과하면 이 수치가 1.0으로 떨어져 의회 임기 5년을 기준으로 5억유로(약 6889억원)의 혈세를 아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탈리아에서는 1983년 이래 총 7차례 의원 수 감축 시도가 있었으나 번번이 좌절됐다. 가장 최근 사례는 2016년이다. 마테오 렌치 내각 때인 당시 집권당인 민주당이 상원의원 수를 100명으로 줄이고 입법권을 하원에 집중시키는 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59%의 반대로 부결된 바 있다. 그 결과로 내각이 총사퇴하는 등 거센 후폭풍을 겪었다.

이번 국민투표 결과에 대해 현지에서는 더 광범위한 정치개혁을 위한 초석을 놨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4∼5개 거대 정당 중심의 의회 구조에서 녹색당과 같은 소수 정당의 설 자리가 더 좁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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